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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감시단 ②]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는 소셜미디어 속 그린워싱을 적발하고자 시민들과 함께 감시단을 꾸렸습니다. 얼마나 그린워싱이 심각한지, 시민들이 뽑은 가장 심각한 그린워싱 사례는 무엇이며, 그 안에 어떤 놀라운 결과가 숨어있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린피스는 소셜미디어 속 그린워싱을 적발하고자 시민들과 함께 감시단을 꾸리고 4개월 넘는 시간 동안 조사와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결과 발표에 앞서, 그린워싱이 무엇이고 그린피스는 왜 소셜미디어에 주목했는지,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했는지 이전 편에서 다뤘는데요.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은 1편, ‘그린워싱이 무엇일까요? 그린워싱에 대한 4가지 궁금증’ 을 참고해 주세요.

그럼 이제 조사 결과를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얼마나 그린워싱이 심각한지, 시민들이 뽑은 가장 심각한 그린워싱 사례는 무엇이며, 그 안에 어떤 놀라운 결과가 숨어있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나 많이 그린워싱을 한다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 399개 기업 가운데 조사 기간 내(2022.4.1~2023.3.31)에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업로드한 기업은 165곳(41.35%)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올리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눈을 스쳐간 대기업의 인스타그램 계정 10개 중 무려 4개가 그린워싱 게시물이라는 말이죠.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유사한 산업별로 유형화해서 분류해 봤더니, 그린워싱 콘텐츠를 가장 많이 게시한 업종은 다름 아닌 정유·화학·에너지 분야였습니다. 전체 650건의 그린워싱 게시물 가운데 80건에 달했죠. 정유·화학·에너지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이 막대해 감축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그린워싱 사례가 가장 많았다는 것은 기업이 그린워싱 마케팅에만 혈안 되어 있는 걸 보여주는 안타까운 결과입니다. 그 뒤를 이어 건설·기계·자재 분야(62건)가 2등을 기록했고, 금융·보험과 쇼핑·유통이 공동 3등을 차지했습니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생활 용품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뛰어넘는 결과였죠.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출처 :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업종별 그린워싱 게시물 수. 출처 :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이렇게 교묘하게 그린워싱을 하다니!

그린피스는 조사를 위해 그린워싱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바로 자연이미지 남용, 녹색 혁신 과장, 그리고 책임 전가죠. 해당 유형별로 전체 게시물을 판별해 봤더니, 제품의 실제 성능이나 기업의 노력과 무관하게 브랜드와 제품에 친환경 이미지를 더하는 자연 이미지 남용 유형이 51.8%로 가장 많았습니다. 시민 참여형 이벤트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길 우려가 있는 책임 전가 유형이 40.0%로 뒤를 이었죠. 그리고 친환경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관련 정보는 불분명하게 표기한 녹색 혁신 과장 유형은 18.2%를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두 가지 이상의 그린워싱 유형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게시물도 23.3%로 적지 않게 발견되어 얼마나 교묘하게 그린워싱이 이뤄지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린워싱 유형별 전체 케이스. 출처 :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그린워싱 유형별 전체 케이스. 출처 :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그럼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그린워싱 사례를 살펴볼까요?

자연이미지를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롯데칠성음료의 게시물이었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그림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해 제품을 홍보했으나 플라스틱이 99% 이상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며,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해양 생물이 피해를 받는 실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죠. 자연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친환경적이라고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이 뽑은 책임 전가형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는 GS칼텍스가 차지했습니다. 텀블러 사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소개하며 개인의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게시물인데요. 문제는 정유 업계가 전력, 철강, 시멘트와 함께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아닌, 효과가 미미한 개인의 실천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책임 전가 유형은 소비자가 기후위기 대응을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인식할 소지가 커 매우 위험합니다. 더욱이 이러한 게시물이 경품을 수반한 참여형 이벤트와 접목될 경우, 부정적 파급력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 혁신 과장 유형으로 시민들이 뽑은 심각한 그린워싱 사례는 삼성스토어에서 발견됐습니다. 삼성스토어는 삼성전자의 에어컨이 친환경 냉매를 사용했고 ‘솔라셀’(태양광 충전) 리모컨을 갖췄다고 홍보했는데요. 문제는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자사가 만든 마크를 교묘하게 사용하면서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재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게 공인기관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 있죠. 또한, 솔라셀 리모컨 역시 하단에 매우 작은 글씨로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고 USB-C타입 충전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친환경 기술 혁신을 홍보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를 분명하게 서술하지 않을 경우, 일반 소비자는 기업 주장의 사실 여부를 정확히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린워싱 대표 사례. 출처 :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그린워싱 대표 사례. 출처 :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소셜미디어로 침투한 대기업의 위장환경주의』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그린워싱은 생활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정유, 금융, 철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환경 친화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죠. 이렇게 그린워싱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린피스는 그린워싱을 막고 기업이 진짜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다음의 3가지 방안을 기업에게 요구합니다.

  1. 그린워싱 마케팅 근절과 환경 역량 강화 : 기업은 부적절한 ‘자연 이미지 남용’이나 ‘녹색 혁신 과장’과 같은 손쉬운 그린워싱 마케팅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신 탄소중립 목표 시한을 앞당기고, 100% 재생에너지 사용과 같은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기업의 환경 역량을 키우는 모습을 소비자에게 보여야 합니다.
  2. 책임 전가 중단과 신뢰 확보 :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을 교묘하게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의 소통을 지양해야 합니다. 단순히 실적을 채우기 위한 일회성 참여 이벤트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대신, 오염자부담원칙(PPP, Polluter Pays Principle)에 입각하여 기후위기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감시자로서 소비자의 동참을 유도하고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3. 기후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 기업의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한, 그린워싱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일관되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기후 대응 정보를 신속히 공개하도록 ESG 공시 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는 그린워싱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또한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게 할 수 있죠. 그린피스는 시민이 기업을 감독하고 환경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강화시키기 위해 기후 정보 공개를 법률상 제도화하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린피스의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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