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숲을 베어야 할까요?
수종갱신에 사라지는 오래된 숲
지구의 허파인 숲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자연 상태 그대로 유지되는 천연림과 인간의 손길로 조성된 인공림입니다. 최근 산림청이 강원도 인제군에서 10ha에 달하는 넓은 천연림 지역을 자작나무 숲으로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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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수종갱신'이라고 합니다. 종종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나이든 나무를 베어내고 새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수종갱신이 빈번합니다. 기존의 숲을 ‘불량림’으로 평가하고 베어낸 후, 소나무와 낙엽송 등 일부 수종만 심는 경제림도 있으며,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기존의 참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숲도 있습니다.
수종갱신은 앞으로 더 많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림청은 작년 7월 제 3차 탄소흡수원 증진 종합계획 발표를 통해, 2027년까지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산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날 산림청장은 “오래된 숲은 베서 목재로 활용하고 산림 바이오매스(목재를 태워 전력을 만드는 발전)로 혼용해 나가고, 나무를 베서 그 장소에 어린 나무를 심으면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포된 숲이 된다. 이게 경제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국제적인 스탠다드로 건강하고 가치있는 숲의 모습입니다.” 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수종갱신은 정말로 필요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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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숲을 베어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한 근거는 탄소흡수력에 있습니다. 산림청은 나무가 30살부터 탄소흡수력이 떨어지기에, 젊고 건강한 나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지 의문스럽습니다. 벌목과 바이오매스를 위한 나무 소각 과정에서 30~40년간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게다가 새로 심은 나무가 이전 나무만큼의 탄소흡수력을 갖추기까지는 또 30~40년이 걸립니다. 이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는 커녕 되려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나무의 탄소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오래된 나무가 되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는 결과도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전 세계 302종의 나무를 분석한 결과, 더 오래되고 큰 나무가 어린 나무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연구진이 보르네오 북부의 천연림과 인공림 등 다양한 종류의 숲은 분석한 결과, 천연림의 탄소 저장량은 다른 숲에 비해 40~60% 높았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나무는 탄소흡수력이 떨어진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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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나무를 심기보다 기존의 숲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기존 나무를 유지하고 훼손된 지역을 복원함으로써 약 226 기가톤의 탄소가 저장될 수 있습니다. 이는 2022년 미국에서 배출된 탄소량의 약 50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종만을 대량으로 심는 일은 산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종갱신은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지 않은 것을 넘어,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전라남도 화순군의 꿀벌 특화림입니다. 기존의 숲을 베어내고 꿀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화밀이 많이 나오는 아까시나무 및 헛개나무 등 1~2개 수종만으로 이루어진 숲을 조성하기 위해 모두베기를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숲에 살던 무수한 동식물의 터전이 한 순간에 사라집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점점 가시화되는 현 시점에서, 주요 탄소흡수원이자 육상생물의 80%가 서식하는 숲을 베어내는 일은 기후위기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수종갱신 역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