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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무산된 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 무엇이 문제일까요?

글: 백정은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오피서

10월 24일부터 시작해 11월 4일에 종료된 제41회 남극 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총회에서 남극 동남극해와 웨델해 등 남극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을 논의했지만, 제안서 채택이 최종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남극 바다에 해양보호구역이 지정되는 것을 가로막는 걸까요?

만장일치를 택하는 CCAMLR 의사결정 시스템
남극 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총회는 의사결정에서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어 모든 회원국이 제안서 채택에 동의해야만 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에 부딪혀 소중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기회를 잃고 말았죠. 연례 회의에서 매년 남극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하나의 의제로 두고 논의하지만, 이 ‘만장일치제’ 때문에 2016년 남극 로스해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6년째 보호구역 지정이 무산되고 있어요.
올해 오스트레일리아 호바트에서 열린 41회 연례 회의에서는 동부 남극해와 웨델해 등 약 400만km2에 달하는 규모의 남극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을 논의했지만 두 국가의 반대로 결국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남극, 기후 변화의 징후가 명백히 나타나고 있는 땅
올해 초 그린피스 환경 감시선은 남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의 현상을 직접 탐구하기 위한 남극 탐사를 떠났습니다. 그 결과,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들이 점점 따뜻해지는 기온 때문에 그들의 서식지를 더욱 남쪽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죠. 너무 추워 젠투펭귄이 새끼를 키우기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안데르손 섬에서 무려 75개의 젠투펭귄 둥지가 발견되었는데요. 뿐만 아니라 올해 남극 해빙 면적은 사상 최저의 면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남극은 그 어떤 지역보다도 빠르게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눈 대신 비가 내리는 남극 기후로 인해 방수 기능이 없는 털을 가진 아기 펭귄들이 비에 젖어 동사하는 일이 흔해졌다. @그린피스

건강한 바다를 위한 열쇠, 해양보호구역
건강한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공해(公海)의 30% 이상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공해의 2%도 되지 않는 1.2%에 그칩니다. 이로 인해 바다의 60%를 차지하는 공해에서 무분별한 남획과 석유 시추 등의 환경 파괴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극의 경우, 남극 대륙을 감싸고 있는 남극해는 펭귄, 물개, 고래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의 서식지입니다. 그러나 남극의 야생동물은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과 산업적 어업활동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개체수가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피해 상황에 처한 남극 바다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과학적 목적을 제외한 모든 어업 및 인간의 활동을 금지하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입니다.

보호구역 지정하는 의사결정 시스템 바뀌어야
남극 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총회에서 남극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실패했지만, 올해 초 남극 탐사에서 그린피스가 조사한 7개 지역을 포함해 총 8개 지역의 취약해양생태계(VME, Vulnerable Marine Ecosystems)를 인정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취약해양생태계란 심해의 해면, 산호 등 훼손 시 회복되기 어려운 해양 생물을 포함하며, 이러한 생물이 산란하거나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를 뜻합니다. 약 70km2 면적에 달하는 8개의 취약한 해양 생태계 지역은 모든 심해 어업으로부터 영구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극의 웨델 해 남위 65도 해저에서 발견된 석회관갯지렁이과 웜(Serpulid Polychaete Worms) @그린피스

그러나 총회에서 보호구역 지정 무산이 반복되는 것은 일부 국가가 바다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경제적 목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만장일치제를 택하는 의사결정 시스템 때문에 시급히 이뤄져야 할 보호구역 지정이 매년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 지정이 늦어질수록 남극을 비롯한 전 세계 바다의 오염 및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입니다. 김연하 그린피스해양 캠페이너는 "이번 총회에서도 일부 국가가 해양보호구역의 중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채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면서 “이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만장일치제도가 가진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동남극해와 웨델해, 남극 반도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남극 보호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린피스는 2030년까지 공해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강력한 국제적 조약이 마련될 수 있도록 계속 힘쓸 것이며 해양보호구역을 통해 전 세계 바다가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남극 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총회 (Commission for the Conservation of Antarctic Marine Living Resources, CCAMLR)는 남극해 수역의 해양생물자원을 보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1982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어업 관리를 포함하여 남극 해양생물을 보존하기 위한 연례 회의를 개최합니다. 한국은 1985년 가입했으며 현재 회원국은 모두 27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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