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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바비와 공포의 오펜하이머 : 바벤하이머에 숨겨진 이야기

글: 마흐디 리만

올해 극장가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아마도 ‘바벤하이머’일 겁니다. 컬트 영화감독 두 사람이 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두 편이 같은 날 개봉(북미 기준)하고, 동시에 흥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이들 두 작품은 그레타 거윅의 핑크빛 판타지 코미디 ‘바비’,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음울하고 사이키델릭한 드라마 ‘오펜하이머’(국내 8월 개봉 예정)입니다.

두 영화의 사뭇 다른 분위기, 캐릭터, 이슈가 나란히 겹치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넘쳐납니다. 우스꽝스러운 밈부터 실존적 질문에 이르기까지,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바벤하이머로 떠들썩하죠. 그리고 이들 두 영화는 삼림 벌채, 플라스틱 오염, 핵폐기와 같은 실존적 위협을 앞에 두고 그간 그린피스 커뮤니티가 진행해 온 캠페인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바비: 삼림 벌채와 플라스틱을 향한 지독한 사랑

거윅 감독이 만든 영화 ‘바비’는 재미있고 단호한 페미니즘 영화입니다. 배우 마고 로비가 연기한 주인공 바비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때, 이 완벽한 세상에서 모든 게 엉망이 돼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고, 또 감동적입니다. 이 실존적 위기는 바비를 ‘진짜 세상’, 로스앤젤레스를 찾기 위한 여행에 나서게 만들죠.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에서 바비는 60년 전 마텔사가 출시한 플라스틱 인형입니다. 마텔사에 따르면 이 인형은 150개국에서 해마다 5,800만 개, 다시 말해 1분에 100개꼴로 판매됐습니다. 영화 속 바비는 유통기한을 걱정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립지에서 길을 잃고 폐기물로 버려질지언정, 플라스틱 인형은 거의 영원히 존재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바비는 어린 소녀들에게 비현실적인 몸매가 이상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주입시키고, 편향적인 미의 기준을 전파하고 유색인종을 소외시키는 등 여러 문제를 낳았습니다. 그것 말고도 바비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는데, 플라스틱을 향한 지독한 사랑이 그것이죠. 바비의 제작사는 열대우림을 파괴해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다가 우리의 강력한 캠페인에 부딪혀 그만둔 적도 있습니다.

2011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텔 본사에서 진행한 그린피스 액션. ‘켄’으로 분장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마텔 본사에 거대한 배너를 설치하고 있다. 배너의 내용은 화가 난 ‘켄’이 전 여자친구에게 “바비, 그만 끝내. 난 삼림 벌채에 빠진 여자를 사귀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2011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텔 본사에서 진행한 그린피스 액션. ‘켄’으로 분장한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마텔 본사에 거대한 배너를 설치하고 있다. 배너의 내용은 화가 난 ‘켄’이 전 여자친구에게 “바비, 그만 끝내. 난 삼림 벌채에 빠진 여자를 사귀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연구팀은 장난감 제조업체인 마텔이 APP사가 공급하는 펄프로 만든 종이 포장지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APP는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파괴해 온 것으로 드러났죠. 그린피스의 캠페인으로 마텔은 삼림 벌채와 연관된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계 최대 열대우림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펄프 및 제지회사에 맞선 큰 승리였죠.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영상. 2011년, 바비가 화제가 되었던 또 다른 사건을 아시나요? 바로 이 풍자 영상입니다! 그린피스와 수천 명의 서포터들이 그 열풍 뒤에 있었죠.

바비의 또 다른 문제는 ‘그다지 판타스틱하지 않은’ 플라스틱에 관한 것입니다. 작은 인형이 일으키고 있는 큰 문제죠. 2014년 유엔환경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수익 규모를 기준으로 장난감 업계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양은 다른 업계보다 훨씬 많습니다. 지난해 미국 연구자들은 바비인형 하나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해 봤습니다. 182그램의 바비 인형 하나를 생산, 제조, 운송하는 데 약 660그램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플라스틱이 ‘화석연료’로 만든 물건이며(플라스틱의 99%가 파쇄 가스 및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졌다),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유용한 연구결과입니다.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생산량을 제한하고 단계적인 감축을 목표로 삼는 강력한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체결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이유가 그것이죠.

오펜하이머: 핵무기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악몽

1920년대 후반,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미국을 떠나 유럽에서 공부하는 촉망받는 물리학자였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에 대한 열정을 키웠고, 우주의 고요함 속에서 원자, 물질, 죽은 별들이 스스로 붕괴하는 또 다른 세계를 꿈꿨습니다.

당시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원자폭탄을 창조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데 기여하게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세계의 파괴자”가 되기 전이었죠.

인도 타지마할 상공의 핵실험 반대 애드벌룬, 1998년 1월. 그린피스는 인도에서 핵실험 반대 활동을 하며 타지마할 상공에 “핵 무장을 해제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애드벌룬을 띄웠다.
인도 타지마할 상공의 핵실험 반대 애드벌룬, 1998년 1월. 그린피스는 인도에서 핵실험 반대 활동을 하며 타지마할 상공에 “핵 무장을 해제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애드벌룬을 띄웠다.

핵무기는 인류가 만든 가장 파괴적이고, 무차별적이며, 괴물 같은 무기입니다. 2021년 1월, 우리는 중대한 전기를 맞이했습니다.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국제법의 일부로 포함시킨 거죠.

이 조약으로 인해 세계 지도자들은 더 이상 핵무기를 안보를 위한 합법적이고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질 겁니다. 그리고 핵무기에 반대하는 글로벌 규범을 만들어 인류가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음에도, 핵 겨울의 공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3년 6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군비, 군축, 국제 안보 현황에 대한 연례 평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핵 전력은 강화되고 있는 추세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만든 핵무기는 모두를 전멸케 할 것이다. (…) 무차별 학살을 가능케 하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지속가능한 사회는 불가능하다.” 2011년부터 히로시마 시장을 맡고 있는 마쓰이 가즈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만이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을 없애는 유일한 길입니다. 원자력과 핵무기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핵 위협을 종식하려면, 원자력 에너지를 폐기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영화의 결말: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후, 불평등, 보건 위기에 동시에 맞서려면, 한 가지 접근법으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동시에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탐욕이 바로 그것이죠. 우리는 기업의 욕심이나 엘리트의 이윤보다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 평등한 미래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것은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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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디 리만은 프랑스에 거주하며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콘텐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