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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항해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류한범 항해사 인터뷰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린피스에는 먼 바다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의 현장을 감시하고, 바다의 위기를 세상에 알려 환경보호에 경종을 울리는 환경감시선이 있습니다.
아시아 셀러브리티 최초로 류준열 배우가 지난 2017년 탑승한 레인보우 워리어(Rainbow Warrior)호를 비롯해,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갖춘 스페인어로 '희망'이란 뜻의 에스페란자(Esperanza)호,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류한범 항해사가 탑승한 아틱 선라이즈(Arctic Sunrise)호 까지!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들은 소리없이 파괴되고 오염되어 가고있는 바다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돛을 올려 항해중입니다.

한국인 선원으로,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에 승선해 활동 중인 류한범 항해사의 생생한 바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그린피스 항해사로 일하게 된 동기와 아틱 선라이즈호에 승선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상선 항해사로 4년간 일하며 바다가 처한 위협의 순간들을 자주 목격했어요. 수많은 석유 운반선, 물고기를 싹쓸이해가는 어선 군단, 위태로운 석유시추선, 바다위 플라스틱까지 여러분들이 사진으로 마주하는 것들이 실제 바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한편으로는 힘차게 헤엄치는 돌고래,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들과 풍력발전단지, 태양광 발전단지 등을 보며 우리가 지켜야할 바다의 힘찬 생명력과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 또한 적지않다는 희망도 보았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에 그린피스 항해사에 지원하게 되었고,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북극과 남극탐험을 위해 아틱 선라이즈호에 승선하게 되었습니다.

Q. 아틱 선라이즈호에서의 류한범 항해사님의 담당업무는 무엇인가요? 

2등 항해사로서 저의 업무는 배가 나아갈 길을 찾는 것입니다. 육상에서는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도로를 따라 목적지에 쉽게 도착할 수 있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아요. 지구본 위 A라는 출발지에서 B라는 목적지점을 찍으면, 저는 A에서 B까지 가는 바닷길을 어떻게든 찾아내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기 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류한범 항해사가 배우 셰일린 우들리에게 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한범 항해사가 배우 셰일린 우들리에게 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선내에서의 일과와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배는 24시간 동안 항상 전진합니다. 배를 운전하는 항해사와 같이 일하는 조타수는 배의 운전석이라고 할 수 있는 선교(Bridge)에 있어야 합니다. 항해사 3명이 4시간씩 번갈아가면서 각자 하루 총 8시간 근무를 섭니다. 

배에서는 가만히 서 있어도 바다의 움직임에 몸이 저항한다고 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육상에서보다 더 고칼로리의 음식을 자주 먹게 되는것 같아요. 그래서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주로 채식식단을 하려고 합니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글을 쓰거나 영화를 보고 때로는 크루들과 밴드를 만들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지난 항해 때는 쉬는 시간 중에 목공을 배워 의자나 여러 작은 가구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채식식단을 먹는 크루원들
채식식단을 먹는 크루원들

Q. 함께 일하는 크루들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에는 매우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 크루가 15명이면, 그 크루들의 여권만 모아도 13개국이 될 때도 있었어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는 특히 마늘이나 향이 강한 음식냄새를 크루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라 크루들과 친해진 이후에는 저녁에 청국장을 끓여먹기도 했습니다. 

한 척의 배가 항해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항해사들, 선박의 기계를 담당하는 기관사들, 통신사, 배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갑판원, 전기기사, 요리사 등 모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양보호 캠페인이 배 위에서 진행될 경우에는 과학자, 변호사, 캠페이너, 활동가들, 카메라맨, 비디오그래퍼와 같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한 배'에 올라 함께 일을 합니다.

류한범 항해사(왼쪽)과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오른쪽)
류한범 항해사(왼쪽)과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오른쪽)

Q. 항해 중 가장 자주 목격하시는 해양 오염이나 파괴의 사례는 무엇인가요? 

항해 중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것은 바로 기름과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입니다. 육상이나 선박에서 기름이 조금이라도 유출되면 육안으로도 쉽게 보일만큼 그 지역의 넓은 바다의 수면이 기름으로 덮입니다. 기름유출금지 법이 있어도 걸리지만 않으면 처벌을 피하기 쉬워, 비양심적인 선박에서는 가끔 기름 찌꺼기를 바다로 배출하기도 합니다.

또한 거대한 드럼통 부터 작은 플라스틱 조각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도 바다에서 아주 쉽게 발견 할 수 있어요. 그린피스 크루들도 항해하면서 큰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하면 배를 잠시 멈춰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기도 합니다.

유령어구를 회수한 크루원들

Q. 항해하시면서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지 못하는 기후변화의 현장이나 불법 어업, 오염 등 바다가 처한 다양한 위협을 목격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다가 파괴되는 현장을 자주 목격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크고 작은 단위의 기름유출은 여러분이 상상하시는것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전 세계 바다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요, 불법어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아주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바다 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석유를 빼내고, 심해채굴을 통해 해저 몇천미터에 있는 광물자원들을 한번에 긁어 채취해버리기도 합니다.  특히 전자제품을 만들때 주로 사용되는 해저 광물자원은 가격이 높아 무분별한 채굴로 인해 바닷속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그린피스의 북극 해빙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이후로 가장 넓은 규모의 해빙이 녹아 사라졌다고 합니다. 북극과 남극과 같은 극지방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곳인데요, 북극곰을 비롯한 북극의 생명들이 디디고 살 수 있는 터전이 너무나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 항해사들의 경험을 모아 쓰여진 책이 있는데요, 항해사라면 바다로 나가기 전 꼭 읽어봐야 하는 성경과도 같은 책입니다. 책의 내용을 참고해가며 항해 계획을 만드는데, 가끔 오래 전에 책에 쓰여진 데이터들과 지금의 것들을 비교해보면 수온과 수심이 확실하게 상승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와 아틱선라이즈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와 아틱선라이즈

Q. 마지막으로 바다의 최전선을 항해하시는 그린피스 한국인 크루로서, 한국의 시민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

제가 그린피스 아틱선라이즈호에 합류해 직접 보고 느낀 바다는 지구의 어떤 장소보다도 생명력이 넘치는 곳입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기후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힘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고래를 비롯해 크고 작은 해양생물들이 대기의  뜨거운 열기와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바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서 탄소의 순환작용을 돕고 있는 것이죠.

그런 바다가 불충분한 규제로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바다에서 공해는 약 60%나 차지하지만, 불과 공해의 2%만이 인간들의 활동이 제한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바다는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 남획등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UN에서는 글로벌 해양조약을 통해 강력한 해양보호구역 제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세계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것이죠. 이 글로벌 해양조약 회담의 마지막 회의가 내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린피스 전 세계 사무소에서는 각국 정부와 의사 결정자가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찬성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지금 소중한 바다와 바다의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보호캠페인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작은 참여가 모여 큰 파도가 되고, 그 파도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은 북극과 남극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며 환경 파괴의 현장을 기록하고, 환경 범죄를 감시하며, 아름답고 소중한 해양 생태계의 모습을 기록하고 조사해 대중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류한범 항해사를 비롯한 그린피스의 선원들이 지속해서 항해하고 해양 캠페인을 펼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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