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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업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그린워싱

글: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소비자를 속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는 그린워싱. 많은 기업들 중에서 특히 자동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그린워싱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는 그린워싱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환경에 관한 신조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그 중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각 국가에서 규제 대상으로 논의될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용어인데요,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합니다.

기업이 환경이나 기술 혁신에 기여하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린워싱이 왜 문제일까요? 기업이 친환경 브랜딩을 전략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사용할 경우에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긍정적 인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고요, 그 결과 기업이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기업활동을 하면서도 더 많은 이익을 취하며 기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린워싱은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이용에 진심인 소비자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켜서 궁극적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답니다.

그린워싱은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린워싱은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기업이 그린워싱을 하는 방식

하버드대학과 알고리즘투명성연구소(ATI)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한번 볼까요. 2022년 6월부터 7월까지 자동차 기업 12개, 항공사 5개, 화석연료 이해집단 5개가 소셜미디어(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에 올린 게시물 2325개를 분석한 건데요. 22개 기업의 게시물 중 67%가 친환경 혁신 이미지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은 기존의 관행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기업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사용한 그린워싱 내러티브를 세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째는 자사를 환경 인식이 높고 저탄소 기술 혁신에 참여하거나 기여하는 기업으로 묘사하는 ‘친환경 혁신’이고요, 둘째는 핵심 사업과 무관한 스포츠, 패션, 사회적 주제에 관한 메시지를 사용하는 ‘잘못된 방향(Misdirection)’, 셋째는 기존 사업 운영 및 결과를 설명하는 ‘BAU(Business As Usual)’ 입니다.

자동차 기업은 조사 대상 산업을 통틀어 ‘친환경 혁신’과 ‘잘못된 방향’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은 조사 대상 산업을 통틀어 ‘친환경 혁신’과 ‘잘못된 방향’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은 조사 대상 산업을 통틀어 ‘친환경 혁신’과 ‘잘못된 방향’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게시물의 60%가 지속가능한 운전과 전기차 등을 언급했는데요, 기존 사업(ex. 내연기관차)에 대한 내용은 16%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내러티브 간 불균형은 기업의 사업활동 중심이 친환경 혁신에 있다는 전반적인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2021년 유럽연합(EU)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조사 대상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량은 평균 6% 정도에 그쳤습니다.

자동차 관련 핵심 사업보다 스포츠, 성소수자, 청년, 패션 및 디자인, 자선활동 등 사회적 의제에 관해 더 많은 게시물을 올리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사업 운영과 무관한 주제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기후변화와 관련된 자사의 문제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고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조성해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기존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사회적 용인을 얻는 식입니다.

전기차 시장 이끄는 친환경 브랜드 내세운 현대자동차의 그린워싱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어떨까요? 현대차는 2045년 탄소중립 비전과 목표를 선언했는데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며 2030년 제네시스 100%, 2035년 유럽시장 100%, 2040년 주요시장 100% 전동화 계획도 발표했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는 ‘세기의 골(Goal of the Century)’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젤, 가솔린 등을 동력원으로 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빠르게 중단할 의지는 없어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2025년까지 6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전동화·친환경 사업 16.2조 원, 신기술·신사업 8.9조 원, 기존 사업 38조 원으로 60% 이상이 기존 내연기관차 상품성 개선과 고객 서비스 향상에 쓰일 예정입니다. 기업의 친환경 혁신 선언이 지속가능한 운송 수단 기술 개발에 대한 진정한 약속과 투자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현대차의 투자 계획을 보면요. 현대차는 2025년에도 전체 판매량의 80% 가량을 내연기관차가 차지할 것이란 예측 하에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의 신흥시장 개척에 관한 최근 기사들은 주로 전기차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실제 판매량은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미국, 유럽 등 높은 환경 규제 기준을 가진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에 적극 나서지만,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약한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내연기관차 판매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두 얼굴이죠.

현대차가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자동차 라인업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요. 2022년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의 51.5%는 SUV였습니다. SUV는 다른 중형 승용차에 비해 25%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전기 SUV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기 SUV는 일반 전기차에 비해 훨씬 더 큰 배터리를 필요로 하고 제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많이 쓴답니다. 현대차는 에너지 효율적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대신 전기 SUV를 속속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초에는 소형 전기 SUV인 코나 일렉트릭 신모델이 공개됐고,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7도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 현대자동차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선?

현대차는 2025년에도 전체 판매량의 80% 가량은 내연기관차가 차지할 것이란 예측 하에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에도 전체 판매량의 80% 가량은 내연기관차가 차지할 것이란 예측 하에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2022년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요.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판매 3위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 또한 확대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선도 기업이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려면 당장 그린워싱을 멈추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사업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합니다. 2030년까지 모든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동안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여 온 현대차가 체질개선을 통해 진정한 친환경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린피스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 탈탄소 교통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사회ˑ경제적 배경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의 혜택을 받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연대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하고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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