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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용기내는_법

글: 허유정 작가

환경을 위해 일상을 바꾼 사람들 1. 허유정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저자 허유정 작가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한다. 인스타그램(@frau.heo)과 블로그를 통해 환경을 지키는 일상 속의 팁을 공유하고 에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구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용기내는_법

허유정

SNS에서 #용기내를 검색해본 적 있나요? 언뜻 보면 단순한 ‘응원’ 같지만, 이건 직접 ‘용기’를 가져가 쓰레기 없이 음식을 가져오는 실천을 말합니다. #용기내를 검색하면 나오는 수 많은 사진.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그릇에 놓인 떡볶이, 김밥, 생선에서 올린 이의 뿌듯함도 함께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첫 #용기내 실천은 자취하던 20대 후반 무렵. 바쁘다는 핑계로 배달을 많이 시켜 현관 앞에는 언제나 플라스틱 통이 쌓여 있었죠.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음식만 먹고살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이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반찬 통을 들고 집 앞 분식집 떡볶이를 받아온 게 첫 번째 실천이었죠. 

류준열 후원자가 촬영한 영상 스틸컷

#용기내 캠페인은 환경에 관심 많은 배우 류준열씨가 그린피스와 함께 시작한 캠페인. 장을 보면 너무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실천은 사람들의 행동뿐 아니라 기업의 변화도 이끌어 냈습니다. 지난 1월 이마트에는 세제 리필자판기가 생겼고, 롯데마트는 용기를 가져와 반찬을 구매하면 20% 덤을 주는 ‘1일1그린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그동안 일회용 오염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우리나라 기업이, 이제 한발자국씩 떼기 시작한 거죠.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두고, 조금씩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 지 이제 4년 차. 종종 사람들은 묻습니다. ‘용기를 가져가면 싫어하지 않아?’ ‘챙기려면 불편하지?’ 그리고 ‘그게 정말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도. 아직 ‘용기’낼 ‘용기’가 부족한 분들을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 글을 써봐요. 용기 내밀기 가장 쉬웠던 음식은 무엇이고 이런 실천은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지금까지 해 본 #용기내챌린지 도전기를 기록해봅니다.

 

나의 #용기내 레벨은?

<용기내 초급자> 야채, 과일 일반적인 식재료

사진 제공: 허유정 작가

야채와 과일은 가장 처음 #용기내기 좋은 품목이에요. 미리 포장되어 있지 않다면 주머니나 가방에 쉽게 담을 수 있어요. 보통 천 주머니와 에코백을 챙겨 장을 보는데, 천 주머니는 흙이 쉽게 털리고 통풍이 잘 돼 당근, 대파 같은 채소 담기가 좋습니다. 집에 있는 비닐을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

종종 천을 내밀면 상인 분들은 엄마 마음으로 걱정합니다. “흙 묻으면 빨래해야 해! 비닐 줄게!” 엄마 같은 사장님의 마음도 배려하고 쓰레기도 줄이고 싶다면 집에 있는 비닐을 챙겨보세요.

 

<용기내 중급자> 두부, 해산물 수분이 있는 재료

사진 제공: 허유정 작가

해산물, 고기 같은 수분이 있는 식품은 밀폐 가능한 ‘용기’까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용기는 과거 국민 김치통이었던 ‘스테인리스 통’. 가볍고 깨질 일이 없어 휴대하기 좋고,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이 음식을 담을 수 있죠.  

주의해야 할 점은 지체하지 않고 용기를 내밀어야 한다는 것. 잠깐 주춤하는 순간 빠르게 포장을 하시거든요. 용기를 꺼내는 사이 이미 비닐에 담겼을 수 있으니 미리 꺼내 놓거나 용기에 담아 가겠다고 말씀 드리면 더 좋습니다.

 

<용기내 고수> 탕, 찜, 떡볶이 등 국물이 많은 배달 음식

사진 제공: 허유정 작가

탕, 찜, 3~4인용 떡볶이 같은 국물 많은 배달음식은 상급자 레벨. 큰 사이즈 용기가 필요하고, 넘칠 염려가 있어 용기 내기가 어렵죠. 먼 거리가 아니라면 깊이 있는 냄비를 추천합니다. 냄비는 사이즈가 크고 손잡이가 있어 그나마 휴대가 수월한 편. 최근 코로나로 포장이 잦다 보니, 용기내 전용 ‘보온밥통’을 마련하기도 했어요. 원래는 캠핑용 밥통인데 크기가 크고 밀폐력이 좋아, 국물도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답니다.

혹시나 매장에 용기를 내밀면 당황할까 걱정된다면 미리 연락하는 방법도 추천. ‘00분 뒤 도착할 것 같은데 용기를 가져가도 되나요?’ 물어본다면, 지체 없이 음식을 살 수 있어 좋고 쓰레기도 나오지 않아요. 가끔 마음 좋은 사장님은 ‘젊은 사람이 생각이 건강하다’며 칭찬과 함께 덤을 주시기도 합니다.

쓰레기 없이 장을 보기 위해서는 아직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이 좋아요. 마트 야채, 과일은 이미 모두 포장되어 있어, 용기를 가져가도 소용없죠. 플라스틱 폐기물 중 절반에 가까운 쓰레기가 일회용 포장재이고,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플라스틱 없는 마트로 구매처를 변경할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대형 마트가 변화한다면 더 많은 양의 쓰레기를 빠르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포장 없이 올려진 야채, 과일이 쉽게 보인다면, 소비자의 용기내도 더 쉬워질 것 같습니다.

 

우리의 #용기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만든 쓰레기도 엄청나지만, 코로나 이후 포장, 배달로 우리는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양은 연간 1,200만 톤. 이 양은 1초마다 24t 트럭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고, 우리는 거기서 나온 해산물, 소금 심지어 공기까지 먹고 살죠. 그리고 이 중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가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포장만 줄여도 40% 가까이 쓰레기를 줄인다는 거 아닐까요? 어제 시킨 감자탕, 떡볶이 용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묻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이런 땅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죠.

사람들은 묻습니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실제로 전문가들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법과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기업과 정부가 변하려면 우선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도 첫 시작은 텀블러를 챙기는 작은 일이었고 점점 다른 실천이 늘어나며 최근에는 그린피스 캠페인, 환경 정책 입법에도 조금씩 의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생겨야 요구할 게 보이고, 함께 요구하다 보면 변화가 올 거라 믿기 때문이죠. 이번 이마트 리필 캠페인처럼 직접 변화를 체감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변화는 부족합니다. 마트에는 이미 포장된 상품이 많고, 여전히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없는 게 현실이죠. 에코백 하나면 쓰레기 없이 장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누군가는 용기를 내밀 겁니다. 

이렇게 #용기내 챌린지를 잘 아는 척 글을 쓰고 있지만, 저도 여전히 만드는 쓰레기가 적지 않습니다. 피곤하면 모른 척 배달음식을 시키기도 하고, 숙취에는 컵라면이 꼭 필요하죠.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는 쓰지만, 여전히 실수도 많고,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 그래도 저 같은 소심한 환경쟁이도 모이면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때로는 한 명의 100걸음보다 100명의 한 걸음이 더 큰 힘을 지닐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외식 계획이 있다면 용기내 ‘용기’를 꺼내보면 어떨까요? 일단 시작만 한다면 ‘일상’이 되는 건 꽤나 쉬울 겁니다.

환경을 위해 #용기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