우리는 너무나도 ‘소비’에 익숙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 매장에서는 최신 패션의 옷과 신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인터넷 쇼핑몰 역시 놀라운 할인율을 자랑하며 굳이 살 것이 없는 사람도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여기서 잠깐! 할인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이게 과연 진짜 필요한 것일까? 혹시, 내 통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지구까지 텅 비게 만드는 과잉 소비는 아닐까?”

‘버리는 것’이 되어버린 패션

“왜 입을 게 하나도 없지?”
옷장 안에 옷이 꽉꽉 들어차 있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옷장 앞에 서서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지난 몇 년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최신 유행을 소비할 수 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이런 ‘가득 찬 옷장에 입을 게 없는’ 현상은 점점 심해져 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독일 그린피스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52억 벌의 옷들이 독일인들의 옷장에 들어 있으며, 이 중 40%는 거의 입지 않거나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으로 양말과 속옷을 제외하고 여성은 118벌, 남성은 73벌의 옷을 가지고 있는데, 독일인의 1/3은 적어도 이의 두 배 이상의 옷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은 점점 더 ‘버리는 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비닐봉투나 1회용 식탁보처럼 사용 기간이 짧아졌어요.”
섬유전문가이자 그린피스의 디톡스 캠페이너인 커스틴 브로더의 말처럼, 패션은 이제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버려집니다. 독일인들은 옷이 망가지면 수선하기보다 새 옷을 사는 것을 선호하며, 8명 중에 1명은 신발 한 켤레를 1년도 채 신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이 옷을 수선하기보다 버리고 새 것을 사는 이유는 그저 ‘싸게 산 옷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인의 절반은 한 번도 수선집을 이용한 적이 없고, 18세부터 29세 사이의 절반은 한 번도 구두 수선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섬유 폐기물로 오염되고 고갈되는 지구

‘쇼핑 천국’, 홍콩 역시 의류 과잉소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홍콩의 폐기물 통계 분석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매년 11만 톤의 섬유 의류가 폐기되고 있으며 이는 2만5천 명이 들어가는 홍콩 스타디움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섬유 폐기물에서 극히 일부만이 재활용되고 있는데, 그나마도 지난 5년간 1/3 정도로 줄어들어 3.9%정도만이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음식과 정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섬유 폐기물은 빠져있습니다. 그린피스의 활동가 보니 탕은 “정부에서는 이런 통계를 제대로 분석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알리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은 섬유 폐기물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섬유 폐기물 역시 다른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해 화학물질과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섬유는 자연에서 분해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며 그 과정에서 해로운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티셔츠 한 벌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2,700리터에 달하며 이는 대략 욕조 15개를 채울만한 양이라고 합니다. 물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높아지고, 각국이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티셔츠 한 벌을 위한 물 2,700리터가 반드시 필요한 소비일까요?


<의류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트루 코스트’의 한 장면>

당신이 입는 옷의 ‘진짜 가격’은 얼마인가요?

패스트 패션과 과잉소비는 환경뿐 아니라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보통 저가의 옷들은 중국,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개도국에서 제작되고 있는데, 보다 싸고 빠르게 옷을 만들기 위해 현지의 (대부분 젊은 여성인) 의류노동자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년 전 방글라데시의 8층짜리 의류공장 ‘라나플라자’가 붕괴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라나플라자 붕괴사고는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된 건물 붕괴사고로 1,137명이 숨지고 2,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당일, 건물주와 공장 주인들은 건물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일하지 않으려는 직공들을 강제로 건물에 들어가도록 했다는 것이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화려함에 숨겨진 뒷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 ‘The True cost(진짜 가격)’에서는 이처럼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도 받지 못한 채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개도국의 직공들의 모습과, 대기업의 홍보에 속아서 유전자조작 목화씨를 구입했다가 큰 빚을 지고 자살하는 인도의 농부들, 살충제의 영향으로 기형으로 태어나는 그들의 아이들을 보여주며 “이들의 피가 여러분이 사는 옷의 진짜 가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비보다 공유하고, 교환하는 생활

이런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첫 걸음은, 바로 소비자가 변하는 것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을 생각한다면 ‘덜 사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옷이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거나 구제용품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넘쳐흐르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장 간단한 대안은 공유하고 교환하는 것을 양치질 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브로더는 말합니다. “의류를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나 벼룩시장, 또는 교환 파티(swap party, 친구, 이웃들과 함께 입지 않는 옷이나 물건을 가져와 교환하는 파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지난 6월, 그린피스는 독일 하노버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안 입는 옷을 가져와 교환하는 교환 파티를 개최했습니다.>

패션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낡은 옷, 물건들을 수리하고 새롭게 디자인해서 가치를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대세입니다. 중고품 할인매장(thrift store)에서 보물찾기 하듯 탐험하는 것을 ‘thrifting’이라고도 합니다.


<직접 업사이클링에 도전하기! 그린피스 홍콩사무소에서는 ‘아무것도 안 사는 날(Buy nothing day)’캠페인의 일환으로 패셔니스타 방송인들과 일반인들을 초대해 DIY 업사이클링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가 대형 체인점에서 구입한 옷을 한 두 번 입고 버리는 대신, 구제용품점에서 구입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들과 모여서 안 입는 옷이나 악세사리를 교환하는 것도 재미있는 송년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비자가 먼저 바뀌어야만 대형 체인점들도 생산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고, 더 나아가 무절제한 생산 대신 수선 서비스, 업사이클링 콜렉션 등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패션에 민감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최신 유행인지를 떠나 어떻게 생산된 ‘무엇’을 입었느냐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2016년의 새로운 목표에 ‘지구를 살리는 착한 소비하기’를 넣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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