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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찾아간 이유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는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 167명의 시민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린워싱과 헌법재판소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린피스가 헌법재판소를 찾아간 이유

그린피스는 시민들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찾았습니다. 심각해져 가는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린워싱과 헌법재판소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아래의 사진과 설명을 찬찬히 보시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헌법소원 청구인단에 이름을 올린 167명의 시민들처럼요.

그린피스는 9월 20일 오전, 시민들과 함께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전체 청구인단을 대표해 9명의 시민분들께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높이 2미터의 대형 금고 조형물과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요. ‘ESG 경영 1급 비밀’, ‘그린워싱’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고 조형물을 통해 기업의 기후대응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소송 참가자들이 대형 열쇠를 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기후공시 헌법 소원’이 필요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냈죠. 그리고 ‘재산권 환경권 침해, 자본시장법 위헌’이라는 글씨를 들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 공개를 촉구했습니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소송인단으로 참가한 시민들과 조형물 퍼포먼스 모습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소송인단으로 참가한 시민들과 조형물 퍼포먼스 모습 © Jung-geun Augustine Park / Greenpeace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 ‘기후공시'

날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제 전 세계 투자자들은 기업의 대응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능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판단해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핵심 정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상장 기업이 의무적으로 작성하여 공개해야 하는 사업보고서에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는 EU와 미국, 국제회계기준 등 전 세계에서 도입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죠. (기후공시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이 링크를 클릭해 확인해 보세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있습니다. 바로 ‘자본시장법’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입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애석하게도 기업의 투명한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지 않습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기후위기 관련 위험과 대응, 그리고 구체적인 전략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곧 투자자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는 문제죠. 게다가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으면 기업의 그린워싱을 막을 수 없고, 결국 국민 모두의 환경권도 침해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소송인단으로 참가한 시민이 청구서를 들고 있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소송인단으로 참가한 시민이 청구서를 들고 있다 © Jung-geun Augustine Park / Greenpeace

지금 기업들은 기후 정보를 일부 공개하고 있지만 신뢰성과 비교가능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수백여 개의 다양한 기준들 중 기업이 선호하는 기준을 선택하고 조합하여 기업 자신만의 ‘레시피(Recipe)’를 만들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공개해 왔습니다. 게다가 기업 ESG 활동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죠. 더 큰 문제는 연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미달했다면 원인은 무엇인지, 개선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은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외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얼마이고, 전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파악하기 힘듭니다.

무분별한 그린워싱을 막을 수 있는 키, 투명한 기후 정보공개

기업의 투명한 기후 정보공개는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투자자는 기후 대응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기업에서 미리 투자를 철회하여 손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며, 일반 소비자는 기업의 그린워싱에 속지 않고 제대로 가치소비를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의 실질적 행동을 유도할 수 있고 기업의 무분별한 그린워싱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선언한 목표를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밝혀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시민이 기업을 감독하고 환경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시민은 신뢰할 수 있고 비교가능한 정보를 통해 기업이 기후위기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죠. 실효성 있는 기후 정보 공개를 법으로 제도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소송인단으로 참가한 시민들과 피켓 퍼포먼스 모습 © Jung-geun Augustine Park / Greenpeace
기후공시 헌법소원에 소송인단으로 참가한 시민들과 피켓 퍼포먼스 모습 © Jung-geun Augustine Park / Greenpeace

기후공시가 법률에 규정되어야 하는 이유

금융위원회는 올해 3분기 ESG 의무공시 로드맵을 발표 예정이었으나, 도입 시기와 범위에 대한 업계의 반발로 인해 발표를 4분기로 미룬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한 3~4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과 관련된 기후공시에 관한 내용을 쉽게 바뀌고, 미뤄질 수 있고, 사라질 수 있는 현행의 금융위원회 고시로 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위반시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는 법률에 기후공시에 관한 최소한의 내용을 규정해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각국의 헌법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환경 역량은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핵심 정보가 되었죠. 국가는 국민의 재산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기후 정보의 공개 의무를 자본시장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공시는 기업이 기후 위기 대응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보호 조치가 될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청구인단 시민들과 함께 조속한 기후공시 도입을 위한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기업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그린피스 캠페인과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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