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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의 꿀벌 살리기 도전

글: 그린피스 최태영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그린피스. 한국 꿀벌의 문제점과 해결책이 확인된 현 시점, 그린피스는 꿀벌 살리기를 한국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200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 등지의 벌통이 텅텅 비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라면 벌통 안팎에 꿀벌 사체가 쌓여야 할 텐데,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CCD(군집붕괴현상, Colony Collapse Disorder)라 명하고 그 원인 분석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기후변화, 전염병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그중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 불리는 살충제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식물 내부에 스며드는 침투성 살충제로, 농작물에 들러붙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유럽과 미국은 이 네오니코티노이드를 농작물의 씨앗 표면에 코팅해 이용했습니다. 코팅된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오직 5%만 농작물 내부로 스며들어 진드기를 비롯한 병해충 퇴치에 이용되었고, 나머지 95%는 벗겨져 자연환경으로 퍼졌습니다. 가루 형태로 퍼진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꿀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꿀벌에게 직접적으로 분사하면 즉사, 간접적으로 노출되면 뇌신경 파괴로 기억 상실 및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약이기 때문이죠. 그러한 이유로, Jonathan Lundgren 일리노이주 대학 교수는 네오니코티노이드로 코팅된 씨앗 하나가 10만~15만 마리의 꿀벌을 죽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8년 4월 24일 스페인의 농림수산 식품환경부 문 앞에 살충제로 죽은 벌 20kg을 놓고 ‘SOS 꿀벌’, ‘꿀벌을 살립시다’란 문구의 배너를 들었다.

전 세계에서 피어나는 꽃의 80%는 꿀벌을 비롯한 수분 매개체가 필요하며, 꿀벌은 곤충 수분에 의존하는 식물의 80%를 담당합니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습니다. 그린피스는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진 꿀벌 사태를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꿀벌들이 그린피스의 주요 NVDA 활동들을 재연하며, 살충제로 인한 꿀벌의 문제를 알리는 2013년 애니메이션 영상.

독일, 스페인, 영국 등 그린피스의 유럽사무소들은 유럽에서 남용되는 농약으로 인한 꿀벌 개체수 감소 문제를 알리기 위해 ‘Be(e) My Friend’라 불리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그린피스는 영국 엑스터 대학교, 서섹스 대학교 등 다수의 전문가와 함께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1월 발간된 보고서 ‘Bees in Decline’은 유럽 내 주로 사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7종이 꿀벌에게 얼마큼 치명적인지를 밝혔으며, 2014년 5월 발간된 ‘Plan Bee-Living without Pesticides’는 네오니코티노이드의 대안으로 생태농업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신제타, 바이어와 바스프 등 주요 유럽 농약 기업 앞에서 비폭력직접행동 (NVDA,Non-Violent Direct Action)을 펼치며 네오니코티노이드 문제를 알렸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가 ‘신제타의 살충제는 꿀벌을 죽인다’라는 배너를 들고 신제타 본사에서 배너 액션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의 꿀벌 캠페인은 유럽인들에게 큰 호응을 일으켰습니다. 2013년 한 해에만 38만 명의 시민들이 서명을 통해 그린피스의 꿀벌 캠페인에 동참하고, REWE, Migros 등 유럽 내 주요 유통업 회사들은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유통을 일시적으로 포기했습니다. 또한 그린피스는 신제타, 바이어를 대상으로 법정 소송을 걸어 일시적으로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그 외에도 꿀벌 문제를 알린 Greenbees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결과, 유럽연방(EU)은 꿀벌을 비롯한 수분 매개체를 보호하기 위한 범국가적 위원회 ‘EU Pollinators initiative'를 2018년 설립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위원회는 오늘날에도 꿀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액티비스트들이 2017년 12월 멕시코시티의 COFEPRIS 건물 앞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반대 시위를 펼치는 모습. 배너에는 ‘살충제는 생명을 앗아갑니다’ 라고 적혀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꿀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토종벌의 약 90%가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사라진 데 이어, 작년 초 78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국가에서 발생한 CCD 와 비슷한 현상으로 보인 꿀벌 집단 폐사 사건은, 최근 더 심각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동면에 들어가야 할 꿀벌들이, 평년보다 따뜻한 기온에 잠이 들지 못하고 활동을 이어가다 죽음을 맞이하는 등, 월동 폐사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린피스가 국내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확인한 결과, 기후변화·응애·살충제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꿀벌의 먹이인 밀원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국의 밀원수 면적은 7, 80년대 대비 약 70%나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70%의 밀원수가 아까시나무로 이루어졌기에, 대부분의 꿀벌은 아까시꽃이 피는 4, 5월에만 밀원을 먹고 나머지 기간에는 설탕을 먹으며 생존하고 있습니다. 설탕에는 밀원수에 있는 아미노산·미네랄 등 필수 영양분이 없어, 꿀벌의 면역력은 지속적으로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곧 응애·낭충봉아부패병 등 기생충과 전염병에 더욱 취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미국의 Federal Pollinator Task Force, 유럽의 EU Pollinator Initiative처럼, 한국 정부도 범정부적 노력을 펼칠 ‘꿀벌 살리기 위원회’가 설립해야 합니다. 현재 꿀벌은 ‘기타 가축’으로 분류되어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으나, 다양한 밀원수를 보다 넓은 땅에 짓고 야생벌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점과 해결책이 확인된 현시점, 그린피스는 꿀벌 살리기를 한국에서 시작할 예정입니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분명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국 정부에 국무총리 산하 ‘꿀벌 살리기 위원회’의 설립을 요구하겠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꿀벌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