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플라스틱
3분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방문 후기: 결과와 앞으로의 계획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김나라 캠페이너
안녕하세요, 그린피스에서 플라스틱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김나라입니다.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제 4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회의 결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024년 4월, 오타와에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네번째 정부간 협상 위원회(INC4: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회의가 열렸습니다. 혹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생소하신가요? 이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한 UN의 회원국들이 지구 전체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규칙을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회원국들은 협약의 내용을 정하기 위해 모여 협상 회의를 해나가는 것이지요. 협상 회의는 2022년 말부터 시작되었으며, 전세계 17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네 번째 회의가 열렸고, 이제 2024년 말에 마지막 다섯 번째 협상 회의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국제 협약 회의에 방문하여 어떤 활동을 할까요?

이 협약을 만들고 협상을 하는 주체는 각국의 정부 대표단들입니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외교부, 산업부, 해양수산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대표단을 구성해 이 회의에 참석하고 다른 국가들과 협상합니다. UN회의에는 참관인들도(Observers) 함께 하여 정부 대표단들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고 설득할 수 있습니다. 이 참관인에는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석유화학 산업의 거대 로비스트나 대형 FMCG기업(Fast-Moving Consumer Goods 일상적 소비재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도 포함되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협상 회의 동안 각 정부의 대표단은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각 정부나  지역별로 회의가 시작되는데, 그린피스도 전 세계 사무소에서 모인 전문가들과 함께 정부 대표단보다 일찍 모여 그날의 전략을 논의합니다. 그린피스는 다양한 정부에게 강력한 협약의 필수 요소를 설득할 방법을 고민합니다.

회의 기간 중 정부의 입장이 변하기도 하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기업을 포함한 대형 산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기 때문에, 그린피스 전략도 빠르게 조정하여 상황에 맞는 설득을 시도합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그린피스 캠페이너들

저는 한국 사무소를 대표하여 회의장을 오가며 한국 정부 대표단과 마주치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했습니다. 이 협약이 가능한 더 강력하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생산 단계에서부터의 감축 목표를 포함해야 한다는 그린피스와 그린피스를 지지하는 분들의 의견을 전하고, 설득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장에서는 국내에서 어려웠던 환경부와 외교부 등 다양한 부처들과 미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이 허울뿐인 협약이 아닌 강력한 협약을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그린피스와 함께 해주시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는 공항에 도착하는 정부 대표단을 맞이하며 웰컴 피켓을 통해 플라스틱 협약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습니다. 회의 중에는 화장실마다 협약의 중요성을 알리는 쪽지를 붙이고, 회의장 밖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강조하는 대규모 액션을 했습니다.

그린피스와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밤낮없이 안팎으로 싸움을 지속했습니다. 

공항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포함된 협약의 중요성을 알리는 웰컴 피켓을 든 그린피스 활동가들

협약을 약화시키려는 세력들, 석유 화학 기업

하지만 성공적인 협약을 방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 생산이 주 수익원인 석유 화학 업계입니다. 이들은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 단체들의 노력과 반대로, 협약 실효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대규모 로비스트와 함께 로비 활동을 펼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진행될수록, 매 회차 협약 때마다 점점 많은 수의 석유 화학 기업 관계자들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이번 INC4 회의에도 196명의 석유 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습니다. 이는 지난 INC3 회의에 참석한 143명에 비해 37%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들은 회의장 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환경과 지구를 위한 선택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협약을 만들기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 하나, 바로 생산 감축입니다.

회의장 앞에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메시지를 전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치열했던 제 4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2024년 4월 30일, 치열했던 제 4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가 종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유의미한 진전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협약의 초안은 더 복잡해졌고, 뚜렷한 합의는 없었습니다.

특히, 핵심 쟁점 중 하나인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두고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들의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과, 산유국 등 반대 국가들의 ‘재활용과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끝없이 대립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PPP)’에 대한 논의가 각국의 의견이 차이로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는 화석연료에서 추출되는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산업이 많은 국가들은 이 조항 자체를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페루와 르완다가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수준에서 40% 감축하자’는 목표를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은 그린피스가 요구하는 75% 생산 감축 목표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처음으로 범세계적 목표를 가지고 생산을 감축하자는 국가들의 의견이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또한 4차 협상회의와 5차 협상회의 사이에 회기간 작업을 공식화 한 것도 긍정적인 행보였습니다. 물론 이 회기간 작업에서 그린피스가 요구해왔던 1차 플라스틱 폴리머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요. 

끊임없이 생산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조형물 앞에서 배너를 들고 있는 김나라 캠페이너

아쉬운 결과, 하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4차 회의가 아쉽게 끝났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마지막 5차 회의가 남았습니다.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대폭 줄여 오염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있으며, 그 한가운데에 대한민국 정부가 있습니다.

회의에서 개최국의 의견은 주변국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힘이 큽니다. 한국은 다가오는 마지막 5차 회의를 2024년 11월 말 부산에서 개최하는 개최국입니다. 그린피스는 국내외 연대체와 함께 한국정부의 행보와 국제 동향을 계속 추적할 계획입니다. 특히  오타와에서 시작된 정부와의 소통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3시간의 시차를 넘어 도착한 캐나다 오타와에서 그린피스와 함께 해주신 시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큰 힘이 되었고, 변화를 만드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린피스의 활동을 계속해서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