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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으로 본 산불, 기후위기는 어떻게 피해를 키웠나?

글: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2025년, 한국 산불 사상 가장 넓은 피해 면적이 기록됐습니다. 산림은 생태계의 기반이었고, 마을은 삶의 기억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기후위기로 대형 산불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그에 걸맞은 원인 해결과 대응은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산불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피해는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지난 3월 21일, 산림청 홈페이지에 경상도 지역 산불 위험지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뉴스를 보니 건조지수 또한 전국적으로 평년 대비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자료가 올라왔습니다.

그린피스 기후재난 대응 캠페인팀은 산불 위험 기간에 주기적으로 산불 위험 지수를 살피면서 대형 산불의 위험성을 미리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21일은 산불 발생 시 대응 논의를 하며, 산불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퇴근한 바로 그 저녁, 경남 산청에서 산불이 시작 됐습니다.

25년 3월 21일, 한국 산불 위험지수로 전국적으로 높은 가운데, 경상도 지역은 매우 높음이 일부 표시 됐다. (출처: 산림청)
25년 3월 21일, 한국 산불 위험지수로 전국적으로 높은 가운데, 경상도 지역은 매우 높음이 일부 표시 됐다. (출처: 산림청)

위성사진으로 보는 역대 최악의 산불

주말 내내 산불이 확산되는 과정을 긴장 속에서 지켜봤습니다. 3월 22일 토요일, 산청 산불 진화율이 70%가 넘어섰다는 소식에 안도한 것도 잠시, 건조한 산에 강풍까지 겹쳐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심지어 경북 의성에서도 또 다른 산불이 시작됐다는 긴급 속보가 전해졌습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청송과 영덕까지 무섭게 확산됐고, 울산 울주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며 전국에 대형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번 산불은 대한민국 산불 역사상 가장 넓은 면적을 태운 재난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로 인해 수만 헥타르의 산림이 사라졌고, 수백에서 수천년을 지켜온 문화재 피해도 컸습니다. 대표적으로 신라 천년고찰인 고운사가 전소됐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산불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산불, 기후재난은 숫자로만 남겨지는 피해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 평생을 살아온 마을, 인생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메마른 산의 불씨는 빠르고 무섭게 확산했습니다. 특히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의 피해 면적이 가장 크고 마지막까지 확산 속도도 매우 빨랐습니다.

그린피스 리서치 유닛은 산불의 피해 영역을 인공위성 사진으로 확인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3월 24일 위성지도
3월 24일 위성지도
3월 29일 위성지도
3월 29일 위성지도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은 청송, 안동, 영양, 영덕까지 총 5개 지역까지 확산됐습니다. 경북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의 규모를 가늠해보기 위해 서울 지도와 비교해본 결과, 피해 영향 구역은 서울 전체 면적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습니다.
헥타르 단위의 수치나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축구장 크기’, ‘여의도의 몇 배’라는 표현만으로는 쉽게 와닿지 않았던 산불 피해가, 익숙한 도시 지도를 통해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체감될 수 있었습니다.

그린피스 리서치 유닛이 제작한 지도에 따르면, 경북 북부 산불 피해 범위를 서울과 경기도 지역 지도에 겹쳐본 결과, 서울 대부분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해당하는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둥근 원을 드래그 해보세요.

과학이 밝힌 기후위기와 산불의 관계

그린피스는 작년부터 KAIST 김형준 교수팀과 함께 한국에서의 산불 위험성과 기후위기 간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산업화 이전의 지구와 현재의 지구를 비교해, 기후위기로 인해 산불이 얼마나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밝혔습니다.

‘메타어스(MetaEarth)’라는 가상 지구 모델은 온실가스 배출이 본격화 된 산업화 이후 지구와 산업화 이전의 지구를 각각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과거 이 연구팀은 동아시아의 극한 호우에 대한 기후위기 영향성을 메타어스를 통해 밝힌바 있습니다.

분석 결과, 기후위기로 인해 한국의 산불 위험일이 더 빨리 시작되고, 더 길어졌고,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나타났습니다. 현재의 지구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산불 위험일이 연간 최대 120일 더 많았고, 전국 평균 산불 위험 강도 또한 10% 이상 높아졌습니다. 전남은 기존 4월 중순에서 3월 초로, 경남은 2월 말로 산불 위험 시기가 앞당겨졌으며, 충청·대전·대구 등 내륙 지역들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경북 지역은 위험지수가 20 이상인 날이 무려 151일에 달했으며, 이는 사실상 1년의 절반 가까이를 산불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진1] 산업화 이전과 현재 지구 비교에서 산불 위험일(산불지수가 20이상)이 증가한 지역과 늘어간 기간 표시.
[사진1] 산업화 이전과 현재 지구 비교에서 산불 위험일(산불지수가 20이상)이 증가한 지역과 늘어간 기간 표시.
[사진2] 산업화 이전과 현재 지구의 산불시작날짜 변화. 붉은 색이 짙을수록 산불 시작 날짜가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사진2] 산업화 이전과 현재 지구의 산불시작날짜 변화. 붉은 색이 짙을수록 산불 시작 날짜가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와 산불의 악순환

산불은 이제 단지 ‘불이 붙었다’는 사고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산불은 탄소 흡수원인 산림을 파괴하며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산림청은 이번 산불로 인해 약 366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산불 영향 구역이 4만 8천 헥타르였을 때 추정치였고, 현재 잠정 규모가 10만 헥타르가 넘었기에 배출된 온실가스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현재 배출된 온실가스는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더 뜨겁고 건조한 환경은 다시 산불의 위험성을 키웁니다.

산불은 인간의 삶을 위협할 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의 터전이자 생태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산림 자체를 무너뜨립니다. 터전을 잃은 동식물들은 이동하거나 사라지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 채 회복하기 어려운 공백만 남습니다. 이처럼 산불은 기후위기의 결과이자 가속 요인이며,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남기는 재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대응은 이 구조적 위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의 회복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제도의 문제입니다.우리는 과거의 재난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강릉 산불 이후, 일부 이재민은 여전히 임시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제도적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유일한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불안정한 주거는 다음 재난에 대한 취약성으로 이어지며, 심리적 트라우마, 생계 단절, 공동체 해체 같은 문제까지 겹쳐 재난은 장기화됩니다.

산불은 불이 꺼진 다음에도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이후부터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기후재난 지역에서 변화와 회복이 시작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는 시민들과 함께 현장을 기록하고, 남겨진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강릉 경포 산불 피해 이후, 임시거주 주택에서 2년 넘게 생활 중인 이재민들의 거주지
2023년 4월 강릉 경포 산불 피해 이후, 임시거주 주택에서 2년 넘게 생활 중인 이재민들의 거주지

반복되는 실패를 멈추기 위한 우리의 행동

지금 필요한 것은,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단편적인 대응을 넘어선 구조적인 전환입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후 현실을 반영한 재난 대응 체계, 그리고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끝까지 책임지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이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제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AIST와의 공동연구는 올 하반기,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2도, 4도 상승했을 때 산불 위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하는 후속 연구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후위기를 중심에 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재난 대응 체계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겠습니다.

또한 현장에선 기후재난 시민대응단과 함께 피해 복구와 심리적 회복, 이재민 지원을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산불과 기후재난 대응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금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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