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기후
5분

‘세상에 이런 벌이 있다고?’ 별별 벌 8종을 소개합니다!

글: 김현호 작가
세상은 넓고 벌은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꿀벌부터 잎을 좋아하는 콜론잎벌, 햇빛 샤워를 좋아하는 왜코벌까지. 수많은 벌이 지금도 생태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귀여운데 능력까지 뛰어난 벌들에 대해 지금부터 같이 알아볼까요?

1. 양봉의 대표주자, 서양벌 (Apis Mellifera)

우리나라 양봉장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벌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독일의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들여오면서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토종벌에 비해 몸집도 살짝 더 크고, 꿀도 더 많이 생산합니다. 1960년대 이후 토종벌을 밀어내고 지배종이 되더니, 현재는 우리나라 양봉의 9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치명적인 기생충인 응애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개체 수가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apis mellifera
Observation by Glenn Berry · no rights reserved (inaturalist)

2. 한국인과 함께한 토종벌 (Apis Cerana)

재래 꿀벌이라고도 하는 토종벌은 인도가 고향으로, 과거 고려 시대 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양벌과 습성도, 생김새도 얼핏 비슷해 동일한 종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종입니다. 특히, 토종벌은 서양벌에 비해 혀가 짧아 꿀 채취에 불리하다 보니 꿀 생산성이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낮은 온도에 잘 버티고, 장수말벌 같은 천적에 대한 방어가 서양벌보다 비교적 훌륭합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 낭충봉아부패병이 돌며 90% 이상이 폐사하는 바람에 멸종위기에 빠져있습니다.

apis cerana
Observation by siuyeung ho · no rights reserved (inaturalist)

3. 진동으로 꽃가루를 모으는 뒤영벌 (Bombus terrestris)

뒤영벌이 꽃가루를 얻는 방법은 조금 독특합니다. 혀로 꽃가루를 따는 꿀벌과 달리, 뒤영벌은 날개로 진동을 일으켜서 꽃밥 속에 숨은 꽃가루를 털어내죠. 식물을 수분하는 데에 있어서는 꿀벌보다 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뒤영벌의 개체 수가 2000년대 들어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북미와 유럽 지역 기준으로 2000년~2014년 사이의 개체 수가 이전 기간에 비해 평균 30% 이상 감소했을 정도입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기후위기가 꼽히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며 보호에 나섰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관련 내용을 소셜 미디어에 게재하며 보호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bombus terrestris
Observation by Stephen James McWilliam · no rights reserved (inaturalist)

4. 독립 생활을 즐기는 히야신티나난초벌 (Euglossa hyacinthina)

군집생활을 하는 많은 벌들과 달리 독립생활을 하는 벌도 있습니다. 중미와 남미 지역에 서식하는 히야신티나난초벌이 대표적이죠. 독특한 초록색을 띠는 히야신티나난초벌은 사회활동을 최소한으로 하며 일벌과 여왕벌의 구분 없이 두루두루 여러 일을 담당합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히야신티나난초벌은 난초에서 향료를 수집합니다. 꿀을 생산하지 않는 난초는 난초벌의 활동에 수분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남미 지역의 생태계에서 히야신티나난초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이유이죠.

euglossa hyacinthin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5. 풀 뜯어 먹는 콜론잎벌 (Tenthredo Colon)

콜론잎벌은 생김새도, 먹이도 다른 벌과는 조금 다릅니다. 몸이 넓적하고 성질도 온순합니다. 침이 없어서 쏘지도 못합니다. 게다가 애벌레의 생김새는 나비의 애벌레를 닮았고 식물의 잎을 먹으며 자랍니다. 알도 식물의 잎에다 낳죠. 잎벌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리죠?

tenthredo colon
Observation by Ilkka Kaita-aho · no rights reserved (inaturalist)

6. 땅속에 사는 땅벌 (Vespula Flaviceps)

가을이 되면 TV에서 꼭 한 번은 보게 되는 뉴스가 있습니다. 벌초를 하다가 땅벌 집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죠. 땅속에 집을 짓는 땅벌은 평소 공격성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둥지 주변을 먼저 건드리거나 자극하면 매섭게 돌변합니다. 땅벌의 생태는 말벌과 비슷한 편입니다.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깬 여왕벌이 비어있는 땅속 구멍을 찾아 홀로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죠. 6개월 정도 지나면 비로소 첫 일벌이 나와 봉군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후 늦가을에 새로운 여왕벌이 태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여왕벌 혼자 겨울잠에 듭니다. 남은 벌들은 생을 마감하죠.

vespula flaviceps
Agnes Trekker, no rights reserved (CC0) (inaturalist)

7. 바다와 햇볕을 좋아하는 왜코벌 (Bembix Niponica)

왜코벌은 윗입술이 동물의 코처럼 생긴 벌입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주로 볼 수 있죠. 왜코벌은 독특하게도 무더위를 좋아합니다. 한 해 중 가장 날이 더운 7월 말부터 9월 초에 활동하고,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을 정말 좋아합니다. 심지어 낮에도 기온이 떨어지면 모래에 몸을 붙이고는 기온이 오르길 기다릴 정도죠. 온도가 낮은 아침저녁에는 자취를 감춥니다. 집은 모래밭에서 30cm 깊이를 파고 들어가서 만들고, 먹이는 파리를 사냥해서 해결합니다. 활동하는 기온부터 장소, 먹이까지 재미난 점이 많은 벌입니다.

bembix niponica
Observation ©naturalist_kobe (inaturalist)

8. 잎을 사랑하는 알팔파가위벌 (Megachile Rotundata)

알팔파가위벌은 식물의 잎을 잘라서 둥지를 만드는 벌입니다. 갈대나 억새 줄기 속 빈 공간에 터를 잡아 둥지를 만든 후, 밖에서 식물의 잎을 동그랗게 잘라 와서 바닥을 깔고 그 위로 잎을 둘러싸서 방을 만듭니다. 방 하나 만드는 데 잎을 15장 정도 사용하죠. 알팔파가위벌은 이름도 생김새도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사실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고향은 유럽이지만 수분 매개 실력이 뛰어나 여기저기서 도입한 탓입니다. 다행히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해서 야생화되었죠.

megachile rotundata
Observation by Adam Kranz · no rights reserved (inaturalist)

앞서 소개한 야생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태계의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식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수분을 책임지고, 그 덕분에 새로운 꽃이 피어나고, 열매를 맺고, 우리가 먹을 식량이 탄생합니다. 양봉벌과 야생벌 모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 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양봉벌 뿐만 아니라 야생벌의 개체수도 줄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 일이 잦아지고,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도 뒤죽박죽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야생벌은 양봉벌과 달리 관리도 어렵습니다. 야생벌의 대량 실종을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참호박뒤영벌을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당장 대책을 마련해도 부족할 상황이지만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입니다. 주관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라진 벌의 개체 수가 양봉산업이나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벌의 실종, 이렇게 뒷짐 지고 지켜봐도 괜찮을까요? 더 늦기 전에 정부를 비롯해 환경부, 산림청,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역할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그린피스의 캠페인에 서명하고, 벌을 살리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주세요!

그린피스와 함께 벌을 지켜주세요

*출처: 야생벌의 세계 (정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