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국내 첫 기후소송 1년… 시민이 묻는 ‘기후 책임’ 전 세계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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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글로벌 기후 소송 워크숍’ 개최… 시민과 법률 전문가들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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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아프리카·유럽·아시아, 정부·기업 상대 기후 소송 사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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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의와 기본권 수호 위한 ‘시민 소송’, 국제 연대 강화 계기 마련
(2025년 4월 14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전략적 기후 소송에 관한 글로벌 워크숍’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 각국의 시민 참여 사례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두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연 지 1년을 맞는 시점에 개최돼 의미를 더했다.
오전 세션에서는 동아프리카, 네덜란드, 미국에서 진행된 주요 기후소송 판례와 전략이 법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소개됐다.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의 데일 파스칼 온얀고 변호사는 케냐 라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무효화한 소송을 소개하며, 이 판결이 국가 발전사업 허가에 있어 기후변화 고려 의무와 공공참여의 중요성을 국내에 적용한 사례로서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판결이 화석연료 기반 대형 프로젝트가 환경법과 기후법 하에서 왜 법적 정당성을 갖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말하며, 특히 개발 도상국에서도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이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진행중인 동아프리카 지역의 원유 송유관 (EACOP) 사업 중단 소송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에프예 데 크룬 그린피스 네덜란드 캠페이너는 보네르 섬 주민들과 함께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을 소개했다. 이 소송은 정부의 기후 적응 및 감축 조치 미이행이 주민의 생명권과 권리를 보호하기에 충분치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사례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식민지 역사 속에서 축적된 구조적 불평등을 되짚고 '모두가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 즉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 법률 지원단(Global Climate Legal Defense, CliDef)의 찰리 홀트 변호사는 미국 에너지 기업 에너지트랜스퍼가 네덜란드 소재 그린피스 인터내셔널과 그린피스 미국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SLAPP(전략적 봉쇄 소송) 소송을 소개하며, “이는 시민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를 억압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연료 기업이 시민단체를 탄압할 순 있어도 전 세계적인 기후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현재 반-SLAPP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오는 7월 네덜란드 법원에서 심리가 예정돼 있다.
오후 세션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시아 지역의 시민 참여 기후 소송 사례가 소개됐다.
플랜1.5 윤세종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국내 첫 기후 소송 사례를 소개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2050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미래세대의 헌법적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헌법적 권리의 관점에서 다루며, 미래세대 보호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만의 환경권리재단(Environmental Rights Foundation) 조에 황 변호사는 2023년 발효된 대만 기후법이 실질적인 감축 목표 없이 환경부에 책임을 전가한 점을 비판하며, 이는 기후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태풍 모라콧의 피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년 1월 대만 사법부에 청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KIKO 네트워크의 미에 아사오카 변호사와 소송 원고인 코나츠 호리노우치가 참석해, 일본 청년들이 주도하는 기후 소송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일본 청년 16명이 국내 CO₂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화력발전소 운영사 10곳을 상대로 탄소 감축 의무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는 버지니아 베노사 로린 그린피스 동남아시아 필리핀 사무소 선임 기후 캠페이너와 바차산 섬 보홀 지역 주민이자 소송 원고인 트릭시 수마발 엘이 참석해, 탄소배출 대기업을 상대로 진행된 기후 피해 인권조사 사례를 소개했다. 이는 태풍 욜란다 피해 생존자들과 시민들이 필리핀 인권위원회(CHR)에 제출한 청원을 계기로 시작된 것으로, 기업의 기후 책임을 조사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필리핀 인권위원회는 2022년, 해당 기업들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GP)’에 따라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국내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국내 대형 발전 사업은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기 전에 허가 결정이 이뤄지는 절차적 문제로 인해 기후 변화나 인근 지역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며 “현재 한국 정부의 에너지 사업 인허가 절차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기후 소송의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혜진 그린피스 법무담당자는 “이번 워크숍은 시민들이 법의 힘으로 직접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시민이 직접 당사자가 되어 정의를 실현하는 기후소송의 흐름은 한국에서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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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전략적 기후 소송에 관한 글로벌 워크숍’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 각국의 시민 참여 사례를 공유했다. (사진 좌측부터 플랜1.5 윤세종 변호사, 기후 법률 지원단(Global Climate Legal Defense, CliDef)의 찰리 홀트 변호사,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의 데일 파스칼 온얀고 변호사)
[사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전략적 기후 소송에 관한 글로벌 워크숍’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 각국의 시민 참여 사례를 공유했다. 기후 법률 지원단(CliDef)의 찰리 홀트 변호사가 그린피스 에너지트랜스퍼 SLAPP 소송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사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전략적 기후 소송에 관한 글로벌 워크숍’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 각국의 시민 참여 사례를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