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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한 백두대간 보호지역

글: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설악산부터 지리산까지 이어져, 대한민국의 생태축으로 불리는 백두대간 보호지역. 이 보호지역에서 자라던 숲이 베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베어진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숲

2024년 4월 방문한 민주지산 현장
2024년 4월 방문한 민주지산 현장

2024년 4월, 그린피스는 국내 보호지역 중 한 곳을 답사했다가 충격적인 현장을 발견했습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중 하나이자 충북 영동, 전북 무주군 등에 걸쳐있는 민주지산이 '민주지산 선도 산림경영단지 숲가꾸기 시범사업 입지’로 개발된 것입니다. 그 지역에서 자라던 신갈나무와 굴참나무 숲이 베어지고 낙엽송과 상수리나무가 심어진 것입니다.

2024년 5월 재방문한 현장에서 확인한 안내문
2024년 5월 재방문한 현장에서 확인한 안내문

이렇게 베어진 구역은 단 한곳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완충 지역부터 핵심 지역까지, 총 11곳의 벌채 구역이 발견되었습니다. 각 벌채 구역에는 ‘민주지산 선도 산림경영단지 숲가꾸기 시범사업 입지’라는 안내문과 함께, 새로 심어질 나무의 수종 이름이 걸려있었습니다.

2024년 5월, 모두베기가 이루어진 곳 옆의 나무들이 강해진 바람 세기와 폭설 등으로 쓰러졌다
2024년 5월, 모두베기가 이루어진 곳 옆의 나무들이 강해진 바람 세기와 폭설 등으로 쓰러졌다

기존의 나무들은 왜 베어졌을까요? 그리고 새로 심어진 나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산림청의 안내문에서 설명한 ‘선도 산림경영단지’는 무엇일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경제림 육성단지를 알아야 하는데요. 경제림은 계획적으로 육성하여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산림으로 목재 생산을 위해 나무를 심고 기르고 수확하고 이용하는 산림자원 순환경영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선도 산림경영단지’는 경제림 중에서도 여건이 좋은 숲을 선정해 10년간 임도(林道), 조림(造林)・숲가꾸기 등 산림자원 순환경영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입니다. (산림청 보도자료 선도 산림경영단지 보물산 만든다! 참고)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단지가 보호지역에서 조성된다는 것입니다. 설악산과 지리산 국립공원 등 우리나라의 보호지역은 인간의 개발행위로부터 국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와 탄소 흡수원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곳입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감소세를 멈추고 역전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를 비롯한 UN 산하 196개 국가는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양 보호지역을 각각 최소 30%까지 확대하는 등의 목표가 담긴 UN 생물다양성 협약에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호지역을 파괴하는 행위는 국제 협약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 생물다양성과 탄소 흡수원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녹색 : 국내 보호지역 / 청색 : 경제림 육성단지 / 적색 : 보호지역과 경제림 육성단지 중첩지역
녹색 : 국내 보호지역 / 청색 : 경제림 육성단지 / 적색 : 보호지역과 경제림 육성단지 중첩지역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곳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대한민국 산림청의 경제림 육성단지 지도와 WDPA(World Database on Protected Area) 지도를 분석한 결과, 총 7만 4,947ha의 보호지역이 경제림 육성단지로 지정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 크기의 1.2배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환경부는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 보호지역을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만 확대된다면 생태계 보전 효과는 미미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린피스는 다음 사항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첫째, 환경부와 산림청은 보호지역의 개발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국제 기준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호지역의 양 뿐 아닌 질적 개선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보호지역 정책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현행법상 보호지역은 그 지정목적 또는 세부구분에 따라 입목의 벌채가 금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다수의 경우에는 금지되지 않거나 설령 금지되더라도 광범위한 예외 규정에 따라 허용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현행법상 입목의 벌채가 허용되고 있는 보호지역의 경우에는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과의 합치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법제를 정비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6월 4일에 보호받지 못한 보호지역 : 보호지역 관리 실태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알아보고, 보호지역을 함께 지켜주세요.

2024년 5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도 이루어진 벌채 현장
2024년 5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도 이루어진 벌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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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호지역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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