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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의 923기후정의행진 비하인드 스토리 (하)

글: 김지우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그린피스의 923기후정의행진 비하인드 스토리(상)편 읽고 오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시민의 목소리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기 전, 약 90분 동안 행진 참여 단체가 시민을 만나는 사전부스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시민이 집단행동의 힘을 경험해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시민과 함께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한 시스템 전환의 모습을 상상하고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사전부스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이윤 창출과 무한 성장이 아닌 사람과 지구를 우선시 하는 사람의 방식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머릿속에 한 번씩 그려본 ‘더 나은 내일’에 대한 모습을 공유하고 서로에게서 배운다면, 더 많은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비전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비전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9가지 원칙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9가지 원칙

모두를 위한 정의를 지키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화에 함께 참여하다 보면 어느새 왜 ‘기후정의’를 위한 근본적 시스템 변화가 필요한지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정의, 공정, 다양성, 포용성, 안전(Justice, Equlity, Diversity, Inclusion & Safety)’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알리고자 하는 그린피스의 의도에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나무’라는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그린피스 부스를 방문한 시민은 색색깔의 종이에 그들의 ‘더 나은 내일’은 어떤 모습인지 글 또는 그림으로 표현해 나무에 걸었습니다.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미래에도 지금 볼 수있는 환경, 동물, 먹거리를 볼 수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안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고 싶어요’
‘기후난민이 없는 세상’
‘마스크는 방한용으로만 쓰는 세상’
‘RE100 1위 대한민국’
‘기후정의가 당연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나무에 적힌 시민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은 향후 그린피스 캠페인에서 사용할 예정이며, 이 나무는 행사 종료 후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스태프는 물론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에게도 잘 보이는 공용 공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소원 나무에 걸 메시지를 작성하는 시민
소원 나무에 걸 메시지를 작성하는 시민

‘시민의 힘’이 눈에 보이는 순간

그린피스 부스를 찾아주신 약 500명의 시민분께 직접 제작한 손배너를 나눠드리고 그린피스 깃발 아래 행진 대오에서 모이시도록 안내했습니다. 행진 방향이 광화문 방면과 용산 방면으로 두 갈래로 나눠진 탓에 많은 분과 함께할 수 없었지만 행진 대오 내에서 시민들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용산 집무실로 향하는 행진을 이어 나갔습니다.

행진이 원래 이렇게 흥겨운 것이었나요? 절멸을 맞이할 위기에 놓인 우리가 행정부와 기업에 시스템 변화의 시급성을 외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하기에는 행진 현장은 꽤 흥겨웠습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고, 시민은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았던 가요의 리듬에 맞춰 흥겨운 스텝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시급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심각하고 우울하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따라 외치고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크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행진 대오의 가장자리에는 소속 단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색색깔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주말 오후 3시, 거리에 행진하는 시민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행진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많은 눈이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의 시민들, 행렬 옆을 지나는 운전자들과 버스 안의 승객들이었죠. 또한 교통 통제가 수반되는 행진이다 보니 많은 경찰 관계자도 거리 위에서 함께 하였습니다. 행진에 함께한 시민들은 잊지 않고 틈틈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밝은 인사를 건넸습니다. 기분 탓이었을까요, 저는 행진하는 와중에 마주친 많은 눈동자에서 따뜻한 연대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각 행진 대오를 이끄는 트럭에는 2명의 사회자가 함께하는 시스템인데, 그린피스가 속한 대오를 이끄는 트럭에는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사회자로 함께했습니다. 2시간이라는 긴 행진 시간 동안 심금을 울리는 명언은 많았으나, 특히 기억이 남는 은서 캠페이너의 발언을 옮겨보았습니다.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기후위기를
걱정해서 거리로 나온 평범한 ‘우리’입니다.
나 혼자 무엇을 해야 이 큰 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혼자 무엇을 하는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여러분, 숙대입구를 지나 남영역에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36년 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있는 곳입니다.
그때 우리는 군부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민주화에 대한 강력한 열망으로 함께 힘을 합쳐서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직접 선거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만든 큰 변화,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이야기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은 토요일, 이렇게 거리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우리들도
큰 흐름이 되어 기후위기의 역사를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트럭 위에서 발언을 이어가는 사회자
트럭 위에서 발언을 이어가는 사회자
배너를 들고있는 행진 참가자
배너를 들고있는 행진 참가자
다이인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시민들
다이인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시민들

흥겹게 참여하는 행진 참가자들
흥겹게 참여하는 행진 참가자들

혹시 알고 계셨나요? 비밀리에 준비했지만 취소된 깜짝 이벤트

사실 흥겨운 행진이 마무리되는 남영역 인근에서 한 가지 깜짝 이벤트가 더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아쉽게 취소되었습니다. 바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남영동의 한 건물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시작된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었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안내하지 않고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는데 행진이 진행된 토요일, 바람이 예상보다 강하여 현수막을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리허설 과정에서 취소를 결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면서 행진에 참여한 시민의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깜짝 이벤트는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배너 드롭 이벤트 이미지- 기후행진조직위 제공
배너 드롭 이벤트 이미지- 기후행진조직위 제공

3만 명의 피플파워, 그린피스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기후정의행진은 이 목소리를 실체화하는 자리였고, 앞으로 이런 자리는 더 자주, 크고 작은 규모로 조직될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그린피스가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해 어떤 구체적이고 담대한 활동을 이어 나갈지 궁금하지 않나요?

  • 기후정의행진이 있었던 지난 2023년 9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보를 담은 ‘기후공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며 167명의 시민과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 2023년 11월에는 두바이에서 28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즉 COP28이 열립니다. 그린피스는 첫번째 회의부터 지난 30여년간 기후변화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NGO의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에 함께해 왔습니다. 이번 COP28에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모든 화석연료의 빠르고 정의롭고 완전한 퇴출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파리협정의 목표 이행경과 및 진전사항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점검 및 평가하는 절차인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처음으로 완료되는 회의인 만큼 여전히 매우 부족한 각국과 기업의 기후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입니다.
  • 2024년 4월에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집니다. 그린피스는 기후부정의에 맞서는 정책 제안을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포함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금 정부정책대로라면 2030년까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한국의 탄소배출한계치 45억 톤 가운데 41억 톤이 소진됩니다. 현재 청년과 아동세대들이 과도한 탄소감축의 짐을 지는 불공정한 기후정책입니다.

923기후정의행진에 전국 곳곳에서 함께 행진하며 목소리와 힘을 나누었던 시민과, 현장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셨던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후 운동은 단 하루의 행진으로 끝나선 안됩니다. 우리는 기후에 있어 중요한 임계점을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매일 맞이하고 있습니다. 행진 현장에서 서로 나누었던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 짧지 않은 여정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그린피스의 캠페인에서 뵙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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