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기후
5분

그린피스의 923기후정의행진 비하인드 스토리(상)

글: 김지우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지난 9월 23일 토요일, 2023년도의 기후정의행진이 서울 도심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습니다. 서울에서는 3만여 명의 시민이 거리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드높였고, 그린피스도 이에 함께 했습니다. 그린피스 직원은 어떤 고민을 안고, 어떻게 2023년도 행진을 준비했는지 기후정의행진 뒷이야기를 짧게 준비했습니다.

그린피스의 기후 행동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방법으로 기후위기를 대항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대규모의 시민 기후 행동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5년 11월, COP21 기간에 맞춰 전 세계 지도자에게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요구하며 1천여 명의 시민과 지역/국제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2017년 3월 25일, 1천여 명의 시민이 충남 당진에서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 석탄 그만! 국제 공동행동의 날’ 행사를 열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규 석탄발전소 계획 폐지를 요구했었죠.

그리고 다음 해인 2018년 5월 20일, 서울 청계광장에 그린피스와 세계 환경단체가 ‘지구를 지키는 온도, 우리를 지키는 온도 1.5도’라는 제목으로 ‘기후행진 2018’을 진행했습니다. 청년 환경단체와 정당, 대학 동아리, 유럽연합대표부 등 수백 명의 시민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하나로 대학로에서 보신각까지 약 5천 명의 시민과 함께 행진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지나 2022년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에 3만 5천여 명의 시민과 함께 거대한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기후행동에 다양한 형태로 함께하며 그린피스는 기후행진의 핵심 요소는 시민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단순히 행진에 초대된 손님으로써가 아니라, 행진을 구성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진정한 피플파워(People power)를 보여주었습니다. 올해도 더 많은 시민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이 있었고, 기후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기후정의행진을 바라나요?”

“평화를 지키는 것이 좋아요.”
“친구와 함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 같았으면 좋겠어요.”
“자원을 펑펑 소비하지 않는 행진이 진정 기후를 위한 행진이 아닐까요.”
“행진이 끝난 후 가슴에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923기후정의행진은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는 3시 이전, 2시부터 사전집회가 있고 12시 30분부터 약 90분 동안 행진 참여 단체가 시민을 만나 각종 시민참여 이벤트를 진행하고 만나는 사전 부스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이 사전 부스에서 3가지 요소를 통해 시민이 바라는 기후정의행진을 구성했습니다.

  1. 행진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
  2.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요소
  3. 그린피스를 응원해주시는 분께 감사를 전하는 요소

오프라인 행진을 준비하는 환경단체의 고민과 딜레마

기후정의행진을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삼바 축제로 만들자고 직원들은 우스갯소리를 나누었지만, 가장 큰 고민이 남아있었습니다. 과연 기후를 걱정하는 우리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행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행진을 준비하면서 답을 찾으려 노력했던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무분별한 배너나 출력물 제작은 지양하면서도 우리 단체의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까?
  • 흥겨운 페스티벌 분위기를 내면서도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아이템이 있을까?
  •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보관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활용도가 높으며 오래 쓸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
  •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재사용/재활용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고민 끝에 그린피스는 사전 부스에서 리플렛을 배부하지 않고, 꼭 필요한 내용만 출력하여 패널이나 배너를 통해 소개해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소개할 내용이 많은 경우에는 QR코드를 활용하기로 했죠. 행진 때 필요한 포스터는 꼭 필요한 수량만큼만 출력하여 창고에 있던 폼보드에 덧붙여 재사용했습니다. 새로운 물품을 꼭 구매해야 한다면 가장 환경적 영향이 적은 제품으로 검색하고 구매했으며, 앞으로도 쓰임이 많을지 충분히 고민하고 구매했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만든 손배너

불필요한 인쇄물 출력을 최소화하면서도 통일된 메시지의 손배너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현수막을 재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린피스의 다양한 활동에는 현수막이 쓰이곤 합니다. 가능한 한 최소한의 현수막을 제작하고, 제작하게 되더라도 이후에 다양한 방면으로 업사이클, 재사용이 가능한 튼튼한 원단을 우선하여 사용합니다.

지난 2020년도 캠페인에 사용했던 현수막은 가로 30m, 세로 6m에 달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대형 크기였습니다. 이 현수막의 일부를 잘라서 가로 40cm, 세로 20cm 크기의 손배너 약 400개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린피스 직원 약 25명이 수공예 인쇄법인 실크스크리닝을 통해 400개의 손배너에 메시지와 로고를 찍는, 수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실크스크린 인쇄를 담당한 직원은 행진 전 5일에 걸쳐 매일 점심 시간 이후 한 시간씩 큰 회의실에서 함께 작업했습니다. 실크스크린은 실크 판을 통해 잉크를 통과시켜 원하는 모양을 출력하는 수공예 기법으로, 천이나 종이에 같은 모양을 반복적으로 인쇄하기에 비교적 쉬워 기후정의행진 배너 제작 시 이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물론 공장에 맡기면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편리한 디지털 방식의 인쇄도 있을 테지만, 하나하나 직접 가위로 재단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낸 가지각색의 배너는 참여하는 시민들께 드릴 수 있는 의미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은 기후정의행진 당일 그린피스 부스를 방문해주시는 분께 손편지를 드린다는 마음으로 정성들여 세상에 하나뿐인 400여 개의 손배너를 한땀 한땀 제작했습니다.

힙함의 끝, 제로웨이스트 디지털 타투 프린트

흥겨운 페스티벌을 떠올리면 알록달록 얼굴이나 몸에 개성 넘치는 타투 스티커가 함께 떠오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판박이가 있습니다. 부착과 제작이 쉽지만 필연적으로 종이와 비닐 껍데기라는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붓과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의 경우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붓을 든 사람에 따라 그림 완성도의 편차가 크다는 위험 요소가 있었습니다.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불필요한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차에 디지털 프린팅 타투 기계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화장품 성분으로 안전한 잉크로 원하는 디자인을 아프지 않게 몇 초 만에 피부에 전사할 수 있으며 지우는 것도 편리했습니다. 무엇보다 매우 소량의 잉크만 사용할 수 있었죠. 앞으로 다양한 시민 참여 활동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활용도가 만점인 아이템이었죠.

감사의 선물은 기왕이면 유기농, 기왕이면 실용적

그린피스는 뉴스레터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저희 소식을 받거나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주시는 분께 특별히 사전등록을 요청했습니다. 그린피스를 통해 923기후정의행진 소식을 접하고 직접 찾아와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따로 선물을 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전등록 후 부스를 방문해주시는 분께는 행진할 때 눈에 잘 보이면서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잘 쓰실 수 있는 물건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고심 끝에 그린피스의 기후위기 마스코트인 열받곰이 자수로 새겨진 오가닉 면 손수건을 제작해드렸습니다. 휴지,물티슈, 행주 대신 열심히 쓰임을 다하길 기원하면서 말이죠.

오늘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에 부딪혔는지, 그리고 어떻게 직원과 행진 사전 준비를 함께했는지 간략하게 소개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923기후정의행진 현장에서의 생생한 모습과 행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로 등록하시고 더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에서 만나요!

그린피스 자원봉사자 신청하기

그린피스의 923기후정의행진 비하인드 스토리(하)편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