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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플라스틱

글: 김이서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
코로나가 끝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 우리는 넘쳐나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재난을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모색해야 합니다.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 선별장 모습.

코로나 확진자 수가 잦아들더니 다시 한번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다시 쏙 들어간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현 시국에서는 개인의 안전과 위생이 최우선순위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폐기물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위생을 지키기 위한 일회용품과 포장재가 매일매일 쓰레기통을 채우고 있다. 한 예로 지난 총선 투표 때 사용된 비닐장갑의 양은 63빌딩 7개 높이라고 한다. 투표자들이 뽑아 쓰고 버리는 데 5분도 채 안 걸린 이 비닐장갑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500년이 넘게 걸린다.

한시적으로 풀린 일회용품 사용에 카페들은 다시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식당에서는 나무젓가락과 종이컵이 사용되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발적 격리에 나선 시민들은 온라인 배송을 통해 모든 물건들을 배송받고 있다. 배달 올 때마다 쌓이는 스티로폼 박스와 뽁뽁이 포장재, 개별 포장재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의료폐기물은 수거되어 소각된다. 하지만 자연으로 유실된 폐기물들은 썩지 않고 수백 년을 떠돌게 된다.

갈 곳 없는 플라스틱 폐기물

의료 폐기물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용 폐기물 봉투에는 유리, 종이, 플라스틱이 모두 함께 섞여든다. 이 많은 폐기물이 최종적으로 향하는 곳은 소각장이다. 하지만 국내 소각장 시설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그 총량 역시 매우 부족한 상태다. 현재 소각 시설은 노후화되어 시설 연장이 어렵지만 지역주민의 반발 등으로 증설도 어렵다.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국내 전체 소각시설의 하루 처리량 중 49%를 플라스틱이 차지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은 만능이 아니다. 플라스틱 표면엔 바이러스가 최대 3일 가까이 생존한다고 한다. 반면 스테인레스는 12시간 미만이다. 겹겹이 싸인 플라스틱 포장재가 오히려 바이러스를 붙잡고 있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국내 재활용 폐기물 업체들의 선별장과 창고는 이미 포화상태다. 코로나 사태로 급증한 폐기물들과 더불어 국제 유가 하락, 수출 중단 등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재활용 업체는 코로나 사태로 폐기물은 15% 증가했지만, 재활용 활용처들의 수요는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폐기물 대란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 역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페트(PET) 재생원료 공공비축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이 없는 한 이러한 정책은 문제를 잠시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는 위생을 위해 개인 텀블러 사용을 금지하고 일회용 컵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는 코로나 이후 폐기물을 생각하지 않은 안일한 결정이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산업군들이 지금 시기에 고민해야 할 것은 좀 더 위생적인 환경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제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산처럼 쌓인 폐기물들은 마법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일시적인 공공비축을 믿고 현재와 같은 양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면,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자마자 바로 또 다른 위기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은 정부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더 고민해야 한다. 환경부는 한시적으로 풀어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다시 돌려놓아야 하며 이번 사태로 체감한 시스템 부족을 개선해야 한다. 매장 내 컵 및 식기류 등 다회용 용기를 사용할 때 위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세척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 중이다.

단순히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위생과 안전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에 의지하지 않을 만큼 믿을만한 다회용 용기 사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페기물은 코로나보다 더 큰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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