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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뒤에 숨겨진 진실은?

청년의 날, 기성사회에 내민 대형 청구서

글: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
국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청년 문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이 더딘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 경제·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린피스와 청년들의 이유 있는 문제제기. 본문에서 확인해 보세요.

청년의 날 우리는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봅니다. 과연 한국이 청년들이 살기 좋은 나라인지. 최근 한 부동산 플랫폼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세대 청년 10명 가운데 4명은 주거비로 인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소비 항목 가운데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을 묻는 질문에 40.2%가 주거비라고 답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약 20년 전보다 현재 주택 마련에 걸리는 시간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PIR 지표 참고) 청년들이 느끼는 부담은 젊은 사람들의 넋두리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의 단면입니다.

또 다른 사회구조적 문제는 기후위기 속에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기후정책은 향후 청년세대들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설계해 뒀습니다. 현 정부가 집권 기간 동안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미래 청년들에게 과도한 탄소감축의 짐을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점점 더 기후위기의 강도는 심해지고 있는데 기후위기를 막는 책임마저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떠안아야 합니다.

탄소예산이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허용된 탄소배출량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 45 억톤가량의 탄소예산이 있는데 지금 정부 정책대로라면 2030년 경 거의 고갈된다. 한국의 기후대응지수 역시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 수준입니다. (세로축은 배출량:억 톤, 가로축은 년도)
탄소예산이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허용된 탄소배출량이다. 한국은 2023년 기준 45 억톤가량의 탄소예산이 있는데 지금 정부 정책대로라면 2030년 경 거의 고갈된다. 한국의 기후대응지수 역시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 수준입니다. (세로축은 배출량:억 톤, 가로축은 년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역설 그리고 GDP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처럼 한국 경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찬란한 성장을 했습니다. 1990년부터 30년간 실질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는 4배 넘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고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행복지수(2024 세계행복보고서)는 OECD 국가 가운데 여전히 최하위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까지 청년들이 떠안은 상황입니다.

*조사대상국 143개국 가운데 52위이나 OECD 국가별로 분류할 경우 38개 회원 국 가운데 33위에 해당함

기성사회가 산적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면에는 낡은 시스템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행복과 복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보전보다 숫자로만 나타나는 양적인 경제 팽창에만 집중해서입니다. 양적 팽창 만을 위해서, 눈앞의 이윤 추구 만을 위해서 청년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청년의 행복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요?

오래전부터 경제의 양적 팽창에만 집중하는 시스템, 즉 GDP라는 수치에만 매몰된 시스템*에 대한 지적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달 말 유엔 미래정상회에서도 GDP 대안지표를 수립하는 것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정도까지 왔습니다.

*GDP는 한 국가의 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시장가치, 규모 만을 측정한다. 이때문에 가사노동이나 환경파괴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실례로 지난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수많은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복구활동으로 인해 오히려 당시 GDP는 증기했다.

그린피스와 청년활동가들이 신촌역 인근에서 GDP 부작용에 대한 대형 청구서를 기성사회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와 청년활동가들이 신촌역 인근에서 GDP 부작용에 대한 대형 청구서를 기성사회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우리가 나섰다.

그린피스와 소통한 청년들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5일부터 한 달 동안 모두 716명의 2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자체 소셜미디어를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무한성장 시스템에 대한 청년들의 견해를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현재 정부가 청년과 아동 등 젊은 세대들의 기후 피해를 고려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6%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GDP 대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GDP를 대체하는 지표 개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90% 이상이 긍정 반응을 보였습니다(그런 편이다+매우 그렇다). “경제 발전을 GDP가 아닌 구성원들의 삶의 질과 환경 보존을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시나요”라는 질문에는 50.0%가 동의하는 편, 40.6%가 매우 동의하는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번 설문 결과는 기성사회 시스템의 비전에 대한 청년들의 의문을 보여줍니다. 이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청년의 날(매년 9월 세 번째 토요일)을 앞둔 19일 오전 서울 신촌역 인근에서 GDP 맹신의 부작용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전개했습니다.

청년 액티비스트들은 불타는 지구가 연출된 너비 4미터, 높이 3미터 규모의 LED 전광판 앞에서 너비 1.8미터, 길이 5미터의 초대형 청구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청구서 안에는 ‘△세대 간 기후 불평등 가속화, △폭염으로 인한 전기 요금 부담 폭증, △행복지수 OECD 최하위권’ 등 우리 사회가 GDP라는 지표에만 집중하면서 도외시되는 중요한 가치들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린피스는 무한성장 시스템의 대안으로 GDP에 대안 지표 수립과 웰빙예산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무한성장 시스템의 대안으로 GDP에 대안 지표 수립과 웰빙예산제 도입을 촉구했다.

GDP를 뛰어 넘는 멋진 시도, ‘웰빙예산제’

이날 퍼포먼스에 참가한 청년들은 우리 사회가 무한성장에만 집착하는 외눈박이 경제모델 대신 자연과 인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낡은 GDP가 아닌 국민들의 삶의 질과 환경보호를 위한 더 나은 삶의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예산 설계에 연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지난 블로그에서 설명한 웰빙예산제가 예시로 등장했습니다.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선언이라는 말이 환경단체의 이상적인 주장으로만 여겨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우리들은 변화를 위해 노력했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무한성장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변화의 시도도 시작되었습니다. UN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GDP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웰빙예산제도 멋진 시도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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