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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들이 받은 초라한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 그 이유는?

10대 그룹 총수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 절반 이상이 F 학점

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이 곧 산업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과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후위기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을까요?

2021년 7월 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아주 특별한 성적표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전경련 회관 3층 에메랄드 홀에서 국내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의 총수들에게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를 전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진짜 재벌 총수가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SK부터 삼성, LG, 한화 등 그룹 총수들의 가면을 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각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를 받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던 것입니다.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 수여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왜 이런 퍼포먼스를 펼친 것일까요? 바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과 의지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ESG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E라고 불리는 환경(Environment) 분야 홍보를 위해서 많은 기업들은 저마다 친환경 이미지를 선전하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TV 광고를 보더라도 이런 기업들의 노력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그린피스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기후미디어허브와 함께 실태를 조사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4월 12일부터 5월 7일까지 10대 그룹의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사용 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 ▲구체적인 이행방안 등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계열사 별로 응답을 취합해서 A 학점부터 F학점까지 점수를 매겨봤습니다.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 수여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친환경 이미지를 쌓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에 확인된 기업의 실제 친환경 정책은 겉으로 드러낸 것과 크게 달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 이상인 6개 계열사(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농협, GS, 한화, 롯데)가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LG와 포스코 그룹은 D 학점을 받았고 그나마 삼성과 SK 그룹이 C 학점으로 선방했습니다.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 수여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우선, 낙제점을 받은 그룹은 소속 기업들 대부분이 응답 자체를 거부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이 없었습니다. D 학점을 받은 그룹은 소속 계열사들의 절반 정도가 어느 정도 재생에너지 100% 이행계획과 목표연도를 가지고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C 학점의 경우 거의 모든 계열사가 100%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은 있지만 목표연도가 여전히 불확실하거나 너무 늦은 경우입니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이 있는 전체 응답 기업들의 목표연도는 평균 2048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100% 재생에너지 전환 캠페인인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적인 목표보다 20년이나 뒤떨어진 것입니다.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과 총수들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 (표 = 그린피스, 기후미디어허브)

지금 전세계 주요 국가와 글로벌 대기업들은 탄소중립경제, 탈탄소경제시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세 도입이 예정되어 있으며 많은 숫자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실현하지 않는 파트너사들과는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RE 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은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사들에게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이 제품 생산을 하는 과정에서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을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질서에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생존 자체를 담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겠죠?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일본에서는 소니와 닛산 등 90여 개 기업들이 나서서 일본 정부에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애플과 구글 등 300여 개 대기업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많은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도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우선 기업들이 화려한 말과 이미지 홍보 잔치만 벌일 것이 아니라, 보다 과감한 실천과 노력을 통해 변해야 합니다. 조속한 시일 안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의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내년 3월 대선에서는 반드시 이른바 기후대통령이 뽑혀야 합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 리더십과 비전을 가진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셋째, 이 모든 변화를 위해서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 미래의 안전한 삶과 민생 경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탈탄소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치권과 산업계는 변화를 서두를 것입니다.

저희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치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도 그린피스의 캠페인에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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