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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대응 기본법, '기대법'에 기대하는 한 가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은?

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대한민국 국회가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위기대응법 입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류가 처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 법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요?
혹시 탄소 예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겠지만 들어볼 때마다 헷갈리는 개념이 바로 탄소 예산입니다. 탄소 예산이란, 최악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넘지 많아야 할 탄소 배출량을 예산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제 몸무게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의사가 만약 지금 제 몸무게에서 10kg가 늘어나면 심각한 불치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달 제 몸무게는 1kg씩 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 몸은 10달 뒤에 한계치에 다다르겠죠. 이처럼 불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몸무게 즉, 더 이상 넘어가서는 안 되는 탄소배출량 한계치를 가리켜 탄소 예산이라 합니다.

과학계는 ‘탄소 예산’을 얼마로 측정하고 있을까?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회의에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지금 남아있는 탄소 배출 한계치 즉, 탄소 예산이 4,200억 톤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간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평균 420억 톤(2017년 기준, 토지사용 포함) 정도이니, 시간으로 따지면 탄소 배출 한계치에 다다르기까지 우리에게 남은 기간은 고작 6년 9개월입니다. 그렇다면 탄소 배출이 4,200억 톤을 넘어가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지구 온도가 상승합니다. 사실, 탄소 예산을 계산하는 기준은 ‘산업 혁명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지구가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탄소 예산이 초과했다는 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를 넘어 2도, 3도 이상 올라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구가 뜨거워지면 가장 먼저 식량 문제가 발생합니다. UN의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상승한다면 1.5도 상승 때와 대비해 어획량이 두 배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물 부족이나 식량 부족 건강 위협에 노출되는 사람이 최대 12억 명까지 증가합니다. 이쯤 되면 탄소 예산이 아니라 인류의 ‘탄소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지도 모릅니다. 탄소 예산을 소진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설명 :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 또는 2도를 유지하기 위해 남은 탄소배출량을 나타낸 시계. 우측 상단 1.5도 시나리오를 클릭하면 남은 시간이 6년 9개월로 표시된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feat.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

한국 정부는 그동안 국제 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으로 불려왔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직접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함께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기후위기를 진지하게 다룰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를 위한 후속조치로 행정부에서는 빠르면 올해 6월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 0에 달성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밝힌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는 산업, 발전, 수송 등 부문별 감축 경로와 실행 전략,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2030년 감축 목표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도 후속조치에 나섰습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모두 3개 여야 정당에서 2050년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도록 하는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됩니다. 여야를 넘어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2050년 탄소중립실현을 국가 의무로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죠. 이 또한 하나의 진전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겠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은 지난 199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이 또한 한국이 기후악당이란 비판을 듣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1990년 당시에는 2억 9천 톤 정도였던 배출량이 2018년엔 7억 2천 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반면 유럽의 선진국들은 지난 90년대부터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왔습니다. 심지어 이에 만족하지 않고 유럽연합(EU)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표 설명 : 한국은 지난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150% 가량 늘어났다. (출처: 국가지표체계 온실가스배출량)

그렇다면 최근까지도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온 우리나라는 2030년 목표를 어떻게 내놨을까요? 놀랍게도 최근 한국 정부가 UN에 제출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는 2017년 대비 24.4%였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2030년에 5억3천6백만톤을 배출하게됩니다. 하지만 유엔이 제시한 2010년 대비 45% 감축을 따른다면 3억6천만톤 정도만 배출해야 합니다. UN이 제시하는 목표치보다 훨씬 못미치는 수치입니다. UN의 제시기준인 3억 6천만톤 정도의 목표를 맞추려면 2017년(7억톤 배출) 대비 50% 가까이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즉, 말로는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 0에 이르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실천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린피스는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에 2030년까지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중기 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그 실천 의지를 반영해달라는 것이죠.

기후위기 지구를 위한 과학계의 처방전

혹자는 다른 나라의 탄소중립 법안에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왜 우리만 넣으려 하냐고 질문을 합니다. 또는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들이 하지 않으면 다 소용 없는 건데 왜 우리만 나서야 하냐는 것이죠.
하지만 EU의 경우 이미 법제화되어 있던 2030년 40% 감축 목표를 90년 대비 55% 감축으로 강화하는 안을 입법 추진하고 있습니다. 2030년 목표와 별도로 유럽은 90년대부터 꾸준히 온실가스를 줄여왔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한국은 2020년 감축 목표를 세웠지만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습니다.물론 유럽이 산업혁명 때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해 역사적인 책임이 크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후위기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 한국이 전세계 7위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라는 점. 한국이 산업혁명 이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위 25개국 안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나라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시간이 부족합니다.

미국 조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으로 기후 외교와 탄소 통상 시대가 21세기를 규정 짓는 새로운 경제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 같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과 함께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지도자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 22일에 열리는 세계 정상 회의(Climate Assembly)에서 당장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강화하라는 요구가 나올 것입니다. 미국의 기후특사 존 케리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EU와 함께 세계 경제강국들의 더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겠다”는 발언도 이를 잘 뒷받침해줍니다.

사진 설명 : 미국 존 캐리 기후특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EU의 공동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오래된 속담 중에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지구라는 우리의 몸은 기후재앙이라는 심각한 질병의 초기 증상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역대급 장마와 홍수 피해를 입었고, 올겨울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 한파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후위기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계가 제시한 처방전은 명확합니다. 화석연료에 중독돼 생긴 ‘기후위기’라는 중병을 치료하려면 해마다 온실가스를 큰 폭으로 감축해 2030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면 됩니다. 이를 위해서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처방전에 따른 치료약을 정량에 따라 섭취해야 합니다. 반대로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이 당장 편리하고 익숙하지만 우리 몸을 망치는 암 덩어리와는 반드시 결별해야 합니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수술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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