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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돈의 멀티버스: 현대차의 RE100가입과 LNG발전소 추진

글: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25일 RE100에 가입해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한 기업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여 만에 LNG열병합발전소 건설계획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발표를 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는 LNG발전소가 친환경이라는 현대차의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고 현대차가 진정한 RE100을 실현할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대혼돈의 멀티버스: 현대차의 RE100 가입과 LNG발전소 추진

우리나라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 25일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약속하는 RE100 캠페인 가입을 정식으로 승인 받았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가입 승인을 받은 날 기준 총 가입 기업수는 350여 개였지만 자동차 기업 중 BMW가 2015년, GM이 2016년 가입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 자동차 기업 중 3번째로 RE100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나름 선도적인 행보를 보인 셈이었습니다.

RE100에 가입한 회사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주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직접 만들거나 태양광, 풍력 사업자와 장기간 깨끗한 전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어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건설 확대에 기여하면서, 결과적으로 국가 차원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데 일조해왔습니다.

현대자동차가 RE100에 가입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과감하게 늘리고, 다른 기업들의 모범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4월의 기대가 5월의 실망으로

그러나 이런 당연한 기대조차 곧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RE100 가입 승인이 마무리 된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은 5월 3일, 현대자동차는 울산 북구 주민을 대상으로 ‘울산 공장 열병합발전소 건설 사업’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설명회에서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LNG발전소를 완공해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액화천연가스는 어떤 에너지일까요? 액화천연가스는 온실가스인 메탄을 주성분으로하는 화석연료로 석탄과 마찬가지로 퇴출 대상입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발전소 건설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시민들과 그린피스를 포함한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현재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성명서] 현대차 LNG발전소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한다” 를 참고해 주세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LNG발전소가 환경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현대차의 주장을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5월 25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LNG 발전소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LNG 발전소는 온실가스 감축에 역효과

2021년 기준 한국전력이 공급하고 있는 전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킬로와트시(kWh)당 약 460그램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 발전량과 LNG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석탄 발전은 1킬로와트시당 약 800그램, LNG발전은 1킬로와트시당 약 400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현대자동차는 자체 LNG발전소의 경우 가동시 1킬로와트시당 약 350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25년 한해만 보면 현대자동차의 주장이 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율이 점차 확대되는 2030년, 2035년에도 LNG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더 적을까요?

여러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도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고, 이에 따라 가장 먼저 크게 변화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전력 분야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석탄발전 비중을 20% 수준으로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30%로 높이기로 했는데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한전 전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대자동차 자체 LNG발전소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로 다소 낮추고 대신 원자력 비중을 30~35%까지 늘리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석탄발전소 비중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한전 전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 이전에 현대자동차의 자체 LNG발전소 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1kWh 당 CO2 배출량 비교 및 CO2 배출량 감축 비율

  현재 2030 2035
한전전기(g/kWh) 460 290 100
LNG발전(g/kWh) 350 350 350
감축(증가) 비율(%) -24 +21 +250

결론적으로 2025년에 LNG발전소를 만들어서 사용하면 약간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일시적으로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하게 됩니다.

LNG로 반값 전기 생산? 우크라전으로 LNG 가격 급등 속 탄소세도 부담 커져

현대자동차는 자체 LNG발전소를 만들어서 전기를 공급 받을 경우 한전 전력 대비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반값 전기, 과연 가능할까요?

최근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했습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 조차 가격이 두세배 올랐고 천연가스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2022년 6월초 기준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약 9달러로 비교적 가격이 안정적이던 2018년 6월초 3달러 수준 대비 약 3배 상승했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하락할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며, 관련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관련 투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 가격이 다시 낮아지지 않을거라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여건이 맞아 천연가스를 제법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앞으로는 LNG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사거나 탄소세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엔이 제시한 탄소세 기준은 2030년 기준 이산화탄소 1톤당 100달러(2022년 6월 8일 환율 기준 약 12만 5천원) 입니다. 1킬로그램당 125원의 탄소세를 LNG 발전 전기 1킬로와트시당 부담하는 탄소세로 환산하면 약 44원으로 계산됩니다. 반면 한전 전기에 부과되는 탄소세는 꾸준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2030년에 36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나아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의 경우 가동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극도로 낮아 탄소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30년 발전원별 1kWh당 예상 탄소세

  LNG 한전전기 태양광, 풍력
이산화탄소 배출량(g) 350 290 0
탄소세(원) 44 36 0

탄소를 배출하며 만든 전기에 대한 탄소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탄소 배출로 이상기후가 더욱 심각해지고, 이로 인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1톤당 부과되는 탄소세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LNG발전소는 탄소세 상승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태양광이나 풍력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점점 더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천연가스 사용 제로에 도전하는 BMW, RE100 목표 시점 앞당기는 GM

에너지 공급과 관련하여 경쟁 업체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의 이번 LNG발전소 건설 추진 발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 중 첫번째로 RE100에 가입한 BMW는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천연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그린 수소 사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법규는 없지만 RE100을 선언한 기업으로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RE100을 선언한 GM은 2050년이었던 RE100 달성 시점을 2035년으로 앞당기더니 최근 미국에 있는 모든 공장에서 2025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 RE100을 선언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2022년에 LNG발전소를 새로 지어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혹시 있다면 그린피스에 제보 부탁드립니다.)

전기차 충전 전기 RE100도 책임져야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아 현대차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물론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면 RE100 달성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자동차 기업이 깨끗한 전기를 만들어서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동차 기업의 책임에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전기차 전문기업인 테슬라는 태양광 발전소도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자사가 운영하는 급속 충전기 ‘수퍼차저’에도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전기를 공급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전기차 구매 고객들이 탄소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로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차가 되려면 충전하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기업이 차만 만들어 공급하고 에너지 문제는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을 위한 깨끗한 전력 공급은 내팽겨쳐 두고 LNG발전소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현대차의 계획은 현대차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LNG 발전 계획 백지화하고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적극 나서야

환경 단체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현대차는 LNG발전소 계획을 잠정 보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차는 이번 기회에 자사 시설에 사용되는 전력은 물론 해마다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에 공급할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RE100을 선언하고 LNG발전소를 추진하는 대혼돈의 멀티버스적인 상황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나아가는 선명한 구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린피스는 100% 전기차 전환 및 재생가능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충전 인프라 확대를 정부와 기업에게 요구합니다. 국내 1위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의 진정한 RE100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모여 현대차의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여러분도 현대차가 진정한 미래차 리더가 되게 함께 요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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