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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수조 바닥의 심각한 균열, 왜 공개 안 했나?

글: 그린피스

- 언론 제보 사진 통해 월성 원전 2호기 수조 바닥의 심각한 열화, 균열, 누수 현상 확인
- 이정윤 대표, “누설수로 철근 부식되면 구조물 내진성능 위협…방수 기능 완전 상실”
- 박창근교수, “지형상 월성 원전에서 누설된 방사성 물질은 지하수 통해 바다 유입 불가피”
- 김영희 변호사 “원자력안전법 제21조 위반으로 운영허가 취소 또는 정지처분 수준”
- 장마리 캠페이너 “1~4호기 수조 바닥 실태 공개하고, 신속한 보강공사 실시해야”

월성 2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수조 바닥에서 확인된 심각한 열화와 균열은 1~4호기 모두에서 발생했으며, 수조에서 누설된 고농도 오염수는 지하수를 타고 장기간 인근 바다에 유입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원안위는 1~4호기 수조의 바닥 상태를 모두 공개하고, 손상 규모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와 냉각수를 모두 빼낸 뒤 수조 보강공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9월 21일(수)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과 원자력안전법 위반 실태에 대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변호사,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 등이 참석해 월성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20일(화) 한 방송사는 저녁 뉴스에서 월성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설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을 제보받아 방송했다. 제보 영상에는 월성 1호기 수조의 외벽 균열을 통해 오염수가 새어 나오는 장면이 촬영돼 있었고, 제보 사진에는 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의 내부 바닥이 갈라지고 깨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월성 1호기 설계에 참여했던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가 제 2발제자로 나서 제보 사진과 영상에 대한 분석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영상에 나오는 곳은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외벽 바닥으로, 수조 내부의 오염수가 누설돼 용출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누설이 아니라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수조 벽체의 콘크리트 방수, 차폐 기능이 상실되는 관통 균열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월성 2호기의 경우 저장조 바닥의 균열 깊이로 판단할 때, 저장조 바닥과 벽에 방수를 위해 도포된 에폭시라이너만 손상된 것이 아니라 방사능 영향으로 바닥 콘크리트 자체에도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면서 “누설수의 보론(붕소, 극산성 물질)이 철근 부식을 가속화해 구조물 건전성 자체가 매우 취약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보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보수를 위해서는 에폭시라이너 방수막을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교체하는 보강공사를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에폭시라이너는 지속적인 보수를 하더라도 열화 가능성이 높아 월성 원전을 제외한 국내 다른 원전 수조는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방수막 처리가 돼 있다. 문제는 핵연료 트레이와 냉각수를 빼내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 데 핵연료를 옮겨둘 곳도 마땅치 않고 잘못하면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제 1발제를 맡은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학과> 교수는 “월성 원전의 지형적 위치를 고려할 때 원전 수조에서 방출된 오염수는 지하로 내려간 뒤 원전 바로 옆 바다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한수원이나 원안위가 지하수 오염을 분석한 기초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지하수 흐름도를 공식 자료에 실어 외부 환경 누출 영향이 없다거나 확인이 어렵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심각한 과오”라고 지적했다. 월성 2, 3, 4호기의 최종 안전성 분석 보고서에는 월성 원전의 지하수가 모두 바다로 흐른다고 명시되어 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위법 판결을 이끌어낸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원안위와 조사단이 심각한 수조 손상을 인지하고도 비공개하기로 협의한 것은 구조물 손상으로 인한 누설 자체가 원자력안전법규를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와 폐수지 저장탱크의 손상 및 균열로 인한 누설은 원자력안전법 제21조 제1항 제2호 위반으로 운영허가 취소 또는 정지 처분의 사유가 된다.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월성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설이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월성 1호기의 경우 수명연장을 위한 평가 과정에서부터 수조 바닥 손상이 확인됐어야 한다.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은 원자력 규제 행정기관이 책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총체적 관리 실패이며 국내 모든 원전 안전 관리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구조물 건전성과 누설 차단을 위해 월성 1~4호기 수조 바닥의 전면적인 보수공사가 신속히 진행되어야 할 상황이나 수조 바닥 점검도 제대로 못한 사정을 고려할 때 보수 능력 자체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월성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은 2020년 10월 이후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21년 3월 30일 월성 원전의 방사성 물질 누설 원인과 오염범위를 조사하기 위해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현안소통협의회를 발족했다.

조사단은 그러나 두 차례 조사 후 간단한 보도자료를 낸 것 외 이 중대 사안을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원안위는 언론 보도 후 입장문을 내고 “수조 균열 상황을 확인하여 보수 중이며 조사단 내부 합의로 공개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밝혔으나 사진 속 수조 손상과 누설 상황은 공개 규정에 따라 즉각 지자체 등에 보고돼야 하며 운영 허가 취소나 정지 처분 사유가 될 만큼 위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내부 합의로 미공개를 결정했다는 것은 법 상식에 어긋난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번 토론회에 과장급 실무자를 참석시킬 예정이었으나 “조사단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며 토론회 직전 참석 불가를 통보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진행을 맡은 임성진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최상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마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 기관들에게 전체 원전의 안전을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지난 3월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조사단의 활동과 관련해 조사 방해와 증거 인멸 혐의로 한국수력원자력을 경주경찰서에 고발했으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