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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강진군)

글: 그린피스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2021년부터 발생한 꿀벌의 집단 폐사가 올봄에도 우려된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가 1월 26일 전라남도 나주의 양봉장을 방문했다.

전라남도 강진은 타지역의 양봉 농가들도 봄 벌을 키우기 위해 찾는 곳입니다. 조선시대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양봉을 한 곳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경기도나 강원도에 비해 매화꽃이나 들꽃이 일찍 개화하기에, 벌이 증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날에도 1백여 명의 전국 양봉 농가들이 각 읍·면별로 거주하며 벌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강진에서 꿀벌 집단 실종 및 폐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초에는 100여 개 농가에 걸쳐 약 7천여 봉군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벌통 1군당 약 3만 마리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약 2억 1천 마리의 꿀벌이 강진에서 행방불명된 것입니다.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졌을까요? 그린피스가 그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꿀벌 먹이만 덩그러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양봉장 주가 벌이 사라진 벌통을 연 모습, 빈 벌통 안에는 화분 떡만 남아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1월 26일, 전라남도 강진군의 양봉장을 찾아갔습니다. 300여 통의 벌통을 관리하던 고성기 님은 “작년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겨울에만 무려 270여 벌통의 벌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벌이 사라진 벌통 안에는, 고성기 님이 초겨울에 벌의 먹이로 준 화분 떡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벌들이 벌통 안에서 꺼내 쌓은 사체

아직 벌이 남아있는 벌통 앞 낙엽 위에는 벌 사체가 한 움큼 정도 모여있었습니다. 벌통 안에서 죽은 벌을 다른 벌이 물어 옮긴 것입니다. 벌통 문을 열자 살아남은 벌들이 옹기종기 모여 화분 떡을 먹고 있었습니다. 

윤화현 양봉협회장, “70%는 죽었을 것”... 기후변화, 살충제, 밀원수 부족 등 원인은 복합적  

그린피스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동면에 들어간 벌의 7~30%는 목숨을 잃습니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 시작하면 여왕벌은 하루 평균 2,000~3,000개의 알을 산란해 벌의 개체수를 다시 늘립니다. 그러나 고성기 님의 양봉장에서는 약 70%의 벌이 사라져버려, 양봉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고성기 님에게만 벌어진 것이 아닙니다. 고성기 님의 양봉장을 찾은 다른 양봉 농가들도 50~90%의 벌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후에 만난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2월 중순부터 자세한 피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이번 겨울 동안 국내 벌의 약 60~70%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초에 사라진 78억 마리의 벌이 전국 양봉 농가의 약 17.2%에 달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는 작년보다 약 3~4배 더 많은 벌이 사라졌다는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빈 벌통을 바라보는 양봉인

그린피스는 꿀벌의 폐사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 양봉인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꿀벌의 폐사는 이미 지난 7, 8월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 농약, 밀원수(꿀벌의 먹이) 부족, 말벌 등이 지목되었습니다. 

양봉인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특히 이번 겨울은 ‘이상고온’과 역대급 추위가 번갈아 찾아오는 등 날씨가 오락가락해져,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날씨 변화는 지구온난화로 촉발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봉인들은 이러한 피해가 ‘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가 지원을 안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예상치 못한 각종 재해나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운영하는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와 전염병 2종(낭충봉아부패병, 부저병)에 따른 양봉업의 피해만 보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늘날의 꿀벌 피해를 꿀벌응애 방제 실패와 이상기온 등 복합 요인으로 추정해, 보상할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낭충봉아부패병을 비롯한 전염병이 응애로 옮는다는 점, 이상기후가 심해지면 응애의 밀도도 늘어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응애 피해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관리되어야 한다고 양봉인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김예진 그린피스 멀티미디어 프로듀서의 손 위에 놓인 꿀벌 사체

또한 작년 초 ‘그것을 알고 싶다’ <78억 건의 꿀벌 연쇄 실종 사건 - 무엇을 알리는 시그널인가 편>을 통해 밝혀진 바대로, 최근 농가에서는 논밭에 농약을 더욱 손쉽게 치기 위해 드론을 띄워 농약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론은 무거운 것을 들 수 없기에, 희석되지 않은 농약 원액을 담아 비행합니다. 이 농약은 상공에서 뿌려지는데, 바람을 타고 의도치 않은 곳까지 농약이 퍼져, 꿀벌이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드론 농약 방제뿐 아닌 다른 농약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날 양봉인들은 일부 사과 농가가 카라릴 수화제라 불리는 사과 적과용 농약을 설탕물에 섞어서 뿌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설탕물의 냄새를 맡은 꿀벌이 다가가면 그 농약이 몸에 묻고, 농약이 몸에 묻은 채로 벌통으로 돌아오면 다른 꿀벌을 그 약으로 오염시킵니다. 결국 그 약의 영향으로 모든 벌이 죽음에 이릅니다. 

소나무만 주로 심는 ‘숲가꾸기 사업’ 으로 양봉에 필요한 밀원수도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밀원수는 대부분 7, 80년대 심어진 아까시나무이며, 이들은 수명이 다해 꽃을 피워도 밀원이 없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또한 아까시나무가 꽃을 피우는 4, 5월이 아닌 시기에는 꿀벌이 설탕물만 먹고 생존해야 합니다. 설탕물에는 미네랄, 아미노산 등 밀원에 있는 필수 영양분이 없어, 꿀벌의 면역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건의하는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건의합니다. 

같은 날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읍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축산농민과의 정책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한국양봉협회장과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저는 농림축산식품부뿐 아닌 환경부·국토교통부 등 타 부처가 함께 활동할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정부에 제안했으며, 민주당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린피스는 정부가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를 설립해 꿀벌을 위한 범정부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14년 농무부와 환경부가 공동 의장으로, 교통부, 국방부, 교육부 등 14개 부처가 의원으로 구성된 Federal Pollinator Health Task Force를 설립해 꿀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EU Pollinator Initiative를 설립해 오늘날까지 운영해, 최근에는 꿀벌 서식지 보호와 밀원수 확충을 위한 ‘Buzz Line’을 설립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건의하는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해외 주요 국가들이 꿀벌 살리기에 적극 나선 이유는 생태계 보호에 있습니다. 수분 매개체로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꿀벌은 단순한 가축으로 분류되어 관리될 수 없습니다. 이승환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학 교수는 ‘꿀벌이 식물을 수정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가치는 양봉산물 시장규모의 140배로, 우리나라 양봉산물 시장규모가 약 5,000억 원 정도라면, 화분 매개를 통한 꿀벌의 생태계 공익적 기능은 70조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꿀벌이 계속 사라진다면 농업의 붕괴를 넘어, 생태계 전반의 연쇄적인 파괴가 우려됩니다. 

그린피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양 부처에서 회신이 오면 정부 및 여당 관계자와 이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은 시민 여러분과의 협력이 있다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닙니다. 너무 늦기 전에, 여러분과 함께 꿀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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