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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태풍 경고, 과연 우린 안전할 수 있을까요?

글: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안부에서 생존으로 변한 날씨 이야기

오늘 날씨는 어떤가요? 우리는 종종 날씨를 가볍게 대화의 소재로 삼곤 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상기후 현상은 날씨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현상들은 우리를 기후위기의 실체와 마주하게 합니다.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올해 장마도 예외는 아닙니다. 불안정한 대기로 인해 태풍급의 바람이 불고,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는 등 우리가 알던 장마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내륙보다 장마가 일찍 시작한 제주도는 평균 누적 강수량인 103.6mm 보다 3~4배 많은 비가 내려 368.6mm의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장마'로 불리던 이 현상들은 이제 '극한 호우', '도깨비 장마', '게릴라 장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극심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기후재난'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2024년 독일 사무소에선 실제 홍수피해를 본 집의 일부를 전시하며,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독일 사무소에선 실제 홍수피해를 본 집의 일부를 전시하며,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 태풍의 일상화

한국은 과거부터 폭우, 장마, 태풍과 같은 풍수해 피해가 컸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그 피해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서울에는 역대 최고치의 집중 호우가 있었고, 작년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해 매년 여름철 기후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도 풍수해 피해가 커지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됩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태풍이 올 수 있다는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태풍의 양상을 보면 예보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발생한 태풍을 분석했을 때 태풍 발생 횟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발생하는 태풍의 50% 이상이 매우 강한 태풍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을 기후위기를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태풍은 더욱 강력해지고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IIPCC 6차 보고서에서 사용된 공통사회경제경로(SSP,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에 따른 분석 결과,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강한 태풍의 비율이 증가하고 발생 위치와 이동 경로가 고위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는 서해안 지역에서 태풍 발생 확률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작년에 발생한 태풍 카눈은 남과 북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이례적인 경로를 보였고, 이런 이례적인 태풍은 매년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죠. 기후위기로 인한 기온 상승은 태풍 뿐 아니라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이어져 재난의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재난재해 방재 시스템으로는 기후재난을 대응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2009년 멕시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도시가 물에 잠기는 기후재난을 경고하며 각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2009년 멕시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도시가 물에 잠기는 기후재난을 경고하며 각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14년째 제자리 걸음 중

기후재난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이행하고 있지만, 14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대책을 반영한 지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기후변화 적응정책을 평가한 한국환경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많은 지자체가 기존 사업에 적응 계획을 끼워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한계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단순히 예산과 자원의 문제를 넘어, 부족한 기후위기 인식과 잘못된 우선순위 설정의 문제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변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적응대책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만큼,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재난 예방책과 복구책들도 과거 정책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재난의 열쇠는 회복탄력성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주 발생하는 기후재난에서 중요한 방재 가이드라인은 '회복탄력성'입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재난이 발생한 이후 재난 이전보다 더 나은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유엔재해위험경감사무국(UNDRR)과 세계기상기구(WMO)는 공동 성명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위험이 증가하는 현실에 맞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UNDRR은 기후변화 적응과 재난 위험 관리를 통한 회복탄력성 구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2021년, 필리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전력이 끊긴 태풍 피해 지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2021년, 필리핀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전력이 끊긴 태풍 피해 지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최근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말, 행정안전부는 제5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5~2029)을 확정하며, 이상기후에 대비한 선제적 재난 안전관리와 새로운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포함했습니다. 이 계획은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기후재난 피해 지역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부족합니다. 기후재난 시대에 필요한 사항들이 계획에 포함되었지만, 이 계획들이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이 수립만 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사례처럼, 이번 계획도 같은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습니다.

기후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른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부서들이 협력하고 예산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합니다.

2021년, 독일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이 홍수로 인해 강 하구로 쓸려온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2021년, 독일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이 홍수로 인해 강 하구로 쓸려온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기후재난 대응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책과 기후재난 정책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할 것입니다. 또한, 신뢰도 높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기후재난의 시급함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 수립을 정부에 요청할 것입니다.

이미 기후재난의 피해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그린피스는 기후현장 캠페인을 시작하고 재난 피해 지역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기후재난 역량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린피스의 캠페인에 시민 여러분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지금 기후현장 캠페인에 함께해 기후재난으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지켜주세요.

기후재난, 함께 막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