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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소는 어떻게 장애인을 차별하는가

글: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전기차 선택에는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전기차는 어려운 선택지로 보입니다. 전기차 충전소는 어떻게 장애인을 차별하는지 살펴봅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A씨는 몇 년 전 전기차를 구매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서 직접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왕이면 기후위기를 막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를 탈 때마다 중간에 차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운전을 합니다.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져 있고,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제공형 충전소는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2022년 우리나라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9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전년 대비 68.4% 증가한 수치입니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이 가장 높은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 대수는 평균 9.5대인 반면, 한국은 2.6대입니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전기차는 어려운 선택지로 보입니다. 전기차 충전에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충전기 1대 당 전기차 보급대수 평균 2.6대로, OECD 국가 중에서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충전기 1대 당 전기차 보급대수 평균 2.6대로, OECD 국가 중에서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이 가장 높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전기차 충전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전기차를 충전할 때 어떤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우선 공간적 제약이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충전기까지 이동하려면 차량 문이 완전히 열리고 휠체어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주차 공간의 차량 간 간격이 좁아 문을 활짝 열 수조차 없는 상황이죠. 충전기 앞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경우에도 또 다른 장벽이 놓여 있습니다. 충전기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볼라드)은 휠체어 진입까지 막아버려 충전기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충전기가 높이 설치되어 있으면 휠체어에 앉은 채로 충전 선까지 손이 닿지 않고, 스크린을 확인하거나 결제를 할 수조차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의제공형 전기차 충전소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제공형 전기차 충전소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전기차 충전기는 19만여 기인데, 이 중 0.3%만이 편의제공형 전기차 충전기입니다. 충전을 하기 위해서 장거리를 가야할 뿐더러, 이마저도 한국환경공단에서 운영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는 편의제공형 전기차 충전소 정보가 누락되어 있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도 없습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자동차이기도 하지만 장애인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데요. 전기차는 안전 제동 및 충돌 경고에 도움이 되는 훨씬 많은 안전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고 대부분 기어가 없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기차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전기차 충전소 문제가 전기차 선택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제공형 전기차 충전기 수는 전체 19만 여기의 0.3% 수준(670여 기)으로 매우 부족하다.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제공형 전기차 충전기 수는 전체 19만 여기의 0.3% 수준(670여 기)으로 매우 부족하다.

친환경 이동권 보장을 위한 차별없는 전기차 선택권

기후위기는 모두의 관심사입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 선택에도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정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기차 구매와 충전소 설치를 장려하고 있지만 휠체어 사용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설치지침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련 조례와 세부지침이 마련되고 있지만 실제 설치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전기차가 보다 포용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업체별로 제각각인 충전기 설치 기준이 교통약자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재정비되어야 합니다.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친환경 교통수단과 이동권 보장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2021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10명 중 6명은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장 많은 차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서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 대중교통이 확대되고, 장애인도 걱정 없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행동으로 친환경차가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선택지이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인 교통수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사회ˑ경제적 배경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의 혜택을 받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연대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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