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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홍수 피해로부터 안전할까?"

그린피스, 2030 한반도 대홍수 시뮬레이션 웹 페이지 공개

글: 정상훈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구온난화로 인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슈퍼 태풍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해수면이 오르고 거기에 더 강력한 태풍이 불어온다면 한반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린피스는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한 대홍수 시뮬레이션을 제작해 웹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올여름, 무려 54일 동안 이어진 역대급 장마와 홍수를 통해 우리는 기후위기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목격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장마와 홍수뿐 아니라 폭염, 가뭄, 혹한 등 현재의 대응 체제로는 피해를 막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후재앙 가운데서도 매년 더 위력이 강해지고 잦아지는 태풍은 우리 일상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반도를 휩쓴 태풍 '링링'만을 보더라도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여의도 50배 면적인 1만4000ha(헥타르) 규모 면적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37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발생한 강력한 태풍 10개 가운데 7개가 모두 2000년대에 나타났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더워진 바닷물의 영향으로 점점 더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물분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태풍의 연료가 되는 수증기가 늘어나는 것이죠.

태풍 통과 시 일 최대 순간 풍속 순위(1937~2018년) 자료: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태풍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미국입니다. 지난주 미국을 강타한 초강력 태풍인 '허리케인 로라'는 최소 6명을 숨지게 하고 80만 가구에 정전 사고를 일으키는 등 미국 루이지애나주 일대를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2~3개의 슈퍼 허리케인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반도를 스쳐 지나간 '바비' 역시 이례적으로 고위도 부근에서 발생한 뒤 빠른 시간 안에 강력한 태풍으로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기상학자들의 예측대로라면 앞으로는 더 강력한 태풍이 자주 찾아올 테죠.

그린피스가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시뮬레이션한 내용의 웹 페이지를 공개했다.

[웹 페이지] 2030년 해수면 상승 +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 시뮬레이션

그린피스가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의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반도에서는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국토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피해를 입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클라이밋 센트럴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같은 연구들은 이미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을 통해서도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같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이상 기후 대응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그 원인인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리고,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 에너지는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재난 대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홍수와 태풍이 온다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피해를 입지는 않습니다. 어느 곳이 더 큰 피해를 입을지 예측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그래서 그린피스는 클라이밋 센트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30년과 2070년 각각에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결합됐을 때, 어느 지역이 피해를 입을 지를 구현한 인터랙티브 맵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웹 페이지를 오픈했습니다.

이 웹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항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침수 피해 시뮬레이션 3D 영상
    2.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3D 영상에는 부산 해운대 일대와 인천 국제 공항의 어느 부분이 물에 잠길지에 대한 묘사가 담겨있습니다. 클라이밋 센트럴에서 확인된 피해 지역을 바탕으로 이 일대 현재 지형과 건물을 최대한 실제와 유사하게 구현했습니다.

    3. 17개 시도 피해 인구・면적
    4. 전국 17개 시도별 피해 인구와 피해 면적 역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구별로는 2030년(온실가스 배출이 현 상태로 높게 유지될 경우) 경기도가 약 130만 명으로 가장 피해가 많고 인천이 75만여 명, 서울이 34만여 명, 전북이 31만여 명 순입니다. 면적으로는 전라남도 1529㎢, 충청남도 1409㎢, 전라북도 1176㎢ 순으로 나타납니다. 국토 서부 지역이 비교적 고도가 낮은 데다 해일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일 수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피해가 집중됩니다.

      웹 페이지에서는 본인의 주거지를 검색해 홍수 피해를 입는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5. 인터랙티브 맵
    6. 웹 페이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자신의 주거지가 홍수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페이지 우측 상단에 있는 주소창에서 도로명 주소를 입력하면 내가 사는 지역이 침수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지도에는 연도별(2030년과 2070년), 온실가스 감축 정도(감축 노력을 기울였을 때와 현 상태를 유지했을 때)에 따라 홍수 피해 면적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30년,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은 지도상 침수 지역이 하늘색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배출했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은 분홍색으로 나타납니다. 2070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시뮬레이션은 파란색, 감축하지 않고 계속해서 배출을 늘리는 시뮬레이션은 붉은색으로 표시됩니다.

      *감축 노력 :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50년간 대폭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했을 시를 가정함. 파리기후협약에서 목표로 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 1.5도 이내'로 유지하는 경우에 해당.

      *현 상태 유지 : 현재까지의 탄소 배출 추세에 따라 계속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을 시를 가정함.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3~4도로 올라가는 경우에 해당.

그린피스는 지난 8월 20일 국회의사당 주변 한강공원에서 정부와 국회가 지금 당장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도록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해수면 상승과 태풍 피해, 2030 vs 2070

웹페이지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신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였을 때와 노력 없이 현 상태를 유지했을 경우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2070년에도 피해 면적 기준으로는 두 시나리오에서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죠. 이같은 예측 결과가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온실가스가 배출된 후 이상 기후 현상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수십년 간 이미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습니다. 우리가 당장 지금부터 온실가스를 상당 수준 감축한다 하더라도 2030년에 나타나는 이상 기후 현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이번 연구에서 감축 여부와 상관없이 침수 피해 지역과 피해 인원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는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적인 전망 데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는 클라이밋 센트럴의 권고에 따라 다소 보수적인 기준이 적용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분석을 바탕으로 조사했습니다. 금세기까지 해수면이 1미터 상승했을 경우를 가정했죠. 하지만 남극 대륙 빙하의 불안정성이 커져 예상보다 빠르게 녹아내린다면 금세기 해수면 상승이 2미터에 이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적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였을 때와 기울이지 않았을 때 2100년의 피해 인구는 2배 가량으로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 피해 외에도 아주 다양합니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그보다 0.5도 낮은 1.5도 상승할 경우 대비해 4배 더 많은 인구가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어획량 감소는 2배로 늘어나고, 10배 이상의 사람들이 곡물 수확량 감소를 겪게 됩니다. 산호초 군락 등 해양 생태계는 1.5도 이상 상승 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우리가 이미 내뿜은 온실가스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막을 수 있는 피해 역시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기후위기의 임계점인 1.5도 상승이 앞으로 5년 이내 나타날 가능성이 약 20% 정도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입니다. 최근 발표한 그린뉴딜 역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생략한 채로 발표해 반쪽짜리 그린뉴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웹 페이지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큰 위협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에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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