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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100%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글: 이인성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그린피스가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앞 옥외 광고판에 "내연기관 이제 그만"이라고 쓴 스티커를 붙인 이유, 궁금하신가요?

지난 9월 15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액티비스트(자원 활동가)가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옥외 광고판에 "내연기관 이제 그만"이라고 쓴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상위 12개 제조사 중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 제너럴 모터스(GM)에 이어 온실가스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기업입니다. 그린피스는 스티커 시위로 현대자동차가 내연기관차 위주의 매출 전략에서 벗어나 2028년 이후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바꾸도록 촉구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그린피스가 자동차 산업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전 세계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캠페인 활동의 하나로, 기후 비상 사태를 알리는 평화적 직접행동이었습니다.

현대차가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생산 중단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100% 전기차 전환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 궁금하신가요?

1. 국내 1위, 세계 5위 기업의 느리고 터무니없는 목표

현대차의 방향 설정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24일 2025년 전기차 56만 대 생산·판매 계획(기아차 포함 85만 대)을 담은 '현대차 EV 전략 방향성'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그 발표는 열흘 전인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미래 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에 이어 나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전환 계획을 쏟아 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보다 현저히 늦은 만큼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목표와 전략을 기대했지만, '현대차 EV 전략 방향성'은 실망스럽게도 내연기관차를 고수한다는 선언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밝힌 2025년 '친환경차 양적 목표'는 전기차 85만 대(기아차 포함), 수소차 11만 대입니다. 이는 2018년 기준 현대자동차 총 판매 대수 825만 대의 1/10 수준입니다. 2025년 신차의 약 90%가 여전히 내연기관차(디젤, 휘발유, 하이브리드차)인 셈이죠. 이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지난 5월 폭스바겐은 향후 10년 내 2천200만 대 전기차 생산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늦게 내놓은 현대차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2배 앞서 나간다는 선언입니다.

독일 항공 우주 센터(DLR)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 이하로 억제한다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8년 이후 적어도 유럽 시장에서 판매될 모든 신차가 전기차여야 합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4배 이상 좋습니다. 전기차가 늘수록 석유 소비량도 줄어듭니다. 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이 늘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거의 0에 가까워집니다.

2. 강화되는 자동차 환경 규제와 내연기관차에 붙는 각종 불이익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둘러싸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립이 팽팽합니다. 이에 자동차 업계도 쪼개졌습니다. 포드, 폭스바겐, BMW, 혼다는 캘리포니아 주의 강화된 연비 기준을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은 연비 기준을 완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편에 섰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Gavin Newsom)은 성명을 통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기로 선택한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차량 구매 대상업체서 제외될 것"이며, "캘리포니아 주는 법정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단기 이익을 시민의 건강과 미래보다 앞세우는 기업들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내년 1월 말부터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적용한 엄격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따르기로 한 자동차 회사의 차량만을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제조사가 누구든 내연기관(엔진)만으로 구동되는 자동차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20여개 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유럽은 이미 전기차 판매를 강제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5개가 넘는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가 2030년 안팎으로 내연기관차의 판매와 도시 진입을 금지하는 방침을 세웠거나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초과한 기업에 부과되는 벌금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준에 미달하는 차를 팔 경우 자동차 회사는 판매 수익보다 더 많은 벌금을 물게 될 것입니다.

국제 자동차 조사 기관인 자토(JATO)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3년 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유럽에서만 2021년부터 벌금 336억 유로(약 42조 원)가량을 내야 한다고 예측했습니다. 현대차가 낼 벌금은 약 3억 유로(약 4조 원)입니다.

3. 확대되는 전기차 시장과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

꺼져 가는 내연기관차 시장과는 달리 전기차 시장의 전망은 밝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1월 1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기차 수출액은 총 25억 6천600만 달러(약 2조 9천7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3.3%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총수출액은 357억 7천9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전기차 수출액은 처음으로 30억 달러를 넘고, 자동차 총수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4%에서 올해 약 10%로 훌쩍 커질 전망입니다.

자동차 제조사의 미래는 전기차 시장에 얼마나 잘 진입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전미 자동차 노조(UAW)는 2019년 7월 전기차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정부에게 강력한 전기차 산업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UAW는 보고서에서 전기차 육성 전략을 선제적으로 펼쳐 전기차와 관련 부품 생산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잉여 인력을 적극적으로 재교육, 재배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봄 영국 자동차 노조(Unite the Union)도 전기차 전환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기존 노동자들에게 신규 자동차 공장과 부품 생산 시설에서 일할 권리(right to access)를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현대차의 늦은 전환은 현대차와 계열사 노동자들의 삶과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유럽 환경 단체인 교통과 환경(Transport & Environment)에 따르면, 전기차 전환으로 유럽에서만 일자리 50만~85만 개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

지구온난화를 막고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2050년까지 제로로 줄여야 합니다. 차량, 항공기, 선박 등 교통·수송 부문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을 배출합니다. 이 중 승용차, 트럭, 버스 등 도로 교통이 교통·수송 부문 배출량의 3/4를 차지합니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운행 대수뿐 아니라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 차량인 디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동차 등 도로 교통이 국내 교통·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도 결코 나아질 수 없습니다. 현대차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의 겨울은 갈수록 혹독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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