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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정치가 청년과 아동에게 부과한 탄소의 짐

해법은 공평한 탄소예산 분배와 재생에너지 확대

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기성세대가 내뿜었던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기후위기는 앞으로 청년과 아동들에게 더욱더 가혹하게 몰아칠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년과 아동세대가 더 많은 탄소감축의 부담을 안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청년들, 과연 그들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요?

한 가지 흥미로운 설문 결과를 공유해 드릴게요.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의 글로벌 2022 M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과 기후위기가 청년들로부터 희망을 앗아가고 삶을 고단하게 하는 주 요인으로 나타났어요.

딜로이트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MZ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주거비와 교통비, 공과금 등 ‘생활비’였습니다. 그다음은 기후위기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글로벌 Z세대의 최대우려사안은 생활비가 29%, 기후변화 24%였습니다. 밀레니얼도 생활비가 36%로 1위, 기후변화가 2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도 밀레니얼 세대 고민 1순위는 생활비, 2순위는 기후변화였어요.

딜로이트는 생활비가 최대 우려로 꼽힌 것은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세계 경제 상황이 반영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MZ 세대가 사회 전반에 걸친 부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자국 정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데 동의”하는 청년 숫자는 한국이 해외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한국 Z세대의 경우 4%, 밀레니얼 세대는 3%에 불과했습니다. 글로벌 Z세대는 11%, 글로벌 밀레니얼은 13%였습니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본다면 어쩌면 이 같은 결과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올해 3월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을 뜯어보면 청년과 아동 세대들이 감당해야할 향후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성정치인들의 편의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국회 앞에서 공정한 탄소예산 배분을 요구하며 탄소의 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청년들이 국회 앞에서 공정한 탄소예산 배분을 요구하며 탄소의 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청년과 아동들에게 너무 불공정한 탄소예산 분배

그 이유는 바로 불공평한 탄소예산 배분입니다. 탄소예산이란 쉽게 말하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탄소배출한도’입니다. 강물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독극물이 퍼져서 심각하게 오염되면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대기 중에 일정한 양을 넘는 탄소가 배출되면 기후위기가 너무나 심해집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은 꼭 지켜야 할 탄소배출한도치를 정했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 배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6년 안에 탄소예산은 고갈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기준) 이럴 경우 지구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면서 전례 없이 심각한 기후위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한정된 탄소예산을 최대한 아껴 쓰면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청년과 기성세대 간 분배된 탄소예산은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 봐도 전세계 탄소예산을 쪼개서 한국이 쓸 수 있는 양은 2023년 기준으로 45억 톤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41억 톤의 탄소예산이 소진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결국 2030년 이후를 살아가야 할 청년들은 오로지 4억 톤의 탄소예산만 쓸 수 있는 셈입니다. 갑자기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가 나타나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을 거에요. 결국 탄소 감축을 위한 무거운 짐들을 지금 청년과 아동세대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2030년까지 45억 톤 가운데 41억 톤의 탄소예산을 쓰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까지 향후 남은 탄소예산은 4억 톤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45억 톤 가운데 41억 톤의 탄소예산을 쓰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까지 향후 남은 탄소예산은 4억 톤에 불과하다.
2021년까지 세대별로 살아 있는 동안 한국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량. 알파세대와 부모세대간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한국 데이터 재구성
2021년까지 세대별로 살아 있는 동안 한국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량. 알파세대와 부모세대간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한국 데이터 재구성

해결책은 공정한 배분과 재생에너지 확대

지금 현 기성세대가 탄소배출을 급격하게 줄이는 것만이 청년과 아동 세대 등이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길입니다. 이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더 가파르고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독일 헌법재판소는 한 세대가 이산화탄소 할당량(탄소예산) 대부분을 써버리고 다음 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물려주는 것은 허용되서는 안된다며 국가가 더욱더 긴급한 조치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독일정부는 기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90년 대비 55%에서 65% 감축으로 목표를 상향했습니다.

태국의 한 병원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고 있다.
태국의 한 병원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고 있다.

한국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0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현세대와 청년, 아동세대 간 공정한 부담을 나눠야 합니다. 지금 세대가 좀 더 빠르게 탄소배출을 줄여 나가야 향후 청년들과 아동들의 부담이 줄어들 거예요.

그렇다면 공정한 배분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해법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습니다. 현재 가장 빠르고 안전하며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은 열이나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계약시점부터 준공까지 대략 8~12개월 정도 걸립니다. 비용 문제도 해결되고 있어요. 최근 한국에서도 태양광 발전비용이 골든크로스 지점까지 이르렀습니다. 에너지 환경분야 싱크탱크인 ‘넥스트’ 그룹에 따르면 지붕형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일반 건물과 공장 전기요금보다 더 싸졌습니다. 재생에너지의 매력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분야라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으로 한국은 2030년까지 최대 86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보면 탄소예산을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 빠르게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지금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까지 도움을 주는 이상적인 청년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국민 누구나 안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을 헌법이 말해주고 있죠.

지금 정부를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은 과도한 탄소감축의 짐을 청년과 아동세대에게 부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자리도 늘리고 기후위기도 막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줄이고 예산도 축소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가가 헌법에 쓰여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소홀히 한다면 당당히 우리 권리를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우리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잠시 사용하는 대리인일 뿐이니까요.

함께 변화 만들기

부록: Q/A로 알아보는 탄소예산

질문 : 탄소예산이 뭔가요?

탄소예산이란 쉽게 생각하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탄소배출한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강물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독극물이 퍼져서 심각하게 오염되면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대기 중에 일정한 양을 넘는 탄소가 배출되면 기후위기가 너무나 심해지기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은 꼭 지켜야 할 탄소배출한도치를 정했습니다. 참고로 탄소예산이란 온실가스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합니다.

질문 : 한국에 부여된 탄소예산 얼마이고 어떻게 계산했나요?

UN 산하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남은 탄소예산은 4천억 톤 가량입니다.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추산해 2023년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면 올해부터는 2734억 톤 정도 남은 셈이죠. 한국이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1.66%를 차지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한국의 2023년 이후 탄소예산은 45억 톤입니다. 만약 세계 인구대비 1%도 안되는 한국 인구를 비례로 계산하게된다면 우리나라의 탄소예산은 훨씬 더 줄어듭니다.

질문 :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1.5℃를 넘나요? 생물 멸종 위기? 해수면 상승?

현재 과학자들은 빠르면 지금부터 늦어도 2040년 사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오르게 될 경우 물 부족, 식량 부족 등 기후리스크에 처하는 전 세계 인구는 3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도까지 오르면 이보다 4배 많은 12억 명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질문 : 한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탄소예산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안 되나요? 수치적으로 봤을 때 연간 배출량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빠르게 줄여서 2050년 탄소중립으로 도달하는 아래로 오목하게 들어가는 형태의 배출경로를 그려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발전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라는 대체 수단이 이미 존재합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급격하게 줄이고 향후에 기술 발전 등을 통해 산업분야,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야 합니다. 하지만 산업, 농업 분야 등은 현재 발전 분야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빨리 줄여야 해요.

질문 : 지금 내가 10대/20대/30대인데 2030년 이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지구 기온이 1.5도를 넘어 2도씨까지 상승할 경우 매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5도가 넘더라도 2도씨까지 상승폭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한 기후위기의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가뭄,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로 시작해 인플레이션 증가와 난민 발생, 전쟁 등 다양한 연쇄 부작용을 몰고 오게 됩니다.

질문 :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한국보다 상황이 심한 국가는 어디고 그 나라에서는 어떤 정책, 정부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가요?

많은 국가들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상향하고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은 역사상 가장 많은 기후에너지 예산을 편성하는 IRA 법을 통과해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질문 :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텀블러 쓰기나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탄소예산을 아껴 쓰는데 의미가 있을까요?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텀블러나 대중교통 이용을 통해서 수요를 줄이기 위한 시민들이 활동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집단화되고 제도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정책과 시장질서를 보다 친환경 지향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탄소예산을 바로 잡으려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