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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을 넘어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이 필요한 이유

글: 네리아 라미레즈 피리스 그린피스 에코페미니즘 코디네이터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의식주 외에도 보장받아야 할 권리 중 하나가 이동권 입니다.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모두 누리고 계신가요?

우리가 어디로 갈지 무엇이 결정하나요?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에 필수적인 교통 체계, 하지만 모든 시민이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컨대 유럽의 교통 체계는 일반적으로 비장애인이면서 중산층 이상인 중년의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이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데 조금 혹은 더 많이 불편하거나 불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운행 중인 지역 열차. © Paul Langrock / Greenpeace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운행 중인 지역 열차. © Paul Langrock / Greenpeace

이동의 불평등: 소외계층과 대중교통

인종, 성별, 소득수준, 장애가 개인의 이동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뒷받침돼왔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도시 지역에서 대중교통으로 60분 이상의 긴 통근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유색인종 노동자들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가 교통비 때문에 "항상" 또는 "이따금씩" 병원 진료에 가지 못한다고 답했고, 26%는 교통비 부담으로 초·중·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것을 중단했으며, 51%는 여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항상" 또는 "이따금씩" 병원 진료를 건너뛴다고 대답한 통근자들의 분명한 특징이 있는데요. 이들은 기초 교육만 받은 저소득층 유색인종 여성이었습니다.

여성이 겪는 통근 문제는 안전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조사에서, 여성들은 버스 정류장과 기차역에서 교통편을 기다리는 것에 대해 우려와 두려움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늦은 시간대에 더 심한 걸로 나타났는데요. 바르셀로나에서는 2020년에 조사된 여성의 절반 이상이 대중교통에서 어떤 형태로든 성희롱을 경험했고, 로스앤젤레스의 지하철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탑승자의 20%만이 야간 승차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이스트 런던의 도크랜드 경전철(DLR). © Jiri Rezac / Greenpeace
영국 이스트 런던의 도크랜드 경전철(DLR). © Jiri Rezac / Greenpeace

미국, 영국, 이스라엘에서 수행된 조사에 따르면, LGBTQIA+ 공동체 역시 대중교통의 안전에 대해 비슷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중교통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특정한 순간에 겪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그런 불안감을 갖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직업적, 경제적 문제나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근무하기를 회피하거나, 특정 경로를 지나야 하는 사회활동이나 직장 행사에 참여하기를 꺼리게 될 수도 있죠.

안전 외에 대중 교통 체계에서 흔히 간과되는 다른 요인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입니다. 예들 들어, 2019년에 영국에서 장애를 가진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6% 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9개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더 고립된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통 정책이 그들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거나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죠.

덴마크 코펜하겐. 일부 도시에서는 휠체어나 이동용 스쿠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 Chris Grodotzki / Greenpeace
덴마크 코펜하겐. 일부 도시에서는 휠체어나 이동용 스쿠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 Chris Grodotzki / Greenpeace

이동성의 확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상대적으로 교통 체계가 잘 갖춰진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사례는 단지 몇 가지 예시에 불과할 뿐 현실에서 비슷한 일은 늘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력, 성별, 나이, 인종, 장애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누군가는 대중 교통 이용 또는 이동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로 이동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선택일 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교통 및 이동의 제약은 개인의 삶을 제한하고, 소득, 건강, 인간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관련 연구들은 특정한 이동 패턴이 성 역할을 비롯한 기존의 여러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유지 또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디르만 거리와 교통. © Afriadi Hikmal / Greenpeace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디르만 거리와 교통. © Afriadi Hikmal / Greenpeace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를 두루 충족하면서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교통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더 자유롭게 사회에 참여하고 직업, 교육, 보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통 정책을 계획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더욱 많은 사람을 포괄하고 그들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저렴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공공 인프라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것이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까지도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예방하고 안전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갈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교통 체계에 소외계층을 포함한 전체 사회구성원의 관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동권의 보장은 개인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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