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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월성1호기 조사 증거 은폐 의혹으로 고발되다

글: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첨성대, 문무대왕릉 등 많은 유적지가 있는 천 년의 역사 도시 경주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설된 사건 기억하시나요? 2019년 익명의 제보로 알려진 월성원전의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대해 현재까지 공식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누설 원인의 핵심 증거를 한국수력원자력이 무단 철거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한수원이 현장을 훼손하면서까지 감추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집 가까이에서 25년간 방사능이 누설됐다면?

여러분의 거주지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원자력 시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25년간 방사성 물질이 누설됐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당연히 관리 기관에 진상 공개를 위한 조사를 요구하고, 책임 소재에 대한 규명을 촉구할 것입니다. 지하수 오염 피해는 어떤지, 건강에는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도 질문하겠죠.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관리 기관이 현장을 훼손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수력원자력,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조사 현장을 훼손하다

지금 이순간에도 월성원전에선 방사성 물질이 새고 있습니다. 이는 원전에서 방사성물질이 안전 관리와 규제의 실패로 누설된 전례없는 사건입니다.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누설된 방사성물질에는 감마핵종인 세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월성1호기가 얼마나 방만하게 관리되어 왔는지 원인을 밝히고 오염 피해를 신속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에, 작년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현안소통협의회(이하 조사단)를 출범하고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2022년 3월 4일 그린피스, 울산 환경 단체와 원전 인근 주민들이 한수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경주경찰에 고발했다. © Greenpeace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작년 7월 이 조사의 중요한 현장 증거를 훼손한 의혹이 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와 울산환경연합,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한수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경주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한수원은 조사단이 지난해 5~7월 수차례 현장 보전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인 없이 저장조의 차수막을 무단 철거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차수막은 저장조 바닥을 통해 지하수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방수 시설입니다. 이 시설의 손상과 부실 공사로 누설이 일어났으니 이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한수원은 규제 기관인 원안위의 승인 없이 현장을 훼손해선 안됩니다. 이를 어겼을 때 조사 방해의 위법 행위가 된다는 사실은 놓치지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대체, 철거한 후에도 그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감추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요?

이 문제가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 밝혀지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원전 소음과 공사장 소음이 있어서 현장에서 구두로 소통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조사단의 현장 보전에 한수원이 응했던 점, 게다가 차수막을 철거하고 물청소를 진행한 후에도 현장을 보전하겠다고 원안위에 허위 보고한 사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부족한 답변입니다.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설 조사를 통해 드러난 수많은 규제 위반

더 큰 문제는 이번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설이 월성1호기의 부실한 수명연장 심사가 초래한 결과라는 점입니다. 이미 법원은 지난 2017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승인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노후한 원전의 수명연장 승인시 지켜야하는 안전 규칙을 따르지 않은 문제가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 누설 조사 과정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 과정의 추가적인 안전 규제 위반이 수없이 발견됐습니다. 원안위, 한수원,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원전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수명연장 심사를 수행하며 법령에 지정된 규칙을 따랐다면 장기간의 방사성물질 누설을 더 빨리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설의 제1원인은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기능 상실입니다. 원자력 안전법 상,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란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폐연료에서 방출되는 열을 냉각시키고 방사선을 차폐하여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설되지 않게 관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수조에 보관된 폐연료의 방사능 독성과 열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장조의 손상과 균열로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변에서 채취한 물 시료에서 리터 당 최대 75.6만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확인됐고, 지하 9m에서 채취한 흙 시료에서 그램 당 최대 0.37Bq(베크렐)의 세슘137이 검출됐습니다. 국내 방사성 폐기물 관리기준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리터당 10만Bq, 세슘137은 0.1g(그램) 이상인 경우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정도 준위의 방사성 물질이 부지 내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며, 동시에 원자로시설 기술기준규칙 제32조, 제33조, 제90조 위반에 해당합니다.

또, 월성원전 수명연장 심사는 ‘원자로 시설의 계속운전평가를 위한 기술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대한 경년열화평가를 진행했어야 합니다. 경년열화란, 사용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콘크리트 구조물의 성능이 저하되어 일어나는 물리적, 화학적 손상을 말합니다. 이는 오랜 기간 높은 열과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용후핵연료와 다량의 물을 보관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그러나 원안위, 한수원,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월성1호기 저장조의 손상을 확인할 수 없는 육안 검사와 비파괴측정만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1997년 저장조 벽체 균열 보수공사로 끊어진 차수막, 2010년 보강 공사로 파손된 상부유공관 등 다수의 손상 부위가 아무런 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수명연장 심사를 통과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설치된 격납건물여과배기의 파일(말뚝)이 저장조의 차수막 7곳을 파손하여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저장해야 하는 수조의 기능이 처참하게 훼손된 것입니다.

그 이외에도 매설 배관, 터빈건물 지하 배수로 등 곳곳에서 방사성물질이 발견돼, 여러 설비에서 장기간 누설이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월성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설은 수많은 안전 관리 실패가 압축된 역대급 참극이며, 다시는 반복되어선 안되는 위법 행위입니다.

그린피스, 울산 지역 환경 단체 및 원전 인근 주민들과 공익감사 청구

2022년 3월 7일 그린피스와 울산환경운동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 한수원,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방만한 월성원전 안전 관리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최근 한울원전 부지 울타리를 넘은 울진 초대형 산불과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설 사고는 원전이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크나큰 위협인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관리가 부실하면 방사능 오염과 사고 위험이 높아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 위원장은 “월성원전에서 그렇게 오래 방사능이 나왔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 한수원이 지역주민과 상생하겠다고 늘 말하는데, 조사 방해까지 했다는 건 큰 문제다”며, “방사능 누출은 우리처럼 가까이에 사는 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 제대로된 조사 결과와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안위·원자력안전기술원·한수원이 국내 25기 원자로 전체의 안전 관리와 운영을 독점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공익 침해입니다. 이 기관들이 국내 모든 원전을 월성과 같이 관리해왔다면 지금의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것입니다. 이에 3월 7일,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을 지키지 못한 세 기관들에 대한 철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이번 고발과 감사청구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제대로된 개선책이 도출될 때까지 그린피스는 지속적인 캠페인과 감시 활동을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원전은 정치의 문제가 아닌 안전의 문제

거주지 근처의 원자력 시설에서 수십 년간 방사성 물질이 누설되고 있다면 이 문제의 핵심은 ‘정치’가 아니라 ‘안전’이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원전말고안전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월성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설 사건은 한수원과 원안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 안전 관리 실패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이 기관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물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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