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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기업, 정부에게 기후공시는 왜 필요할까요?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이해하기 ②

투자자, 기업, 정부에게 던지는 ESG의 묵직한 메시지

글: 신지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ESG 공시 혹은 지속가능성 정보공개가 더 이상 필요성을 논하는 단계가 아닌, 기업들이 ‘무엇을 언제부터’ 공시해야 하는 지가 속속 정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의 이정표로 불리는 ESG 정보공개 의무화 도입. 투자자, 기업, 정부에게 각기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지향하는 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서있나

기업 활동과 연관된 ESG, 기후, 지속가능성 정보의 소비자인 국민은 기업과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기업 활동과 연관된 ESG, 기후, 지속가능성 정보의 소비자인 국민은 기업과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ESG 공시 의무화에 관한 두 번째 글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낯선 용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부터 짚어봤습니다. 가뜩이나 한국에서는 대중적 관심이 높지 않은데, 용어마저 혼동을 가중시키기 때문이었죠. 여전히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는 법, 이번 순서에서는 ESG 중에서 기후에 조금 더 집중해서 ESG 공시 의무화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회계를 경영의 언어라고 합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은 회계를 통해 표현된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기업은 정해진 회계기준(accounting standards)에 따라 자신들의 경영활동을 공개합니다. 이를 공시(disclosure)라고 부릅니다. 공시는 기업과 투자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축소하는 핵심적인 수단입니다. 투자자에게 사업보고서나 재무제표는 기업분석의 기초가 되고요. 그런데, 이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보도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 재무정보처럼 의무적으로 다루어질 변화가 임박해 있습니다.

잠깐, 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데 ‘투자’ 이야기를 먼저 하나 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선 ‘돈’ 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자본시장 연구원은 2050년까지 누적 탄소중립에 필요한 투자 수요를 1,722~2,097조 원으로 예측했습니다. 2050년 GDP의 2.2~3.8% 수준이 될 것이라 덪붙였습니다. 이런 큰돈은 어디에서 올 수 있을까요? 파리기후변화 협약의 약속처럼 선진국의 자발적 출연? 탄소세 부과? 물론 둘 다 답이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금융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돈’의 흐름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어야 합니다. ESG 공시(구체적으로 기후공시)는 바로 이 금융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 인프라입니다.

ESG 공시(구체적으로 기후공시)는 바로 이 금융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 인프라입니다.
ESG 공시(구체적으로 기후공시)는 바로 이 금융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초 인프라입니다.

투자자, 기업, 정부에게 왜 필요할까

챗GPT에게 왜 기후공시가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답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투자자가 정보에 입각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공개함으로써 기업은 투자자가 기후 변화가 투자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 정보는 투자자가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후 위험을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기업은 기후 관련 위험을 공개함으로써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위험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는 기업이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개발하도록 돕습니다. 기업은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정부가 해당 관할권과 가장 관련이 있는 기후 위험과 기회를 식별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 정보는 정부가 특정 요구에 맞는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러 답을 유도한 게 전혀 아닌데, 투자자, 기업, 정부의 앵글에서 왜 필요한 지를 나누어 설명합니다. 세 주체에 대해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이제 그린피스가 조금 더 풀어 써 보겠습니다.

ESG 공시 의무화는 바른 금융을 위한 첫 걸음

앞서 기후 공시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 인프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도심에 전기차 충전소를 늘리고 에너지 저감형 빌딩을 신축하는 걸 연상해 보시죠. 오래된 석탄발전소를 닫고 바다에 풍력발전소를 짓는 것도 공짜일 리 없습니다. 그린수소와 같은 새로운 기후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데에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재정이라고 하는 나라의 주머니로만 충당할 수 없습니다. 물론 탄소배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 나라 곳간을 늘리고 탄소배출원으로 하여금 감축 유인을 자극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탄소세, 혹은 시장을 활용하면 탄소배출권 제도도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는 민간의 자금이 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물길입니다. 바로 금융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금융 산업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금융 산업에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정보는 가치

대출을 시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듯이 투자를 할 때도 투자 대상을 잘 알아야 됩니다. 투자대상의 기대수익과 위험을 가늠하고 유사한 투자대상들을 비교하여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정보는 가치입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은 투자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기대수익과 위험을 가늠하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기후정보가 자발적 공개 사항이므로 기업은 스스로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있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이 올라가게 되는 거죠. 앞으로 기후 관련 정보, 예를 들어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기업이 처한 위기와 기회를 국제적으로 약속한 표준에 따라 공시를 하게 된다면 투자자는 실수를 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기준의 등장은 투자방식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이 팔 벌려 환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면 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는 기업 입장에서 모두 불리한 변화일까요? 일반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들이 줄여 나가야 할 탄소배출량의 부담만큼 이런 제도 변화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기후 공시, 혹은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통해서 기업의 위기 못지않게 기회도 구체적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고 있으나 대응이 미진한 기업은 실적이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돈을 빌릴 때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갖춘 회사는 투자가 늘어날 수 있겠죠. 두 가지 상반된 사례를 가진 기업으로 우리나라 대표기업 포스코가 있습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으로서 앞으로 배출량 감축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공개되는 건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차전지 소재업체로 변신을 꾀하며 기대수익이 뚜렷하게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아! 종속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로 모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상황을 밝혀야 하니 삼척 BTS 버터비치 인근에 신축 중인 석탄발전소로 인해서 기후위기 대응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사실도 명명백백해 질 수 있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기후공시,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각국 정부가 적용할 법을 정할 때 최대한 느슨하고 늦춰서 진행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어떤 기업들은 반갑게 환영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업의 책임이 필요하다고들 말을 합니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책임을 물으며 추진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RE100이 대표적입니다. RE100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기업들에게 기후 공시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처한 위험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려 하는지를 ‘시장’에서 공정히 평가받을 수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

투자자, 기업에 이어 정부에게 주는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챗GPT는 기후공시가 정부에게 필요한 이유로 효과적인 기후 정책을 개발하도록 돕는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기후정책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후 정책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일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객관적인 방식으로 식별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위한 조금 더 정밀한 정책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산업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2018년 대비 11%로 정했는데요. 그린피스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따랐지만 사실 왜 이렇게 정해졌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이 11%를 줄이기 위한 비용과 이를 통해 얻게 될 효익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계획 발표 이전에 검토될 수 있을 겁니다. 소위 탄소의 가격(Carbon pricing)이 중요해지는 세상을 기후공시 의무화가 열려 하기 때문입니다.

‘스코프3’를 들어보셨나요?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거나, 사용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을 스코프 1과 스코프 2 배출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기후 공시에선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급망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업스트림), 그리고 그 제품이 판매되어 폐기될 때까지 발생한 온실가스(다운스트림)까지 추정하여 공시를 하도록 요구합니다. 소위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하는 건데요. 이걸 스코프 3 배출량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 iPhone14 256GB의 탄소발자국은 71kg인데, 이 가운데 업스트림 단계 배출량만 무려 56kg이라고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스코프3를 측정해야 하나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급망에 속한 중소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인지도 덜 돼 있는 편이죠. 이럴 때, 정부는 기업들의 스코프 3 배출량 측정을 도울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기후공시가 정부에게 주는 직접적인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과정에서 직접 배출량이 스코프 1, 생산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간접배출량이 스코프 2, 공급망이나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이 스코프 3. 출처: NatWest
생산과정에서 직접 배출량이 스코프 1, 생산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간접배출량이 스코프 2, 공급망이나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이 스코프 3. 출처: NatWest

오늘은 ESG 공시 의무화, 특히 기후공시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투자자, 기업, 정부에게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 대해 알아봤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순서에서는 이러한 중요한 변화 국면에서 한국의 대응에는 문제점이 없는지, 있다면 어떤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돈이 필요합니다. 돈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바르게 흘러가기 위해선 금융 제도가 올바로 서야하고, 기업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투자자의 인식 변화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ESG 정보공개 의무화가 글로벌 수준에 맞추어 조속히 수립되어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 기업, 투자자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그린피스의 여정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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