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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기차 충전소는 잘 안 보일까요?

글: 최은서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왜 전기차 충전소는 거리에 잘 보이지 않을까요? 전기차 충전소의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충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름 주유소와 다른 전기 충전소, 앞으로 자동차 이용에 대한 상식이 바뀝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늘어나고 충전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주차된 시간을 충전 시간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환경부의 '저공해차 통합정보 누리집'에 따르면 2020년 4월 말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소 대수는 1만 8080개입니다. 전기차 5대당 충전소 1개가 있는 셈입니다. 절대적인 숫자라면 전국 주유소(동월 기준 1만 1449개)보다 더 많은데 도로에 잘 보이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내연기관차는 주유소에 직접 들러서 기름을 넣어야 하지만 전기차는 주차 공간 내 충전 시설 설치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아파트, 주택, 직장, 공공기관과 대형 마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해외 조사에 따르면, 주요 도시 내 일반적인 자가용은 일생의 95%가 넘는 시간을 주차장에서 보냅니다. 전기차의 경우 주차된 시간 동안 충전을 함께해 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세대 전기승용차 충전패턴과 정책적 시사점'에 의하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2일에 1번꼴로 자동차를 충전하며 대부분 주거지과 공용 주차장의 충전 장소를 병행 이용합니다. 장소별로는 충전 요금 혜택이 있는 공용 충전소 이용(80.5%) 비율이 높지만, 주거지 내에서 충전기를 이용(73.2%)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한 번 충전으로 최소 380km 넘게 주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급속 충전기로 충전할 경우,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 충전까지 15~40분이 걸립니다(차종별 최대 충전량 상이). 하지만 일상에서 완전 방전 상태까지 운전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30분 내외로 완충이 가능합니다. 장거리 운전 중 휴게소에서 쉬면서 충전을 진행하면 걱정 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기차 전문가들은 급속 충전기 충전 시, 보통 최대 80%까지의 충전만을 권장합니다.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 기기에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발열이 나는 것처럼 80% 이후 충전이 진행되면 배터리 자체에서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완충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충전소는 주차 공간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점 때문에 도로에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직접 지도나 네비게이션앱에서 '전기차'를 검색해 보면 본인이 거주하는 곳이나 자주 가는 곳 주변에 전기차 충전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기차 충전소는 환경부가 만든 '저공해차 통합정보 누리집'이나 민간에서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EVwhere'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양질의 충전 인프라 구축 없이는 전기차 전환을 위한 어떤 인센티브나 규제 정책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그린피스에서 발행한 '전기차 확대를 위한 글로벌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충전 인프라 여부는 전기차 확대를 촉진하는 모든 지원과 규제의 기본입니다. 양질의 충전 인프라가 일정 수준 보급되는 것은 이용자들이 '전기차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하고 구매 의사를 향상시키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여러 정부는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며 충전에 따른 제도 마련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민간 투자자들이 인프라를 설치하고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 3000대 보급 목표를 세웠습니다. 많은 충전소가 설치됐지만 이제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차량 유동량이 많은 주요 거점 시설에 다중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기차 확대와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이 서로 시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전력망 내 재생에너지 비율도 함께 늘려야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전력망의 탈탄소화가 필수적입니다.

전기차 충전 설비가 늘어나는 것이 단순히 전기차 운전자에게만 이익인 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시설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가져옵니다. 유럽 교통 전문 교통과 환경(T&E)의 E모빌리티 애널리스트 루시앙 마띠유(Lucien Mathieu)은 "전기차로의 전환은 유럽 산업에 수십억 유로의 시장 기회를 창출할 것이며 공용 충전기의 제조, 설치 및 유지 보수로 유럽의 일자리 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유럽전기기술자조합(AIE)이 발표한 보고서 'Powering a new value chain in the automotive sector'는 더 구체적입니다. 전력망 연결, 보수, 설치, 유지 및 전력 생산 등 전기차 전환과 연계된 분야에서 2030년까지 유럽 내 일자리가 최대 약 20만 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자동차 노조, 영국 노조에서도 앞으로 산업의 방향은 전기차 확대와 관련 전력망, 인프라 구축이며 이에 정부와 기업이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 미래 일자리 창출에 고민하는 국내에도 시사점을 남깁니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합니다. 우리 자동차 산업계가 미래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전면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재생가능에너지로 충전되는 전기차, 전기 교통 시대를 위해 힘을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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