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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되지 않는 보호지역, 그 이유는?

글: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2022년 말, 한국을 포함한 유엔 산하 196개 국가는 전 지구의 땅과 바다 중 최소 30%를 보호지역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인데요, 여기서 보호지역이란 무엇일까요?

빠르게 파괴되는 생태계

우크라이나 카르파티아 숲의 벌채 현장에 선 그린피스 활동가

세계자연기금(WWF)은 전 세계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1970년대 대비 약 69%나 줄어들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멸종 속도는 자연적인 수준보다 최소 수십에서 수백 배 더 높아, 다수 과학자는 전 세계 100만 종이 수십 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예상하여, 전 세계 생물 종의 75%가 사라지는 6차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지구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수차례 국제 협약을 맺었지만, 대부분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최소 30%의 육지와 바다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담긴 쿤밍 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가 채택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토와 해양은 각각 17.45%, 1.8%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2030년까지 최소한 각각 30%씩 지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할 텐데요. 그에 앞서 보호지역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를 지킬 마지막 안전장치, 보호지역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의 벌채 현장에서 구조된 오랑우탄 새끼들

보호지역은 인간의 개발 활동으로부터 생태계와 문화재 등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 관리되는 곳입니다. 설악산과 한라산처럼 제한적인 관광이 허용되는 국립공원부터 방문이 엄격히 제한된 엄정자연보호구역 등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만든 등급 체계에 따라 관리방법이 다릅니다.

이러한 보호지역에는 반달가슴곰,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종과 담비와 삵 등 무수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이 지정한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82종이며, 희귀 식물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명의 소중한 서식처, 숲을 지켜주세요

또한 보호지역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보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 학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보호지역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연간 약 0.5Pg(페타그램, 10억 톤)에 다다릅니다. 코끼리 한 마리의 무게를 5톤으로 가정할 경우, 보호지역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약 1천억 마리의 코끼리 체중과 비슷한 무게입니다. 보호지역은 탄소를 흡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이 건강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지정된 상수원 보호구역(VI)도 있습니다.

위험에 처한 보호지역

아마존에서 발견된 불법 벌채 현장

보호지역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보호지역의 1/3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 열대우림입니다. 지속적인 벌채와 탄광 채굴, 플랜테이션의 결과,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난 40년간 17%가 사라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결과, 지구의 허파라 불리던 아마존 열대우림은 점점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산림파괴는 아마존이 아닌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Global Forest Watch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숲은 2001년부터 22년까지 약 31만 4,000ha의 숲(서울시 전체 면적의 5배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이 중 약 14%가 보호지역의 숲으로 확인되었으며, 그 소실규모는 매년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의 벌채 현장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환경부는 국립공원에서의 임도 설치, 숲가꾸기 등 개발 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이러한 활동이 ‘국립공원 공원구역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 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을 했습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흑산도 공항 건설 등의 이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보호지역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지금 있는 보호지역마저 개발하는 행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새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야 할 일반 숲도 여러 명목으로 베어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벌채 현장에서 ‘산림 범죄’ 팻말을 든 그린피스 활동가

보호지역과 숲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의 생태계와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있는 보호지역을 지키는 한편, 국내 숲을 보존하는 데 적극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함께 숲을 지켜주세요.

숲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