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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현대자동차 주총이 정의선에게 남긴 것

글: 최은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습니다. KF94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는 지금의 산업 위기. 과연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오는 19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제52기 현대차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이번 주총은 시작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입니다. 정몽구 회장은 1999년부터 현대차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겸했습니다. 그의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3월 회사의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현대차는 세대 교체를 완료하고 '정의선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평입니다.

매연 없는 자동차에 집중하는 것은 단지 환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과 우리의 수출 주도 경제의 이야기이다.

예정된 세대 교체, 지금 정의선의 역할이 더 중요한 이유

정의선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야심차게 발표한 제네시스 GV80은 출시 한 달 만에 리콜을 실시하는 민망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사태)로 자동차 생산과 수출 과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전 세계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은 상황입니다. 지난 3일 정의선 부회장은 모든 현대차그룹 임직원에게 독려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조기 경영 안정을 이루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중략)...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수출 확대로 이른 시일 내 만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빠른 회복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공포의 카마겟돈(자동차와 대혼란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이라는 표현이 팬데믹 이전에도 언론에 쓰일 정도였으니까요.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 사태가 이미 위기인 석유 산업을 더 흔들고 있다(The arrival of the coronavirus is rattling a global oil market that was already facing challenges).'고 지적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오기 전부터 자동차 산업이 마주한 '혼돈의 카오스'는 무엇이며, 글로벌 5위이자 국내 1위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지난해 9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독일 브레메르하펜에서 내연기관 SUV의 하역을 막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오래된 위기', 해결책은 보닛 안에 없다

연속 5년,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현대차의 기업 활동(IR)에 공지된 2019년 목표 실적은 468만 대였으나 442만 대만을 판매했습니다. 직전 해 영업 이익도 201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계속해서 기존 자동차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것은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하고, 주요 시장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인도, 영국 등 주요 국가와 도시들은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단계적으로 줄인다고 선언했고, 유럽은 올해부터 강화된 탄소 규제를 시행합니다. 국제 자동차 조사 기관 자토(JATO)는 현대차가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벌금이 약 4조 원(약 3억 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는 현대차가 2018년 유럽에 판매한 자동차의 평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기준으로 측정한 금액입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격랑의 시대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계속해서 내연기관차 사업을 고수한다면 위기 속에 좌초되고 말 것입니다.

현대차는 테슬라에 버금가는, 세계 2위 전기차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현대차 EV 전략 방향성'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전기차 56만 대, 수소 전기차 11만 대를 목표로 합니다. 기아차도 2026년까지 전기차 50만 대를 판매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2019년 전체 판매량인 719만 대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2025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목표는 약 16%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2025년에도 전체 판매량의 약 84%를 내연기관차로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대차가 밝힌 향후 6년간 전기차 투자 금액(전동화 9.7조 원)은 전체 투자금(61.1조 원)의 16%에도 미치지 못 합니다.(기아차는 전기차 부문 세부 투자금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시기상조이기 때문일까요?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5년 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진다고 발표했습니다.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대량 생산으로 비용이 감소한 덕분입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소비가 감소하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유럽 주요국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내연기관차 판매가 24.4% 감소하는 동안 전기차 판매는 160.1% 뛰었습니다. 내연기관차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전기차가 무려 490.5% 급증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에도 2월에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유럽에서 83만 대의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합니다.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은 물론 시장까지 잃게 되는 내연기관차를 84%나 붙들고 있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지난해 9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현대기아차 본사와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사이 대형 광고판에 '내연기관 이제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붙였다.

헤어지지 못하는 현대차, 결국 떠나가지 못 하는 위기

현대차도 알고 있습니다. 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모든 기업들은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엔진과의 오랜 인연을 끊지 못 하고 있습니다. 100% 전기차 전환 계획을 세우지 않고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매연 없는 자동차에 집중하는 것은 단지 환경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과 우리의 수출 주도 경제의 이야기입니다. 이 위기는 KF94 마스크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자동차 기업들과 정부는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충전하는 전기 교통 체계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번 2020년 현대차 주총에서는 기업 총칙 제2조 사업 목적 부분이 일부 수정됩니다. 기존 '각종 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 판매업'에 '기타 이동 수단'이 포함되는 것입니다. '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목적도 추가됩니다. 이번 정관 변경은 꾸준히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겠다고 이야기해 온 현대차의 다짐과 같은 결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탄소 제로 산업을 위한 구체적인 탈내연기관 계획과 미래차 산업에서의 선택과 집중일 것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앞서 이메일에서 '한마음으로 비상 대응을 하면 이른 시일 내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기초 체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단단하게 일어나 미래 자동차 산업의 선두를 지키기 위한 체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연기관을 놓았을 때만 비로소 가능합니다.

그린피스는 1990년대 초부터 자동차 산업계가 우리 사회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서울사무소는 지난해에 이어 현대차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내연기관차 이제 그만’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국내 1위 글로벌 기업 현대 차가 우리 경제와 지구를 망가트리지 않도록 여러분의 힘을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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