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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가 설명해드립니다]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통과, 어떤 의미?

압도적 찬성, 기후리더가 되는 발판 마련할까?

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대한민국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바로 지난 24일,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56인, 기권 6인으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이 결의안 통과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그린피스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24일 대한민국 국회는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리나라는 올여름 54일이라는 유례없는 긴 장마를 겪었습니다. 이 장마로 무려 8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피해를 원상복구 하기도 전에 잇따라 들이닥친 태풍으로 또다시 위협을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은 최근 산불로 대한민국 영토 면적의 20%에 해당하는 숲이 불타고 30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호주에서는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이어진 대형 산불로 전체 삼림의 14%가 소실됐고, 30억 마리의 동물이 피해를 봤습니다. 중국에서도 올여름 대홍수로 5천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과학자들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 모든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지구온난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기후위기'라고 이야기하죠.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 통과는 우리나라가 기후위기로 인한 작금의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시민사회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국회에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요구해왔다. 사진은 지난 8월 국회 주변에서 기후비상사태 선언을 요구하는 퍼포먼스

가장 중요한 목표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라는 곳이 있습니다. 생소하겠지만 국회의 결의안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협의체입니다. IPCC의 역할은 전 세계 과학자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가할 수 있는 위협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해 알리는 것입니다. 지난 2018년 채택된 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전 세계 91명의 집필진들이 전 세계 연구자료 6천여 건 이상을 평가하고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로부터 4만 건이 넘는 검토 의견을 받아 수정돼 발표됐습니다. 그만큼 이 보고서는 현재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기후변화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아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고,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탄소 배출을 45%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하루아침에 우리가 배출하던 이산화탄소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눈치챈 여러 국가들과 기업들이 IPCC의 권고에 따라 자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따르고 있죠.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2018년 IPCC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이 이뤄진 인천 송도 회의장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역시 각국의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IPCC의 권고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할 것을 요구해왔고 국회의 결의안 채택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탄소 순배출 0이란?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고도 부르는 이 표현은 인간이 화석연료 등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이고, 배출하는 만큼을 삼림을 통한 자연흡수 등의 방법으로 상쇄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인 상태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결의안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요? (feat. 빨간펜)

이미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국가 단위의 기후 비상 사태 선언이 이어져왔습니다. 모두 30개국에서 1700여 개가 넘는 지방정부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결의안은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진전이죠. 그럼 결의안에 담긴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이번 결의안에는 기후변화가 기후위기 상황임을 엄중히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서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IPCC의 권고에 따라 기후문제와 사회불평등 해소를 위해 결의한다고 밝힙니다. 특히 결의사항 1항을 보면 이런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이 증가하고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을 ‘기후위기’로 엄중히 인식하고, 기후위기의 적극적 해결을 위하여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한다. -비상사태 결의안 본문 중”

즉 올해 유례없는 장마와 태풍,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산불과 폭염 등 기후위기가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2.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촉구

두 번째 주요 내용은 온실가스 목표입니다. 정부는 올해 유엔에 2030년과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엔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추려면 지금부터 매년 7.6%씩 온실가스를 줄여 2030년에는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기후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책임감 있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여 국제사회에 제출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할 것을 촉구하고…-비상사태 결의안 본문 중”

결의안에서는 관련된 정부의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제출했던 결의안에는 2030년 절반 감축이 명시되었지만 현실성 등을 이유로 최종 대안에는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실제 정부 정책에는 절반 감축이 반영돼야 합니다. 절반 감축은 유엔을 비롯한 과학계의 결론입니다. 과학과는 타협할 수 없습니다.

3. 국회 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 설치

단순히 결의안에 그치지 않고 추진 체계가 마련되었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내용입니다.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예산을 편성하거나 법제도를 개편하는 등 통합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회 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기후위기 대응 관련 예산 편성을 지원하고, 법제도를 개편하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및 공감대 형성을 통해 기술연구 및 인력개발 지원, 에너지 세제 개편, 취약 계층 지원 등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검토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지원·점검하여, 범국가적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비상사태 결의안 본문 중”

따라서 이번 결의안 채택이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고, 보다 실제적인 조치를 향해 나아가는 국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빠른 산업 전환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화석연료에 종사했던 근로자들이 소외되는 것을 막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도 함께 해소해야 합니다.

‘정의와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전환 과정의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분배될 수 있도록 하고, 부작용과 비용이 사회적 약자, 노동자, 중소상공인, 지역사회에 전가되지 않도록 하며, 기후위기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섬으로써,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준수한다.

위와 같이 결의안 본문에서도 이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채택한 결의안의 본문

결의안은 통과 됐는데, 그 다음은?

전 세계의 산업, 경제, 사회가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 형성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후위기 대응이 새로운 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 역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과 같은 세계적인 석학은 2028년 쯤이 되면 현재의 화석연료 산업은 모두 좌초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어서 발전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환경규제는 더 강해지면서 화석연료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세* 등과 같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이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탄소국경세란?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이 지난 10일 열린 그린뉴딜 국회 토론회에서 비디오 화면을 통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 세계에서 가장 탄소 배출을 많이 하고 있는 중국마저도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기후위기는 대응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을 모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합니다. 단순한 이상 기후가 아니라, 그로 인한 기후 난민의 발생, 식량난, 그리고 생태계 붕괴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국가들이 나서서 이러한 목표를 내놓는 이유이죠.

앞으로 한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세계의 움직임에 어떻게 동참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국제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그린뉴딜 연대까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국회까지 나서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한 만큼 이제는 정부가 국민의 미래와 생존 더 나아가 번영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입니다.

국회에도 요구합니다. 결의안은 국회의 의지를 보여 준 것입니다. 하지만 의지를 보여준 결의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습니다. 앞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50년까지 순배출 0을 의무로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보완을 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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