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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현대차 올해의 사자성어 “주마가편(走馬加鞭)"

글: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주마가편(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심장으로 불리는 남양연구소의 연구 조직 개편소식과 더불어 2021년 한 해 현대차그룹의 주요 친환경 행보 TOP3와 그 한계를 소개합니다. 이제 2022년입니다. 매해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현대차는 지금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탈내연기관 및 탈탄소 계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9월 현대자동차의 재탕 수준인 탈내연기관 발표를 비판하는 풍선 퍼포먼스를 벌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그린 모빌리티 구현을 비전으로 내세웠습니다. 몇몇 평가할만한 족적도 남겼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탈내연기관 계획은 기대에 못미쳤고, 수소차에 한 눈을 팔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그린 모빌리티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달리는 말이 채찍을 받아 더욱 빨리 달리듯 현대차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을 채찍으로 여겨 탈내연기관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합니다.

1) 2035년 유럽, 2040년 미국, 중국, 한국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및 2045년 탄소중립 선언

현대차는 지난해 9월 6일 독일 뮌헨국제모터쇼 현장에서 위와 같은 탈내연기관 추진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달 제네시스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 수소차만 판매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11월엔 기아도 현대차와 같은 부분적 탈내연기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2045 탄소중립 구상으로 사업장과 공급망을 비롯해 차량 제작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CCUS(탄소포집기술) 등의 기술을 적용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비슷한 “친환경” 계획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합니다. 그린피스 서울과 베이징, 도쿄 사무소는 현대기아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10대 회사의 환경 계획을 평가해 봤습니다. 이들 상위 10대 회사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들입니다. 평가는 각 기업의 세부적인 탈내연기관 계획과 이행 정도, 자동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부품 재활용률 등을 기준으로 진행됐습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글로벌 10대 자동차사 중 7개사 친환경 평가에서 낙제, 현대기아차는?”를 참고해 주세요)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탑티어 브랜드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결과는 낙제(F+)였습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계획이 없다는 점, 그리고 모호한 탈탄소 계획이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2020년 현대차 판매량의 32%를 차지하는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탈내연기관 계획이 없습니다. 이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 넷제로 시점 이후에도 계속해서 휘발유·경유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전기차의 개발과 자가용을 대체할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한다.

2) 연구개발(R&D) 본부 내 내연기관 연구 조직 개편

2021년 12월 초 현대차는 연구개발본부 내 파워트레인 담당 센터를 전동화 담당 센터로 개편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하고 배터리 개발 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연구개발본부 내 파워트레인시스템개발센터, 파워트레인성능개발센터, 파워트레인지원팀은 각각 전동화시험센터, 전동화개발센터, 전동화지원팀으로 바꿨습니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엔진을 의미하는 “파워트레인”이 “전동화"로 대체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의 주요 목표가 전동화가 될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에 이어 새롭게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된 박정국 사장은 “우리의 독자 엔진 개발은 괄목할 만한 업적이지만 과거 큰 자산을 미래의 혁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계를 변경해야 한다" 고 전했습니다.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이 BMW와 현대차에서 내연기관 기반 파워트레인 연구에 주력했다는 것을 보았을 때 새로운 임원 인사 또한 현대차의 전동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몇몇 언론은 이와 같은 개편 소식을 전하면서 현대차 그룹이 엔진차 생산을 중단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동화는 온전한 전기차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동화 차량에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이 포함됩니다. 전동화 차량 연구 및 개발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엔진 연구도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엔진개발센터 산하의 엔진설계실을 완전히 폐지시키는 대신 전동화개발담당 안에 하부 조직으로 두기로 한 것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에 대한 현대차의 애착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엔진을 개선하는 등 투자 및 개발을 계속한다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행보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엔진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전사적으로 배터리 전기차의 개발과 자가용을 대체할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앞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만든 자동차의 대부분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이다.

3)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 출시

지난해 2월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했습니다.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여름에는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기아 EV6, 이어서 제네시스의 첫 SUV 전기차 GV60을 공개했습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면 에너지 효율, 주행거리 등이 늘어나고 실내 공간 활용도 용이해 집니다. 내연기관차 차체에 배터리와 모터를 추가해 전기차를 만드는 방식보다 더 경제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죠. (더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테슬라 이길 수 있을까?”를 참고해 주세요)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의 판매량을 넘어서며 국내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했습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등 올해에도 국내외에서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와 수소차를 앞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만든 자동차 대부분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입니다. 2020년 현대차가 판매한 차량의 97%는 내연기관차였습니다. 2021년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389만여 대이며 이중 국내에서 72만여 대가 판매되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배터리 전기차는 4만 2448대, 수소차는 8,502대로 총 5만 950대에 그쳤습니다. 이는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의 7%에 불과합니다. 현대차가 친환경을 내세우려면 내연기관차 생산을 단계적으로 그러나 과감하게 줄여 2030년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판매를 중단하고 전동화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2022년 신년사에는 친환경 미래차에 대한 각오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말뿐이 아닌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늦어도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탈내연기관에 집중하여 전기차 전환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급망을 탈탄소화하고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재사용 등을 통해 자원 소비를 감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자동차 판매에 의존하지 말고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로 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현대차그룹의 2021년을 돌아보면 의미있는 변화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는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사회의 꾸준한 캠페인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의 의지가 함께 이룬 것입니다. 부분적이나마 탈내연기관을 선언하고 전동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체적으로 진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더 대범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2021년도 전 세계가 이상기후에 시달린 한 해였습니다. 2021년 7월은 142년 만에 가장 더운 달로 관측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3년 연속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그 누구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2022년은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서울사무소는 2019년부터 현대차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 덕에 이들 기업에게 당당하게 기후 리더십을 요구하고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내연기관차와 작별할 수 있도록 2022년에도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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