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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언제까지 ‘벤츠’일 수 있을까?

글: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2023년 자동차 기업 친환경 평가 순위’가 발표됐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랜 역사의 자동차 기업인 벤츠는 이번 평가에서 1위에 올랐는데요. 1위를 차지했지만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벤츠, 한국인이 사랑하는 친환경 자동차?

한국에서 7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를 아시나요?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입니다. 2022년, 벤츠는 BMW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8만976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연간 판매실적 1위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벤츠가 1위를 한 분야가 또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최근 세계 15개 주요 자동차 기업의 친환경 평가 순위를 발표했는데요. 벤츠는 탈내연기관 및 공급망 탈탄소화 계획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아 평가 대상 중 1위에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와 같은 무배출 차량(ZEV) 판매 비중(7.25%)에 비하면 여전히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자동차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97년 역사의 벤츠, 그리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요 자동차 기업들. 오랜 기간 세계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자동차에서 뿜어 나온 이산화탄소로 인해 심화되어 온 기후위기에도 더 많은 책임을 가지고 기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벤츠는 그린피스의 자동차 기업 친환경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벤츠는 그린피스의 자동차 기업 친환경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 94%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판매

2022년 전 세계 수송부문 배출량은 전년보다 2.1% 늘어났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2022년 전 세계 배출량의 17.9%가 육상 수송부문에서 발생했습니다. 수송부문에서 가장 큰 배출원은 승용차로, 2018년 기준 수송부문 배출량의 45%를 차지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매년 3% 이상 감축해야 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해야만 넷제로 목표에 부합하는 탈탄소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요?

그린피스는 세계 15개 주요 자동차 기업들을 크게 세 가지 항목, ‘탈내연기관 계획', ‘공급망 탈탄소화', ‘자원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 성과에 따라 평가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15개 기업이 2022년에 판매한 자동차의 94%가 내연기관차라는 사실입니다. 경유,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은 5,550만 대에 달한 반면, ZEV 판매량은 330만 대에 불과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연기관차가 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세계 15개 주요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했다(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 스텔란티스, 제너럴 모터스(GM), 혼다, 포드, 닛산, 상하이자동차(SAIC), 스즈키, BMW,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그린피스는 세계 15개 주요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했다(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 스텔란티스, 제너럴 모터스(GM), 혼다, 포드, 닛산, 상하이자동차(SAIC), 스즈키, BMW,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벤츠와 BMW는 이번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두 기업의 ZEV 판매량과 내연기관차 퇴출 속도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데요. 15개 자동차 기업들은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74%를 차지했지만 ZEV 시장 점유율은 43%에 불과했습니다. 이들이 내연기관차 판매에 집중하는 사이 테슬라, BYD 등 전기차 제조사들이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벤츠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이 성적을 마냥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1위의 점수가 100점 만점에 41.1점인데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에는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업 규모와 시장 점유율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각 기업이 앞다퉈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가 무색할 정도로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친환경 성적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닛산, 토요타, 스즈키 최하위권, 현대기아는?

글로벌 판매 1위의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하이브리드차를 고집하던 토요타가 2022년 판매한 전기차는 400대 중 1대도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전기차를 한 대도 팔지 않은 스즈키는 이번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했구요.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유럽, 중국,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대기아도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현대기아는 15개 기업 중 9위로 이번에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국내 1위이자 2022년 글로벌 판매량 3위로 우뚝 선 현대기아가 친환경 평가에서는 상위권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기업들 보다 전기차 판매속도가 더디기 때문입니다. 높은 SUV 판매량도 문제입니다. 현대기아의 전체 판매량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간 계속 증가해 2022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늘어나는 SUV 판매량 만큼 도로 위의 탄소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2023 투싼. 2022년 현대기아의 SUV 판매 비중은 53%로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다.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2023 투싼. 2022년 현대기아의 SUV 판매 비중은 53%로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다.

현대기아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SUV에 의존하는 것은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후변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기업의 계획과 모순됩니다. 평균적으로 SUV의 철강 사용량은 다른 유형의 승용차보다 20% 더 많고, 연료 효율도 낮기 때문에 소형 자동차에 비해 탄소 발자국이 큽니다. 현대기아의 ZEV 판매 비중은 지난 5년 간 매년 1~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다른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습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는 이에 걸맞는 기후 책임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전기차 전환만이 해답이 아니다

전동화를 향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내연기관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전기차 수요가 커지는 시장 흐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과 판매를 늘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닙니다. 전동화 및 탄소중립 노력은 단순히 더 이상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제조 및 조달 구조를 재구축하는 것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탈내연기관의 가속화와 더불어 전기차를 진정한 친환경차로 만들어 줄 재생에너지 충전시설 확대, 공급망 탈탄소화 및 자원 사용량 감축, 정의로운 전환 등이 함께 이루어질 때 진정한 탄소중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현재 속도로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을 앞당기기에 너무 느립니다. 탄소중립 달성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자동차 기업들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걸린 일이기도 합니다. 피할 길이 없다면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탄소중립을 선도해 나가는 것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빠른 탈내연기관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빠른 탈내연기관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동차 기업이 해야 할 6가지 필수 과제

진정한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그린피스는 세계 15개 주요 자동차 기업들에게 다음 사항의 빠른 이행을 요구합니다.

1. 탈내연기관 가속화
그린피스는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에 2030년까지 주요 시장(미국, 중국, 한국, 일본)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유럽에서는 2028년까지 중단해야 합니다.

2. 재생 에너지 충전시설 확대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를 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했을 경우에만 전기차는 진정한 의미의 탄소 제로 차량이 됩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 충전시설을 확충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철강 탈탄소화 가속화
철강은 제조 단계에서 자동차 탄소 발자국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원자재의 탄소 발자국 감사 및 공시, 저탄소 철강 구매 약속, 철강 탄소 감축 목표 설정, SUV 생산 축소, 탄소 제로 철강 기술 개발 가속화 등 철강의 탈탄소화를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합니다.

4. 공급망의 탈탄소화 및 자원 사용량 감축
자동차 기업들은 자원 소비량, 탄소 배출량, 기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저감하기 위해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배터리의 용도 전환 및 재활용 효율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5.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보장
자동차 기업들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도록 투자하고 정책을 마련할 책임이 있습니다. 산업 전환 정책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합니다.

6. 모빌리티 인식 전환 및 자가용 소유 축소
탄소 제로 모빌리티의 미래에는 개인 소유 차량이 대폭 줄어들고, 대중교통 시스템의 효율성이 개선되며, 차량 공유 방법이 다양화되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도시 재설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동차 기업들은 자동차 판매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정부는 탄소중립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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