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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삼성전자, RE100으로 살아남기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미래는?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분명 재생에너지가 기후위기 대응에 좋은 것을 알겠는데 기업은 왜 빠르게 전환하지 않는 걸까요? 과감한 기후 목표와 경제성은 상충한다는 인식을 무너뜨릴 그린피스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AI 확산의 그림자, 전자산업의 막대한 전력 사용량

최근 몇 년간, 전자제품 제조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첨단 반도체 제조, 사물인터넷(IoT)의 확대를 이끈 인공지능(AI) 열풍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자산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6년 뒤, 2030년이 되면 반도체 제조업에서 소비되는 전력만 237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호주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막대한 양입니다.

전자산업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은 매우 높은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며, 현재의 전력생산 구조에서 이는 곧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은 발전설비 설치 후 에너지원을 얻는 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환경 측면으로도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감한 기후 목표는 비즈니스에 손해?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전자제품 공급업체는 RE100을 선언했습니다. RE100은 자신들이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입니다. 눈여겨 볼 점은, 각 회사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려는 목표 날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TSMC 같은 기업은 2040년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공급업체들은 그보다 훨씬 늦은 2050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재생에너지가 기후 위기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 빠르게 전환하지 않는 걸까요?

과감한 탄소중립 목표가 경제성과 상충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에너지 조달 비용과 탄소 배출 비용을 고려해 보면,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입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는 균등화발전비용(LCO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건설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소의 전체 수명주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하죠. 에너지 발전원이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 분석하는 지표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202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LCOE는 2022년 대비 평균 23% 하락했습니다. 이는 2024년까지 균등화발전비용이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에너지원과 대비되는 수치입니다.

2023년 5월, 그린피스는 북해 가스 시추 계획을 반대하는 비폭력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다
2023년 5월, 그린피스는 북해 가스 시추 계획을 반대하는 비폭력직접행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 가격은 2022~2026년에 비해 2026~2030년에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 시스템(EU ETS)의 평균 탄소 가격은 2022~2025년 1톤당 84.4유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6~2030년에 거의 100유로로 인상될 전망이죠.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을 위한 규제 압박 또한 강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국 정부는 엄격한 배출 규제를 시행하고 재생에너지 채택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경제적 편익까지!

그린피스는 이런 다양한 배경 상황을 종합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동아시아의 주요 전자 제조 기업들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할 경우 환경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오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홍콩대학교 에너지환경학부 교수팀과 진행했습니다. 본 연구에는 경제성 평가의 한 방법인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CBA)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분석 대상 13개 기업 모두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경우, 2022년 네덜란드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1억 6785만 톤)보다 큰 규모의 감축을 달성하면서도 210억 2000만 달러(한화 25조 4116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걸로 전망되었죠. 특히, 조사 대상 기업 중 삼성전자의 환경적· 경제적 편익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가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경우 감축하게 되는 이산화탄소(CO2)는 1억 6196만 톤으로, 이는 2021년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4,594만 톤)의 3배를 넘는 규모입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2030년 한해에만 124억 4500만 달러(한화 15조 7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삼성전자가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경우 감축하게 되는 온실가스는 1억 6196만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가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할 경우 감축하게 되는 온실가스는 1억 6196만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이번 보고서 연구 대상에 포함된 한국의 나머지 3개 기업의 경제적 편익 역시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K 하이닉스의 경제적 편익은 18억 3327만 달러(한화 2조 3154억 원)이며 13개 기업 중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경제적 편익은 각각 14억 9186만 달러(한화 1조 8842억 원), 13억 2143만 달러(한화 1조 668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에게 비용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통념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탄소세 도입, 화석 연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화석 연료 사용의 대가는 점점 더 커지는 중입니다.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제조업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예측과 정반대의 노선으로 달려가고 있는 국가는, 애석하게도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약칭 ‘전기본’이라고도 불리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부가 15년 단위로 우리나라의 미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발전 설비 확충 등의 수단을 강구하는 계획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 명목으로 2038년까지 LNG 발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작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해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기까지 했죠. 해당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2017년 12월, 삼성전자에게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뉴욕에서 진행했다
2017년 12월, 삼성전자에게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뉴욕에서 진행했다

정부가 세운 계획대로라면, 삼성전자는 2042년부터 용인 국가산단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대만 TSMC는 이미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그 발표를 삼성전자가 전 세계 2050년 RE100 달성을 선언한 지 1주년 되는 날에 딱 맞춰 할 만큼 도발적이었죠. TSMC가 계획대로 2040년 RE100을 달성한다면,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단 가동 시점부터 이미 TSMC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입니다.

2030년 삼성전자가 100% 재생에너지 전환 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14조 원이라는 분석은, 반대로 말하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실패 시 치뤄야 할 기회비용이 한 해에만 14조 원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편익의 상실은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도발적인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뒤쳐지는 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는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하는 것뿐이죠.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LNG 발전소 신규 건설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도록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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